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지사가 미시간대 한인 학생에게 남긴 '희망'
[取중眞담] '경제전문가 김동연'의 2만 5천km '세일즈 외교' 최종 목적지는?
[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기자들이 취재 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롭게 쓰는 코너입니다.[편집자말]
▲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지난 10일 오후(현지 시각) 미국 미시간(Michigan)주 앤 아버(Ann Arbor)시에 있는 미시간대학교 미술관 강당(Helmut Stern)에서 '남 한국학센터' 초청강연을 했다. ⓒ 경기도
▲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지난 10일 오후(현지 시각) 미국 미시간(Michigan)주 앤 아버(Ann Arbor)시에 있는 미시간대학교 미술관 강당(Helmut Stern)에서 '남 한국학센터' 초청강연을 했다. ⓒ 경기도
"좋은 정책을 통해서 제가 이루고 싶은 것을 이룰 기회가 올 것 같다는 희망이 생겼어요."
지난 10일 오후(현지 시각) 미국 미시간(Michigan)주 앤 아버(Ann Arbor)시에 있는 미시간대학교 미술관 강당(Helmut Stern).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강연이 끝나자, 미시간대 경제학과 1학년에 재학 중인 김유진(21)씨가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강당을 가득 메운 300여 명의 청중도 김 지사를 향해 큰 박수를 보냈다.
취임 후 첫 해외 순방... '대한민국 금기 깨기!' 연장선
미시간대 부설 '남 한국학센터'의 초청을 받은 김동연 지사의 이날 강연 주제는 '유쾌한 반란 : 21세기 한국을 위한 제안'이었다. 17세 소년가장이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되기까지의 고뇌를 소개한 '자기 자신에 대한 반란'이 첫 번째 챕터였고, 계층 이동 사다리마저 끊어진 우리 사회의 다양한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아 나서는 '사회에 대한 반란'이 두 번째 챕터였다.
마지막 챕터는 대한민국에 대한 얘기였다. 김동연 지사는 "대한민국의 정치·경제·사회를 아우르는 가장 구조적인 문제인 승자독식 전쟁을 끝내자고 대선 때도 주장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면서 세 가지의 '대한민국 금기 깨기'를 제안했다.
우선 '추격 경제의 금기 깨기'다. 대한민국 경제가 선진국을 따라가지 말고 스스로 가야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스타트업 쿠데타, 미래 성장 산업 먹거리, 빅블러(Big Blur) 대기업, 기후 변화, 탄소 중립, 규제 혁신 등을 예로 들었다. 둘째는 '세습사회의 금기 깨기'다. 자기 입에 물고 나온 숟가락 색깔을 없애자는 것으로, 예를 들어 철밥통, 순혈주의 깨기, 유망직업 수 두 배로, 사회적 가치, 착한 소득격차, 계층이동 사다리 등이다.
셋째는 '기득권 정치의 금기 깨기'다. 거대 양당이 경쟁적인 공생 관계에 있는데, 그 기득권 정치의 금기를 깨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판 승자독식, 청와대·용산 정부, 권력기관 민주적 통제, 시민참여 플랫폼, 솔루션 저널리즘 등을 예로 들었다.
지난 9일부터 19일까지 진행된 김동연 지사의 취임 후 첫 해외 순방은 한 마디로 '대한민국 금기 깨기'의 연장선, 또는 축소판이었다. 해외투자 유치와 청년기회 확대, 혁신 동맹 구축을 위해 인천공항을 출발하며 "첫 출장, 큰 성과 내고 오겠다"던 그의 다짐은 '허언'이 아니었다.
▲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13일 오전(현지 시각) 에어프로덕츠(Air Products, 美 펜실베니아 소재)를 방문해 5천억 원 규모의 투자 협약을 맺은 뒤 수소차 충전 및 시승을 하고 있다. ⓒ 경기도
▲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13일 오후(현지 시각) 미국 뉴욕 렉싱턴애비뉴에 위치한 W본사(ESR그룹 주주사이며 글로벌 사모 주식펀드 회사)에서 물류부동산 개발 및 운영 회사인 ESR켄달스퀘어(주)와 약 3조 원 규모의 친환경 복합물류센터 조성 투자 협약을 맺었다. ⓒ 경기도
김동연 지사는 4조 원이 넘는 투자유치, 미국 유명 대학, 세계한인무역협회(World-OKTA·월드옥타) 등과 '경기청년 사다리 프로그램' 합의, 미국·일본 주요 자치단체와 협력관계 구축이라는 성과를 안고 귀국했다. 9박 11일간 미국 미시간, 뉴욕, 코네티컷, 펜실베니아, 버지니아, 일본 도쿄와 가나가와현 등 총 2개 국가 7개 지역 2만 5천km가 넘는 강행군이었다.
'추격 경제의 금기 깨기!'
