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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인 도망가도 지원 못 받아" 전세사기 대책에도 피해자들 '울분'

정부·여당 특별법 추진 이어 지자체 지원책 쏟아지지만... 실효성에 의구심

등록|2023.04.24 15:08 수정|2023.04.25 12:57

▲ 20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앞에서 전세사기 피해자와 시민대책위 주최로 열린 윤석열 대통령 면담 요청 기자회견에서 피해자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오른쪽은 안상미 미추홀구전세사기대책위원장. 전세사기피해자전국대책위와 시민사회대책위는 ‘정부가 전세사기 대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피해자들의 요구를 선별적으로 수용하거나, 자의적으로 해석해 일방적인 대책을 내놓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며 ‘이런 과정에서 2명이 추가로 안타까운 생명을 잃은만큼 이번만큼은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전세사기, 깡통전세 피해상황과 요구사항을 청취해 대책을 마련해줄 것’을 요청했다. ⓒ 권우성



전세사기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자 정부와 지자체가 뒤늦게 관련 대응책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정작 피해자들은 제대로 된 구제책이 맞는지 의구심을 나타냈다.

박형준 시장 기자회견, 지원책 확대 방안 발표

박형준 부산시장은 24일 피해지원 확대 방안 등 전세사기에 대한 전면적 대응에 나선다고 밝혔다. 피해자들에게 금융·주거·행정적 지원을 추가하고, 단속강화와 예방시스템 구축에 나서겠다는 게 골자다.

우선, 시는 전세사기 피해 확인서를 발급받은 피해자들에게 보증금 대출이자를 2년간 전액 지원한다. 피해 건물의 사용료 체납으로 인한 단전·단수에는 예고장이 가지 않도록 행정적으로 유예한다. 임시거처인 공공임대주택은 기존 84호에서 110호로 숫자를 늘리고, 이사하는 피해자를 위해선 월 40만 원 월세와 가구당 150만 원의 이사비를 부담키로 했다.

이밖에 시는 전세사기 피해 단지에 대해 실태조사를 벌여 선제적으로 법률지원에 나선단 방침이다. 공인중개사협회를 통한 전세사기 예방, 감시기능을 강화해 위험사항을 의무 고지하고, 이행하지 않으면 제재 방안을 마련한다.

경찰과 지도단속, 시 차원의 대응계획도 내놨다. 부산시는 부산경찰청과 전세사기 대응협의체를 가동하고, 행정부시장을 단장으로 하는 자체 전세사기대응 전담팀(TF) 구성하는 등의 방침을 함께 발표했다.
 

▲ 박형준 부산시장이 24일 부산시청 기자회견장에서 부산시의 전세사기 피해 지원 확대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 부산시


이날 시에 따르면 부산에서 확인된 전세사기 피해사례는 현재까지 57건, 68억 원 정도다.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지난 3일부터 가동된 부산시 전세피해지원센터로 접수된 피해 상담만 20일 기준 674건에 달하기 때문이다. 추가 피해 가능성을 우려한 박 시장은 "모든 방법을 찾겠다"며 적극적인 대처를 강조했다.

전세사기 논란이 커지자 정부·여당도 해법 찾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원희룡 국토부장관, 한동훈 법무부 장관,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등은 23일 국회 소통관 공동 기자회견에서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주거안정 특별법' 추진 의사를 밝혔다. 피해를 막기 위해 ▲우선매수권 부여 ▲경매낙찰 위한 저리융자 ▲LH 임대매입 통한 장기전세 등을 마련하겠단 것이 핵심적 내용이다.

여론 악화에 윤석열 대통령 또한 선제적인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지난 18일 이번 사건을 "전형적인 약자 상대 범죄"라고 규정한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정부 대책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점검하고 또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한미정상회담 출국 하루 전인 이날도 수석비서관 회의를 통해 이 문제를 재차 거론했다.

답답함 토로하는 피해자들, 시민단체 "소통 필요"

피해자들은 사후약방문식 대책에 기대를 보이면서도 여전한 불안감을 토로했다. 부산진구의 전세사기 피해자 중 한 명인 A씨는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실효성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대출이자와 관리비 지원 등이 실질적으로 당장 와닿는 방안"이라며 "그런데도 이런 혜택을 다들 받을 수 없다"라고 답답함을 성토했다.

A씨는 "전세사기 피해 확인서가 있어야 한다는데 임대인이 도망갔음에도 임대차 기간이 남았단 이유로 이를 받지 못하고 있다. 판결이 나와야 피해 확인이 된다고 한다. 그러면 시간이 걸리지 않나. 지원을 진짜로 받을 수 있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고 걱정했다.

시민단체도 같은 의견을 표시했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를 지원하는 참여연대의 이주호 사회경제1팀장은 '말로만 대책'이 돼선 안 된다고 꼬집었다. 이 팀장은 "실태를 구체적으로 파악해야 거기에 맞는 대응이 나오는 것"이라며 "현재 서울이나 인천, 부산 등 지자체별 발표 내용이 거의 비슷한데, 피해자들과 적극적인 소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국회 차원 해법에 대해선 조속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이 팀장은 "보증금 채권 매입, 우선매수권 부여 등 여야간 특별법의 내용이 좀 다른데 중요한 건 피해자이고, 피해유형별 다양한 구제책이 있어야 한다. 또 이런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전세 해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이 23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당ㆍ정 전세사기대책 협의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주현 금융위원장, 박 정책위의장,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한동훈 법무부 장관. 2023.4.23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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