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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맞나? 눈을 크게 뜨게 하는 전시

홍주영 사진 초대전 '색의 대지', 인사동 갤러리인사1010에서 22일까지

등록|2023.04.20 16:14 수정|2023.04.21 08:07
[기사 수정 : 21일 오전 8시 9분]
 

▲ 홍주영 I '색의 대지(Land of Color)' #2315 100×150cm pigment print 2023 ⓒ 홍주영


홍주영(Hong, Ju Young) 작가의 '색(色)의 대지' 사진전이 인사동 '갤러리인사1010(종로구 인사동 10길10)'에서 오는 22일까지 열린다.

그는 2007년, 꽃의 절정을 얼음에 담아 초접사 렌즈로 찍은 '꽃' 사진이 큰 반향을 일으켜 '얼음꽃 사진작가'라는 별칭이 붙었다. 그때 그가 미세한 꽃을 찍었다면, 지금은 광활한 밀밭을 찍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최신작 30여 점이 선보인다.

그는 왜 사진을 찍을까? 작가 노트에 "인공의 빛과 달리 자연의 빛과 색채는 온 세상 어디에서나 충만하다. 그것은 우리에게 말할 수 없는 위안과 풍요로움을 준다. 이런 빛과 색의 움직임이 보여주는 '율동과 감성'을 내 작업의 과제로 삼는다"라고 적었다.

이번 전시는 두 섹션으로 나눈다. 첫 번째는 '색의 대지'. 미국 서부 워싱턴주 동부와 오리건주 북동부, 아이다호주 서북부 주에 있는 밀밭 '팔루스' 주변을 찍었다. 두 번째는 '색울림'. 미국 서부 샌디에이고 바닷가에서 찍은 것이다.

작가가 미국에 체류하면서 자연 속에 담긴 신기하고 풍부한 색감을 잡아내는데 여기보다 좋은 장소가 없다고 본 것이다.

[1섹션] 색의 대지(Earth of Color)

그러면 우리에겐 낯선 곳 팔루스(Palouse) 어디인가? 미국 서부 워싱턴주에 있다. 구릉이 많은 밀밭이다. 인구 1천 명이 사는 소도시인데 면적은 남한의 70% 정도란다. 이곳은 빙하기 형성된 갯벌과 언덕이 지금은 광활한 언덕이 되었다. 작가가 올봄에 여길 찍은 것은 구역마다 황톳빛, 푸른빛, 노란 유채꽃 등이 펼쳐내는 장관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 홍주영 I '색의 대지(Land of Color)' #2313 66.7×100cm pigment print 2023 ⓒ 김형순


밀, 보리, 유채 등 농작물과 미니어처같이 보이는 헛간, 농작물 재배로 지나간 트랙터 흔적, 농민이 간 밀밭 언덕의 곡선이 기하학무늬로 보이는 착시현상을 사진에 담으려 한 것 같다. 작가는 이걸 앵글과 카메라 붓으로 스케치한 셈이다.

기존 사진가들도 해발 1100미터 언덕 '스텝토 뷰트(Steptoe Butte)'로 올라가 많이 촬영했지만, 홍 작가가 보기에 그것으로 성이 차지 않았다. 아무리 높은 곳에서 찍는다 해도 평지라 한계가 있고 해서, 어떻게 할까 고민스러웠다. 결국은 경비도 만만찮게 들고, 경비행기 조종사를 수소문해야 하지만 결국 항공 촬영 밖에 길이 없다고 생각했단다.

겨우 조종사를 찾아냈지만 또 문제가 발생했다. 당연히 안전띠를 매고 사진을 찍지만, 그렇게 하다 보면 작가가 원하는 시야를 잡을 수 없었다. 결국, 경비행기 문짝 하나 떼어 시야를 확보하고 사방팔방으로 촬영하기 위해 상체를 X형 밧줄로 묶어야 했다고. 그런 장면을 상상해 보면 아찔하다. 그러나 작가는 말한다. 작업에 몰입하다 보면 그런 걸 다 잊어버린다고.
 

▲ 홍주영 I '색의 대지(Land of Color)' #2323 66.7×100cm pigment print 2023 ⓒ 홍주영


이렇게 힘든 과정을 통해 찍은 밀밭 사진은 봄에 찍은 것이라 그런지 사진의 색조가 녹색이다. 다채로운 녹색의 대향연이다. 작가도 녹색을 매우 좋아한단다. 그의 안경테도 그의 폰 덮개도 녹색이다. 코로나 홍역을 치르고 요즘처럼 전쟁과 경제 불황으로 스트레스가 많은 현대인의 마음에 안정감을 주는 데 이보다 더 좋은 색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홍 작가는 이곳을 여러 번 방문하면서 특히 봄 풍경에 압도당했다. 그러다 보니 이곳 구석구석 속살마저 다 찍어보고 싶다는 사명감마저 느낀 모양이다. 가장 자연스러운 색감을 잡기 위해 새벽 4시~5시를 택할 수밖에 없었단다.
 