김동연 지사가 거둔 4조 3천여억 원의 투자유치액은 역대 경기도지사가 단일 해외 출장에서 기록한 투자유치 규모 가운데 최대다. 규모도 규모지만, 그 내용을 살펴보면 김 지사가 주장하는 '추격 경제의 금기 깨기'가 보인다.
ESR켄달스퀘어(주)와 약 3조 원 규모의 친환경 복합물류센터 유치, 산업용 가스업체 에어프로덕츠사와 5천억 원 규모, 또 다른 산업용 가스 기업인 린데(Linde)사와 5천억 원 규모의 투자협약을 맺었다. 반도체 소재 분야 기업인 미국 인테그리스사는 경기도에 종합연구소를 설립하기로 했다.
반도체 진공 장비 분야에서 세계 최고인 일본 알박(ULVAC)그룹은 평택 어연·한산 외국인 투자산업단지에 기술개발 연구소를 짓고 1,330억 원을 투자해 150여 명 규모의 고용을 창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핵심 소재 포토레지스트 세계 최대 기업인 일본 도쿄오카공업은 평택 포승(BIX)지구에 1,010억 원을 투자해 포토레지스트 제조시설을 구축할 계획이다.
수소, 반도체 산업용 가스 생산, 수소 기반 친환경 물류센터와 반도체 소재 연구소 등 모두 첨단 신산업, 친환경 탄소중립 분야다. 특히 알박은 설립하기로 한 연구소에 한국 연구 인력을 직접 참여시키기로 했다. 경기도는 연구소 설립이 최첨단 설비 개발과 반도체 장비 국산화 촉진으로 이어져, 도내 협력사가 동반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세습사회의 금기 깨기!'
김동연 지사가 청년 기회 확대 측면에서 추진하고 있는 '경기청년 사다리 프로그램'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경기도 청년을 대상으로 해외 대학 연수와 현지 문화 체험을 통해 더 높은 꿈을 실현할 기회를 주고 다양한 진로 개척과 도전 의지를 주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이를 통해 사회적 격차 해소와 계층이동의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세습사회의 금기 깨기'다.
미시간대, 뉴욕주립대버팔로 등 미국 대학 두 곳과 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가 함께 경기도가 진행하는 '경기청년 사다리 프로그램'에 협력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경기도는 미시간대를 포함해 미국과 중국, 호주 등의 대학 및 세계한인무역협회 소속 기업과 협약을 맺고 해마다 300여 명을 '경기청년 사다리 프로그램'에 참여시킬 계획이다.
▲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12일 오후(현지 시각) 미국 코네티컷 댄버리 인테그리스사(Entegris) 기술센터에서 제임스 A. 오닐(Jim O'Neill) 인테그리스사 수석부회장, 이재준 수원시장과 ‘반도체 소재 연구소 투자협약’을 체결하기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경기도
'기득권 정치의 금기 깨기!'
김동연 지사는 "해외 출장 중이어서 조심스럽다"면서도 특파원 간담회 등을 통해 국내외 주요 정치 현안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명확하게 피력했다. 김 지사는 미국 정보기관의 한국 국가안보실 도청 의혹에 대해 "한국이 오히려 미국의 대변인 내지는 옹호하는 듯한 방향으로 나가는 것은 잘못"이라고 했고, 이달 말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정부가) 국빈 방문을 강조하는데, '국빈'이 아니라 '국익'을 위해서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지난달 16일 열린 한일 정상회담을 두고 "굴욕 외교"라며 맹비판했던 김 지사는 일본을 방문해서도 "(일제강점기 강제 동원) 피해자의 동의, 가해자의 사과, 전범 기업의 배상, 다 결여된 3무 방식의 해결"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자신이 소속된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에 대해 "진상규명을 먼저 해 봐야겠지만, 만약에 불법하거나 부당하거나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면 당에서 엄중 대처해야 한다"며 송영길 전 대표의 조기 귀국을 촉구했다. '기득권 정치의 금기 깨기'로 해석된다.
"경기도가 바뀌면 대한민국이 바뀐다!"
"경기도는 한국에서 가장 큰 도이기도 하지만 모든 경제와 산업의 중심이기도 하다. 인구의 4분의 1 이상이 살고 있는 작은 대한민국이다. 대한민국이 갖고 있는 모든 것을 가지고 있다."
김동연 지사가 9박 11일 동안 미국과 일본을 순방하며 사업 파트너들을 설득하기 위해 가장 많이 한 말이다. 김 지사는 또 "경기도가 바뀌면 대한민국이 바뀐다"는 말을 즐겨한다. 김 지사는 미국·일본을 가로지르는 2만 5천km를 내달리며 진정으로 '대한민국의 금기'를 깨고 싶어 했는지 모른다. 김 지사의 '강행군'은 이제 첫발을 뗐다. 그의 최종 목적지는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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