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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적으로 돌리는 윤 대통령의 대책없는 외교

[역사로 보는 오늘의 이슈] 독자적 방책 없이 중국 자극...한중관계 1969년 이전으로 가나

등록|2023.04.21 15:39 수정|2023.04.21 15:39

▲ 4월 1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로이터와 인터뷰 중인 윤석열 대통령. ⓒ 로이터=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한일관계에 이어 한중관계까지 크게 바꿔놓을 조짐이 두드러지고 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가능성을 언급한 일로 인해 주목을 끈 그의 19일자 <로이터통신> 인터뷰는 한러관계뿐 아니라 한중관계에까지 영향을 미칠 만하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한중관계가 한중수교 이전으로 회귀될 가능성이 없지 않음을 보여줬다. 그가 대만과 중국의 양안관계를 언급하면서 대만에 대한 중국의 압력을 현상변경 시도로 평가한 부분은 그런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중국의 압력 행사로 인한 긴장관계 발생과 관련해 그는 "결국 이런 긴장은 힘으로 현상을 바꾸려는 시도 때문에 발생하며, 우리는 그런 변화에 대해 국제사회와 함께 절대적으로 반대한다"고 발언했다.

1992년 8월 24일 발표된 한중수교 공동성명은 제2조에서 "주권 및 영토 보전의 상호 존중"과 "상호 내정불간섭"을 약속한 뒤, 제3조에서 "대한민국 정부는 중화인민공화국 정부를 중국의 유일합법정부로 승인하며 오직 하나의 중국만이 있고 대만은 중국의 일부분이라는 중국의 입장을 존중한다"고 선언했다.

이 성명에 따르면, 대만에 대한 중국의 압력은 중국의 내정에 해당하므로 한국이 간섭할 수 없게 된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이를 중국 내정이 아닌 현상변경 시도로 평가하면서 '절대 반대' 입장을 천명했다. 그가 뒤이어 "대만 문제는 단순히 중국과 대만 사이의 문제가 아니라 북한 문제처럼 글로벌 문제다"라고 발언한 대목은 대만 문제가 중국 내정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을 보다 확실히 하는 일종의 '확인 사살'이다.

두 나라 외교부 갈등 불씨 된 윤 대통령의 발언

19일자 언론 인터뷰에 등장한 외교부 당국자는 "정부는 '하나의 중국'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발언이 '하나의 중국'에 대해 도전적 성격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쉽게 부정하기 힘들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왕원빈 대변인은 20일 정례 브리핑 답변에서 "대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중국인 스스로의 일입니다"라며 "타인의 말참견을 허용하지 않습니다"라고 발언했다. 이렇게 강경한 반응을 보인 것은 윤 대통령의 발언이 그들에게 심상치 않게 들렸기 때문이다.

중국 외교부는 윤 대통령이 양안 문제를 언급하면서 남북관계를 거론한 것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했다. 자국 입장에서 볼 때 남한과 북한은 각각 별개의 국가이지만 중국과 대만은 둘이 아닌 하나라는 이유에서다.

왕 대변인은 "조선과 한국은 모두 국제연합에 가입한 주권국가입니다"라며 "조선반도 문제와 대만문제의 성격과 구조는 완전히 다르며, 근본적으로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은 모든 사람이 다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라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가 윤 대통령을 상대로 '말참견 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던진 일로 인해, 한국 외교부는 20일 싱하이밍 중국대사를 초치해 강력한 항의의 뜻을 전했다. 하나의 중국 원칙에 대해 도전적 입장을 피력한 한국 대통령의 발언이 양국 외교부의 갈등으로 비화된 것이다. 이 원칙의 위상이 한국 내에서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들이다.

앞으로 윤 대통령의 동종 발언이 계속 이어지면, 한국 정부가 하나의 중국 원칙을 공식 파기하지 않더라도 중국 정부는 한국이 그렇게 하고 있다고 인식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경우에 한중관계는 수교 이전의 상태로 사실상 되돌아갈 가능성이 없지 않다.

두 시기로 나뉘는 수교 이전의 한중관계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 연합뉴스


한국이 중화인민공화국의 유일합법정부 지위를 인정하지 않던 1970년대나 1980년대에도 양국 사이에는 별다른 안보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안심할 수는 없다.

수교 이전의 한중관계는 성격상 두 시기로 나뉜다. 1992년 이전은 거의 다 냉전시대과 겹치지만, 이 시기는 닉슨 독트린이 있었던 1969년을 기점으로 성격이 크게 다른 두 기간으로 구분된다.

