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진호도 움찔한 '더 타임 호텔'의 살벌함
[TV 리뷰] 티빙 <더 타임 호텔>
▲ 티빙 <더 타임 호텔>의 한 장면. ⓒ 티빙
'시간은 금이다.'
어릴 때부터 수없이 들어왔던 금언이다. 시간이 중요하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우리는 인생의 많은 시간을 허비한다. 그 까닭은 나에게 주어진 시간의 총량을 모르기 때문이다. 하루로 범위를 좁히면 얘기는 달라진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24시간이라는 할당량이 주어지지 않는가. 그럼에도 시간은 추상적인 개념이라 삶에서 이를 명확히 느끼기가 쉽지 않다.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더 타임 호텔>의 출연자들은 체크인과 동시에 스마트워치를 지급받는다. 거기에는 생존에 필요한 시간이 보관되어 있는데, 그 시간이 '0'이 되면 호텔에서 체크아웃 당하게 된다. <더 타임 호텔>에서는 모든 것의 가격이 시간으로 매겨진다. 물과 음료를 비롯한 생필품은 물론이고, 음식도 시간을 써야 구입할 수 있다. 게임 내 이이템도 시간으로 사야 한다.
남는 시간은 '타임 뱅크'에 저축할 수도 있고, 금리에 따라 이자도 (물론 시간으로) 지급받는다. 또, 탈락자를 예측해 시간을 베팅하는 것도 가능하다. 당연히 시간을 많이 보유한 자가 생존에 유리하다. 물가가 상승하기 전에 사재기를 하는 전략을 세울 수도 있다. 가장 중요한 최종 우승자의 상금 역시 스마트워치에 남은 시간을 환산해 측정된다. <더 타임 호텔>에서 시간은 돈이자 권력이다.
"색다른 서바이벌을 만들기 위해 어떤 것을 추가하면 좋겠냐 고민했는데 '호텔'과 '시간'을 떠올렸다. 출연자들이 서바이벌에 몰입할 수 있는 장치이면서도 괴롭힐 수 있는 장소로 호텔을 정했다. 또 24시간 내내 괴롭히고 싶었기 때문에 시간을 화폐로 이용하도록 했다." (남경모 PD)
다양한 게임과 플레이어들의 정치력
▲ 티빙 <더 타임 호텔>의 한 장면. ⓒ 티빙
호텔 생존 서바이벌 <더 타임 호텔>에는 10명의 투숙객이 초대받았다. tvN <더 지니어스>의 초대 우승자 홍진호를 필두로 코미디언 황제성, 미국 노스웨스턴대 출신의 가수 존박, PD 출신 경제 유튜버 주언규, <솔로지옥> 출연자 신지연, 멘사 회원인 전 아나운서 김남희, 배우 김현규, 댄서 모니커, 래퍼 래원, 걸그룹 '시그니처'의 클로이까지 다양한 직업군과 나이대의 출연자가 등장한다.
기본적인 진행 방식은 두뇌 서바이벌의 바이블이라 할 수 있는 <더 지니어스>를 참고했다. 우승자를 가리는 '카이로스 게임'은 <더 지니어스>의 메인 매치를 떠올리게 하고, 그날의 탈락자를 결정하는 '체크아웃 게임'은 데스 매치를 연상시킨다. 또, <더 지니어스>에 데스 매치 지목을 피할 수 있는 생명의 징표가 있었다면 <더 타임 호텔>에는 체크아웃 패스권이 있다.
6화까지 공개된 현재 2:2가위바위보, 코인 시세 조작, 타임 이즈 골드, 전승 가위바위보, 마약왕 게임, 무제한 보석 경매 등 다양한 게임들이 진행됐다. 두뇌 회전, 눈치 싸움, 팀워크 등 다양한 능력들이 요구되는 만큼 매회마다 치열한 경쟁이 펼쳐졌다. 또, 서바이벌의 특성상 일부 플레이어 사이에 '연합'이 형성되면서 플레이어들의 정치력을 관전하는 재미까지 더해졌다.
관건은 역시 '시간'이다. 게임 아이템을 시간으로 사야 한다는 점은 플레이어들에게 고민거리다. 당장의 게임을 유리하기 만들기 위해 아이템을 구입하는 건 합리적 판단이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줄어든 시간은 생존에 불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 살아 남지 못한다면 '나중'을 도모하는 건 무의미하므로 결국 플레이어들은 자신의 시간을 지출할 수밖에 없다.
한편, 그날 시간을 가장 많이 쓴 참가자가 '스위트룸'에 입성한다는 점은 <더 타임 호텔>의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스위트룸의 특전은 공짜로 고급 요리를 맛볼 수 있다는 것 외에 다음 날 게임 정보를 미리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정보의 우위는 결국 게임의 승패를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로 작용하기 마련이다. 또, 먼저 획득한 정보를 통해 플레이어 간에 다양한 딜이 가능하다.
서바이벌 '양날의 검', 연합
▲ 티빙 <더 타임 호텔>의 한 장면. ⓒ 티빙
<더 타임 호텔>은 다양한 게임이 주는 흥미진진함과 호텔 투숙 기간 동안 벌어지는 정치와 배신이 잘 버무려졌다. 여기에 시간 활용 및 관리까지 더해져 색다른 재미를 창출하는 데 성공했다. "호텔 안에서 다양한 분들이 어떻게 시간을 활용하는지 관리 능력을 보는 것도 재미 포인트"라는 남경모 PD의 말처럼, 실제로 몇 초 차이로 승패가 엇갈리기도 해 주의깊게 보면 좋을 듯하다.
물론 아쉬운 점도 몇 가지 있다. 초반 이후 주도권을 잡은 '홍황존(홍진호, 황제성, 존박)' 연합이 점점 더 공고해지면서 별다른 반전 없이 게임이 흘러가는 점은 재미를 반감시킨다. 체급 차이가 현저하다고 할까. 반대편에서 '빌런'을 자처한 주언규가 판을 뒤집으려 애쓰면서 흐름이 엎치락뒤치락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필연적으로 생겨날 수밖에 없는 연합은 서바이벌에 있어 양날의 검이다.
또, 과거 '신사임당'이라는 채널로 활동했던 유튜버 주언규의 '알고리즘 악용', '영상 무단복제' 논란은 프로그램의 홍보에 찬물을 끼얹었다. 주언규는 사과문을 게재하고 활동을 중단한 상태이다. 이 논란으로 <더 타임 호텔>은 공개일을 한 차례 연기해야 했다. 부득이 통편집은 하지 않았지만, 홍보에 치명상을 입었다.
<더 타임 호텔>을 시작으로 28일에는 웨이브 오리지널 <피의 게임2>가 공개된다.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던 시즌 1의 여세를 몰아 인도네시아 발리로 로케이션을 다녀왔을 만큼 스케일이 커졌다. 제작에도 심혈을 기울였다고 한다. <더 타임 호텔>과 <피의 게임2>가 또 한번의 두뇌 서바이벌 전성기를 열 수 있을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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