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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사망 원인 2위, 이렇게 예방한다

검증된 효과와 안전성에도 치료 참여율 저조...선별검사·고위험군 모니터링·개별 운동 처방 필요

등록|2023.04.18 11:12 수정|2023.04.18 11:12
심혈관질환은 국내 사망 원인 2위를 차지할 정도로 치명적이다. 심장내과와 흉부외과에서 시행하는 각종 수술, 시술로 심장질환 자체를 치료하는 것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지지만 심장재활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는 환자와 보호자는 많지 않다. 이는 심장재활치료의 참여율이 매우 낮은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한다.

심장질환이 발생한 사람은 이미 심장혈관 대부분이 병들어있는 상태이기에 언제든 병이 재발할 수 있는 고위험군에 속한다. 미국 메이요클리닉에서 심근경색 환자를 10년간 추적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심장재활에 참여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사망률이 47%, 재입원율은 25% 감소했다.

국내에서 실시한 연구 결과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즉, 심근경색이나 협심증 후 막힌 혈관을 뚫어 정상으로 회복되고 가슴 통증을 없애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질환의 재발과 사망 위험을 줄이기 위해 심장재활치료까지 필수적으로 거쳐야 한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비만, 신체활동 부족, 과도한 스트레스, 우울증과 같은 심장질환의 위험요인은 적절한 약물치료와 생활습관 개선만으로도 제거할 수 있다. 특히 규칙적인 신체활동은 심장질환 환자에게 필수적이다. 안전한 운동 수행과 건강한 생활습관 유지에 도움을 주는 것이 바로 심장재활치료다.

심장재활치료를 받으면 심폐지구력, 즉 최대 산소 소비량이 증가해 가슴 통증이나 호흡곤란, 피로 등의 증상 없이 운동할 수 있는 강도가 늘어 회복이 빨라지고 일상생활에 더 생산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된다.

또, 혈중 콜레스테롤 농도가 낮아져 관상동맥질환의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심장재활치료는 심장질환을 처음부터 예방하고, 위험인자를 찾아내 교정함으로써 재발을 막아 삶의 질을 향상하는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심혈관질환 환자들은 심폐운동기능의 저하로 숨이 차고 기운이 없으며, 쉽게 피로하거나 운동에 대한 불안감 탓에 운동을 기피한다. 운동을 하더라도 그 강도가 약하면 효과가 떨어지고 강도가 높은 경우에는 혈압과 맥박수가 과도하게 상승해 심장에 부담을 줄 뿐 아니라 위험한 상황까지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적절한 강도로 효과적인 운동을 하기 위해서는 환자 개인의 상태에 따른 맞춤형 운동 처방이 필요하다. 이는 혈당이나 혈압 수준에 따라 약물의 선택을 바꾸거나 같은 약이라도 용량을 올리고 내려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심장재활치료는 선별검사를 통해 심장발작의 위험성을 확인하고, 고위험군에 속한 환자에 대해 일정 기간 병원 내 감시 하 운동을 실시해 안전성을 확보하고 있다. 저위험군 환자에 대해서는 환자의 심폐지구력 수준에 맞는 개별 맞춤 운동 처방과 함께 기본적인 운동 교육 후 가정에서 자가운동을 시행하도록 하고 있다.

용인세브란스병원 심장혈관센터에서는 개원 초부터 심장내과, 흉부외과, 재활의학과 전문의 간의 협조로 이러한 체계화된 심장재활치료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약 1200여 명의 환자가 이 프로그램을 거쳤다.

이렇듯 심장재활은 전 세계적으로 그 효과와 안전성이 증명됐음에도 불구하고 치료를 방해하는 여러 원인으로 인해 그 참여율이 많이 낮은 상황이다. 국내에는 심장재활이 가능한 병원이 매우 부족한 상태이며, 환자의 심장재활에 대한 인식 또한 부족하다.

시간적 어려움, 교통 불편, 보호자의 부재 등 다양한 방해 요인도 존재한다. 심혈관질환 환자에게 심장재활치료는 선택이 아닌 필수 요소인 만큼, 심장재활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과 치료 환경의 개선이 동반되어 더 많은 환자가 삶의 질을 높이는 데에 도움을 받을 수 있길 바란다.
 

▲ 용인세브란스병원 심장혈관센터 이태임 교수 ⓒ 용인시민신문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이태임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용인세브란스병원 심장혈관센터 교수입니다.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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