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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서 발견된 마약, 교사가 아이들에게 다가간 이유

[리뷰] 넷플릭스 영화 <기간제 교사>

등록|2023.04.21 15:14 수정|2023.04.21 15:14

▲ 넷플릭스 <기간제 교사> 포스터 ⓒ 넷플릭스


중학교 영어 교과서에는 '국어'를 'Language arts'라고 표현한다고 한다. 'arts'라, 막상 배우는 학생들은 'art'가 될 수도 있는 'language'에 대해 공감할까? 여기 책 한 권을 쓴, 하지만 이제 대학 교수 임용에서 탈락한 '전직' 문학 교수가 있다. 그렇다면 그가 가르치는 'language arts'라면 다를까? 그런데 그가 학생들을 만나게 된 학교가 심상찮다.

넷플릭스 신작으로 공개된  <기간제 교사(The Substitute)>는 2022년작 아르헨티나 영화이다. 아르헨티나는 남미 대륙에서 가장 넓은 영토를 가진 국가이다. 하지만 대다수 남미 국가들이 그렇듯이 정치적 혼란과 경제적 위기가 반복되는 상황 속에 있다. 특히 오래전 <에비타>라는 뮤지컬에서 널리 알려진 'Don't cry for me Argentina'라는 노래로 유명해진 페론 대통령 부부의 영향력이 아직도 남아있을 정도로 민주적 정치 체제의 확립이 국가적 화두가 되고 있다.

특히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들 중 25%만이 정상적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할 정도로 교육의 문제가 심각하다. 바로 그런 교육 현장에 <기간제 교사>의 주인공 루시오가 '기간제 교사'로 임용되었다.

문학이 필요 없다는 교실에 선 기간제 교사 

첫날 수업에 들어선 교사 루시오는 학생들에게 질문을 한다. '문학'의 의미에 대해, 그러자 학생들이 답한다. 자신들은 책을 읽지 않는다고.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 그리고 문학이라는 게 살아가는 데 하등 쓸모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아니 애초에 그런 질문을 던지는 루시오를 '무슨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를 하냐'는 식으로 쳐다본다.

허긴 루시오가 간 공립학교란 곳의 분위기가 저런 답이 나오는 게 이상하지 않을 정도이다. 뒷자리에서 자는 학생을 좀 깨우라고 했더니, 밤늦게까지 공장에서 일했다는 답이 나온다. 학교에서 마약거래 사건이 벌어지자 학부모가 학교를 믿을 수 없다며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겠다고 한다. 정작 기간제 교사로 간 루시오도 하나 뿐인 딸을 사립 학교에 보내려고 다그치고 있는 중이다.

남의 나라 일일까? 예전 아이들이 다니는 공립학교에서 학부모 시험 감독을 들어간 적이 있었다. 시험 시작과 동시에 후다닥 답을 찍고 엎드려 자는 학생들이 과반수가 넘었다. 내로라 하는 사람들의 자식들은 다 '자사고' 행이었다. 그때가 십여 년 전, 지금은 나아졌을까? '마약'이라는 것조차 이제는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닌 우리 청소년의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니. 어쩐지 영화 속 상황이 남의 일 같지 않게 느껴진다. '직유법'과 '은유법'을 암기해야 하는 우리의 국어 시간, 학생들에게 문학의 의미를 질문하면 어떨까? 문학의 의미를 알려주면 '암기'하겠다고 하지 않을까? 아니 말 그대로 'language arts'가 우리 교과 과정에 존재하기는 한 걸까?

학생들의 반응에서 당연하게도 루시오는 '여기 어디? 난 누구?' 하는 자괴감을 받아들었다. 이미 체격은 교사인 루시오보다 더 좋은 학생들, 그들은 이미 저마다의 세계가 있어 좀처럼 루시오가 파고들 여지를 주지 않는다.
 