1969년 이전의 한중관계는 명확한 적대관계였다. 1950~1953년에는 양국이 한국전쟁으로 상호 충돌했다. 도쿄 올림픽 개막 엿새 뒤인 1964년 10월 16일 중국이 핵실험을 한 데서도 느낄 수 있듯이, 이 시기의 중국은 핵개발을 통해 미국뿐 아니라 한국·일본에도 위협을 줬다.

이런 양상이 닉슨 독트린 선언을 계기로 급변했다. 1968년 1월부터 북베트남과 베트콩(남베트남 민족해방전선)에 밀려 베트남전 승산 가능성이 희박해진 미국은 1969년 7월 25일의 이 선언을 계기로 중국에 대한 태도를 공식적으로 바꾸었다. 베트남전 패전으로 자국이 아시아에서 밀려나는 일을 막고자 중국과 전략적 제휴를 맺게 됐던 것이다.

이런 흐름은 미국과 중국이 핑퐁외교를 하고(1971.4.10) 중국이 미국의 지원하에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되고(1971.10.25) 양국이 상하이공동성명을 발표해(1972.2.28) 수교 직전 단계로 나아가는 한편, 미국의 뜻을 대변하는 일본이 중·일 공동성명 발표로 중·일 국교정상화를 이루는 단계로 이어졌다.

박정희가 이끄는 한국은 '코리아 패싱'으로 인해 이 흐름에 끼지 못해 한중관계를 정상화하지 못했다. 하지만 더는 중국과 대놓고 적대할 수 없는 관계가 됐다. 이런 상황이 1992년 한중수교 때까지 계속됐다.

1969년 이전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동북아 상황

지금 동북아 상황은 1969년 이후보다는 1969년 이전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중국이 북한을 도와 남한·미국과 전쟁을 하고 올림픽 잔치 중에 핵실험을 하는 닉슨 독트린 이전 상황으로 차츰차츰 되돌아가고 있다. 윤 대통령의 강성 외교로 인해 이런 기조가 좀더 빨라지고 있다.

1969~1992년 기간에 한국은 중화인민공화국이 주장하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렇게 했어도 중국과의 관계에서 안보 위기가 발생하지 않았다. 동맹국인 미·일이 중국과 제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1969년 이후가 아니라 그 이전과 유사해지고 있다. 윤 대통령마저 이런 흐름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가 하나의 중국 원칙에 도전하고 있다. 미·일이 한중관계를 완충하기 힘든 상황에서, 중국이 가장 민감해 하는 부분을 윤 대통령이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한국 안보에 중대한 과제를 던질 수밖에 없으므로, 한국 대통령은 이런 선택이 가져올 결과에 대해 당연히 대비책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번 로이터 인터뷰는 윤 대통령이 명확한 확신도 없이 그렇게 하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줄 만했다.

그는 북한에 더해 중국·러시아와도 척을 지고 있다. 그런데 그로 인한 결과에 맞설 확실한 준비가 되어 있음을 인터뷰에서 보여주지 못했다. 그는 북한의 위협을 막기 위해 초고성능 고출력 무기 등을 개발하겠다, 강력한 핵공격에 대비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보다 강력한 대책을 마련하겠다 등등의 발언을 했다.

앞으로 그렇게 하겠다고 강조하는 것은 지금 당장은 준비가 돼 있지 않음을 드러내는 것일 수도 있다. 북한에 대한 당장의 대비책도 없으면서 중국·러시아까지 적으로 돌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관계 회귀시키는 대책없는 외교

윤 대통령은 지난 3·1절 기념사에서 일본이 군국주의 침략자에서 협력 파트너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을 두고 <산케이신문> 인터넷판인 <산케이뉴스>의 3월 1일자 기사 '윤씨 연설 반일여론 영합과 결별···실행에는 장벽'(尹氏演説 反日 世論迎合と決別 行動には壁)은 "안전보장상의 위기를 일본과의 협력 없이는 극복할 수 없다는 현실 인식이 배경에 있다"고 평했다. 한국 자체의 힘으로 안보 위기를 헤쳐나갈 자신감이 없기 때문에 그런 발언이 나왔다고 본 것이다.

남의 도움 없이 위기를 스스로 헤쳐나갈 자신감이 없는 지도자가 북한뿐 아니라 중국·러시아마저 적으로 돌리고 있다. 이게 얼마나 위험한지는 굳이 언급할 필요조차 없다. 약소국 대만의 처지에도 당연히 공감해야 하지만, 독자적인 방책도 없이 중국을 자극하는 윤석열 대통령으로 인해 한국 안보가 위태해지는 현실에 위기감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미국과 일본을 믿으면 된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미·일 양국도 자신들의 힘으로 헤쳐나가기 어려우니까 한국·대만·필리핀 등을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라 볼 수 있다. 1969년 이전으로 한중관계를 회귀시키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對)중국 외교는 대책 없는 외교라고 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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