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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의 서울행, 입양인의 달라진 삶을 담다

[미리보는 영화] <리턴 투 서울>

등록|2023.04.25 14:28 수정|2023.04.25 14:28
 

▲ 영화 <리턴 투 서울> 관련 이미지. ⓒ 엣나인필름



익숙한 풍경에 익숙한 배우들이 등장하지만 이 영화는 왠지 낯설다. 프랑스로 입양된 한국인, 그 뿌리가 사라짐으로써 의도치 않은 방황을 하게 된 프레디(박지민)는 역시나 우연히도 서울행을 택하고, 생부와 그의 가족을 만나게 된다. 그로부터 완전히 달라지게 된 프레디의 삶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른다.

오는 5월 3일 국내에서 개봉하는 <리턴 투 서울>은 그간 여러 작품에서 소환된 한국인 입양을 소재로 삼고 있다. 세계 10대 경제 대국이지만 세계 입양인구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한국의 현실이다. 자랑스러움과 부끄러움이 공존하는 이 나라를 찾은 프레디의 심경을 일정 정도 거리를 유지하며 지켜보고 있다.

영화는 크게 로드 무비, 그러니까 일본 여행을 계획했던 프레디가 갑작스러운 외부 요인으로 한국행을 택하게 되고 자신을 입양시킨 기관을 통해 생부가 살고 있는 군산까지 찾아가는 과정을 큰 축으로 삼는다. 서울에 근거지를 둔 채 친구 태나와 군산을 오가는 과정은 영화를 연출한 데이비 추 감독의 실제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입양된 프랑스인 친구가 한국을 찾았을 때 동행하면서 영화화를 결심했던 것.

두 정체성의 충돌
  

▲ 영화 <리턴 투 서울> 관련 이미지. ⓒ 엣나인필름


  

▲ 영화 <리턴 투 서울> 관련 이미지. ⓒ 엣나인필름



입양인은 아니지만 감독 또한 이민자 부모와 함께 캄보디아에서 프랑스로 뿌리를 옮긴 경험이 있다. 두 정체성의 충돌을 경험한 감독이 바라본 한국은 그만큼 다채롭고도 외로운 곳이었다. 프랑스 이민자 박지민을 비롯해 기성 배우인 오광록, 김선영 등 한국인이 절대 다수 등장하지만 영화는 낯설게 다가온다. 프레디 감정에 동화되어 갈수록 그의 생부와 생모, 그리고 한국형 대가족을 조금씩 이해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질 것이다.

어떤 극적 반전이나 급격한 성장 대신 영화를 채우는 건 미세한 동요다. 서울과 군산을 오가며 왜인지 모를 외로움과 분노의 감정을 느끼던 프레디는 운명적으로 자신의 진로를 탐색하기 시작한다. 그를 스친 여러 주변인들과 알게 모르게 영향을 주고받은 탓이다. 약 8년의 시간, 세 번의 서울행을 하게 된 프레디는 영화 말미 꽤 탄탄한 내면을 품게 된다.

입양 문제를 겉으로 부각하지 않으면서도 이처럼 세밀하게 접근할 수 있는 또다른 방법이 있을까. <리턴 투 서울>이 해당 소재에 대해 취하고 있는 태도는 그만큼 사려 깊고 진정성 있다. 프랑스에서 설치 미술 작가로 활동 중인 박지민이 감독과 지인의 설득으로 처음 연기에 도전했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전문 연기자가 아닌 배우가 자신의 경험을 십분 녹여 캐릭터를 꽤 완성도 있게 연기한 점도 높이 살 만하다.

한줄평: 섬세하면서도 사려 깊은 접근, 폭발적인 에너지가 공존한다
평점: ★★★★(4/5)

 
영화 <리턴 투 서울> 관련 정보

원제: Retour à Séoul
각본 및 감독: 데이비 추
출연: 박지민, 오광록, 김선영 등
러닝타임: 119분
관람등급: 15세이상관람가
개봉: 2023년 5월 3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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