▲ 넷플릭스 <기간제 교사> 스틸 이미지 ⓒ 넷플릭스


그런데 루시오가 간 학교는 루시오가 어릴 적 자란 동네에 있다. 루시오는 이 동네에 대한 감회가 복잡하다. 그곳에는 여전히 그의 아버지가 있다. 가난한 이들을 위해 무료 급식소를 꾸리고 있는 그의 아버지, 아버지의 건강이 나빠져가듯이 무료 급식소의 상황도 여의치 않다. 모처럼 아버지를 찾아간 루시오, 그런데 아버지는 지원해준 물품을 다시 돌려주러 간다. 내동댕이 치듯 던져놓고 온 물품들, 그건 새로이 시장에 지원한 마약상의 물건이었다.

상황은 복잡했다. 아버지가 무료 급식소를 운영하는 지역은 현 시장과 새로이 시장 출마한 마약상이 정치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가운데 서로가 암묵적으로 '해방구'로 협의한 학교에서 대량으로 마약이 발견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마약을 소지한 루시오 반 학생이 잡혀가고, 또다른 학생은 이와 관련해서 도망치는 신세가 되었다. 경찰들은 학교에 상주하고, 교육청에서는 루시오 수업에 들어와서 대놓고 수업을 감시하려 한다. 교사들은 이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건지 의견이 갈린다.

과연 루시오는 어떻게 해야할까? 그는 그저 기간제 교사일 뿐인데. 첫날 문학이란 세상 쓸모 없는 것이라는 학생들의 답에 씁쓸한 헛웃음을 지었던 루시오, 이혼까지 경험한 그는 자기 삶에서 동력을 이미 많이 잃은 상태이다.

그래도 그는 조금씩 학생들에게 다가가려 한다. '문학'이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쯤으로 여기는 학생들에게 그들이 좋아하는 '랩'을 끌어들이고, 그들의 삶을 글로 쓰는 것을 통해 장벽을 낮춰보려 애쓴다. 그렇게 자기 글을 쓰게 해보니 아이들에게서 비로소 자신의 얘기가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다.

자기 아버지를 '시계공'이라 표현하던 한 학생의 글이 돋보였다. 겨우 학생들과의 접점이 이루어지나 했는데 바로 그 학생이 마약 사건과 관련되어 학교를 나올 수 없는 처지가 된 것이다. 게다가 그나마 수업에 성의를 갖고 대하던 또다른 학생은 학부모가 학교를 가지 말라 막고 있다.

선생으로 거듭나다

영화는 삶의 방관자같던 루시오가 어떻게든 교사로서 학생들에게 다가서려는 과정, 그리고 마약 사건에 얽힌 한 소년을 범죄의 굴레로부터 벗겨내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과정을 통해 맞물려 그려낸다. 경찰이 상주하는 학교를 믿을 수 없다는 학부모를 직접 찾아나서고, 마약상을 찾아가 그래도 학생이 학업을 마칠 수 있는 기회는 주어야 하지 않겠냐고 호소하는 루시오, 그런 루시오에게 마약상은 당신은 누구 편이냐고 묻는다. 그런 마약상에게 루시오는 답한다. '나는 선생이라고.' 그렇게 무기력하고 냉소적이적 문학가는 선생으로 거듭난다.

물론 루시오의 그런 의도가 쉬이 통하는 건 아니다. 마약상은 그를 오물에 던지고, 때로는 위협한다. 그런 가운데 어렵사리 무료급식소를 이끌던 그의 아버지는 병마에 지고 만다. 심지어 딸은 그가 가라는 학교에 가기 싫다고 한다.

루시오는 '선생'이라는 자신의 직분에 그저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간다. 그의 말 한 마디에 뒷자리에서 늘 잠을 자던 학생이 고개를 들자, '그래도 나의 말이 저 학생을 깨웠으니 다행이다'라고 웃음짓듯이 말이다. 꽤나 문학에 소질을 보이던, 하지만 마약상의 끄나풀이었던 소년을 결국은 '범죄'의 늪에서 구제해 낸다.

그렇다고 그가 특별한 사명감을 내세우는 것도 아니다. 그의 말대로, 그는 '선생'이니까. 자신과 임용에서 경쟁하던 교수가 오자, 모임의 자리를 떠났던 아웃사이더는 그렇게 고향의 '인사이더'가 되어간다. 처음 아버지가 자신이 하던 무료급식소를 이젠 네가 맡아야 한다 했을 때 그는 대답하지 않는다. 하지만 다시 개장한 급식소에서 그는 환하게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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