▲ 홍주영 전시장 내부. 관객들 전시를 즐기면서 자리를 쉽게 떠나지 않는다 ⓒ 홍주영


이번 작가의 목숨을 건 헌신과 노력이 먹혔는지 "사진이 회화인가 했다!"라며 관객들 반응이 뜨겁단다. 뭔가 새롭다는 것, 뭔가 대체 불가능한 것에 관객들이 반응을 일으킨다.

그의 방명록을 보면 관객들이 그냥 자신의 이름만 적는 게 아니라 "색의 향연, 색의 감정이라는 말처럼 이번 사진전 대단합니다!", "환상적 색감과 역동적인 분위기가 힐링이 됩니다!", "이런 색과의 대화가 내 큰 행복을 줍니다!", "놀라운 작업입니다!" 등 공감을 많이 표시했다.

[2섹션] 색울림(Resonance of Color)
 

▲ 홍주영 I '색울림(Resonance of Color)' #2305 66.7×100cm pigment print 2023 ⓒ 홍주영


두 번째 섹션 작업은 '색울림'이다. 이 섹션 작품은 미국 샌디에이고 해변에서 한 작업이다. 때로 다양한 색채로 염색한 천을 활용해 색채감이 더 강력하다. 자연의 빛을 흡수한 색의 발현이라 더욱 눈부실 수밖에 없다. 그런 색의 감각은 추상적 효과마저 유발하기에 더 현대적이다. 그는 이렇게 그만의 독특한 사진미학을 연출한다.

최재혁 미술평론가는 그의 사진전에 대해 "마치 작가가 마치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자연의 연출한 풍경, 빛과 바람과 색채를 총괄한 것 같고, 때로는 초점이 어긋나거나 피사체의 그림자를 넣어 형태를 모호하게 하거나 역동적이고 몽환적 느낌을 선사한다"고 평했다.

바람에 흩날리는 천의 움직임은 마치 리듬에 맞춰 춤추는 무희라고 할까. 빛과 색을 통해 우리에게 오감을 다 만족시켜 주는 '공감각(synesthesia)'의 극대화를 시도한 것이다.   
 

▲ 홍주영 I '색울림(Resonance of Color)' #2303 66.7×100cm pigment print 2023 ⓒ 김형순


이런 시도는 바로 서양 현대시의 아버지라 불리는 '보들레르'가 내세운 '빛·소리·향기'를 합치는 '조응의 미학(correspondence)'과 통한다. 다시 말해 시각적 요소인 색은 빛에 의해 청각적 요소인 소리와 후각적 요소인 향기를 더해 공감각적 울림을 극대화 하는 것이다. 홍 작가의 사진은 이렇게 시각을 넘어 청각, 후각으로 그 차원을 확장해 나간다.

두 섹션을 잠시 비교해보자. 1섹션이 작가의 손길을 최소화해 자연스러운 색채미를 최대로 살렸다면, 반면 2섹션은 물과 바다, 숲과 바람의 상쾌한 향기, 해변의 비릿한 냄새도 들어간 자연과 인공의 미학을 세련되게 혼합된 하이브리드 효과를 냈다고 볼 수 있다.

홍 작가는 "마음의 색이 곧 마음의 울림이 될 수 있다"라고 말한다. 사진으로 자연에 내재한 빛과 색의 아름다움을 내보일 때 사람은 마음의 울림을 느낄 수 있다고 믿는다. 그는 결국 사진으로 포착한 감정의 언어를 총체적 공감각적으로 사람들에게 전하려 한 것이리라.

홍주영(Hong, Ju Young) 사진가 소개

[학력] 그는 20대 외국어대학교를 졸업 후, 포스코에 입사해 브라질 '상파울로' 사무소장으로 근무하다 퇴사 후, 50대 중앙대 예술대학원 영상예술학과(사진전공)에 입학한 후 수석으로 졸업했다. 그리고 상당 기간 미국에서 거주해 그곳 자연을 잘 이해하는 작가다.

[수상] 2008년-제4회 뉴욕세계미술대전(4th NY World Art Festival)과 2009년-제5회 뉴욕세계미술대전(5th NY World Art Festival)에서 연속해서 예술가상(Artist Award)을 받다

[개인전] 2023년 '인사1010' 갤러리 '초대전'(서울), 2014년 하나은행 '기획초대전' 하나은행 압구정PB센터(서울), 2010년 안산국제아트페어 '초대전, 2009년 UN본부 '초대전'(뉴욕), 2009년 포스코미술관 '초대전'(서울), 2008년 NY Korea Art Center(뉴욕)

[작품소장] 상파울로국립대(상파울로), 고려대박물관, 국립중앙도서관, 중앙대의료원, 국회도서관, 금융감독원. 주한브라질대사관, 포스코미술관, 삼성의료원 외 여러 병원 그리고 다수
덧붙이는 글 홍주영 작가 2019년 오마이뉴스 기사 http://bit.ly/17E7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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