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만 원 추가하면 쓰레기 시멘트 아닌 집에서 살 수 있다"
[이 사람, 10만인] <당신 집은 안녕하십니까> 펴낸 최병성 환경탐사 전문 시민기자
▲ '당신의 집은 안녕하십니까' 책 표지(황소걸음 출판) ⓒ 황소걸음
"우린 아파트값에만 미쳐있습니다."
최근 <당신의 집은 안녕하십니까>(황소걸음 출판)를 펴낸 최병성 목사는 탄식하듯 말했다. "우리나라 쓰레기 시멘트 소비량이 전 세계 1위"라는 말끝에 던진 푸념이다. 최 목사는 "24시간 동안 쓰레기 시멘트에 갇혀 사는 국민들의 건강과 우리 자녀들의 건강을 위해 이 책을 썼다"면서 "전 국민의 필독서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최병성 시민기자 ⓒ 최병성
최병성 목사는 <오마이뉴스>에 '최병성 리포트(https://omn.kr/1puaw)'를 연재하는 환경탐사 전문 시민기자이다. 글 쓰는 다윗, 1인 군대, 불독, 국보급 기자 등 그간 그가 얻은 별칭만 봐도 기사의 파괴력과 진정성을 엿볼 수 있다. 그는 '대한민국 담임목사'를 자처하면서 전국을 누비며 4대강 사업과 산림파괴 등을 기사로 고발해 왔다. 그 기사는 무참히 죽거나 사라지는 것들 앞에 꽂는 십자가였다.
최 목사가 지난 30여 년 동안 끈질기게 싸워온 핵심 이슈가 이번에 낸 책의 주제이기도 한 '쓰레기 시멘트'이다. 그 와중에 시멘트 재벌로부터 숱한 소송에 걸렸다. 하지만 그는 대형 로펌을 동원한 재벌과의 '나 홀로 소송'에서 모두 승소했다. 골리앗과의 소송전으로 고초를 겪기도 했지만, 이 분야의 전문가라는 게 검증된 셈이다.
쓰레기 시멘트 30년 추적기
이번에 낸 <당신의 집은 안녕하십니까>는 쓰레기 시멘트의 불편한 진실을 추적한 30년간의 기록이다. 최 목사는 전국 시멘트 공장을 수없이 들락거렸다. 사설탐정처럼 불법 현장을 잡기 위해 잠복도 마다하지 않았고, 방사능 쓰레기를 실은 트럭을 5시간여 동안 추적해 현장을 덮치기도 했다. 이 책은 최 목사가 발로 쓴, 온몸으로 쓴 기록인 셈이다.
그간 <오마이뉴스>에 올린 쓰레기 시멘트에 대한 수십 건의 기사에는 생생한 현장과 사진, 국내외 논문과 전문가 인터뷰 등이 빼곡하게 담겨있다. 기사가 한편의 논문이다. 그래서인지 100만 회 넘는 조회수를 기록한 기사도 많다. 독자들이 직접 지급하는 '좋은 기사 원고료'도 주렁주렁 달린다. 또 그의 기사 댓글에는 이런 반응들이 항상 따라붙는다.
"한편의 살아있는 논문이다."
"참 언론인이십니다."
"이런 게 바로 기사다."
"환경부 장관, 아니 국무총리 해야 한다."
지난해 '리영희상'(리영희재단)과 '투명사회상'(한국투명성기구)을 수상한 것도 이런 독자들의 반응과 무관치 않다.
"이 책은 452쪽입니다. 제가 쓰레기 시멘트를 고발하려고 현장을 누빈 30년의 역사를 담았습니다."
최 목사는 "2015년에도 <대한민국 쓰레기 시멘트의 비밀>이라는 제목의 책을 낸 적이 있는데, 그 책이 이론서였다면 이번에는 전문적인 자료와 과학적 데이터, 현장과 사진 등을 많이 확보해서 보다 풍부하고 살아있는 책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 쌍용C&E 동해공장 폐타이어 야적장에서 레미콘 차량들이 세척수를 불법으로 방류하고 있다. ⓒ 최병성
놀이터 모래가 시멘트보다 더 유해하다고?
이 책의 2장 소제목은 '현대인은 24시간 시멘트에 갇혀 살아간다'이다. 쓰레기 시멘트가 국민 건강에 어떤 악영향을 미치는 지를 상세하게 소개한 장이다. 최 목사는 쓰레기 시멘트가 본격적으로 제작되기 시작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사태 이후부터 아토피 환자가 늘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최 목사는 "정부는 그동안 아토피 환자가 늘어나는 원인을 장판과 벽지의 본드 때문이라고 주장해 왔지만, 그 본드가 옛날에는 없었나"라고 반문하면서 "아토피 걸린 아이들이 시골집에 내려가면 깨끗해졌다가 서울의 집으로 돌아오면 다시 재발하는 것은 바로 주거 환경에 문제가 있는 것이고, 그 주거 환경의 핵심인 문제는 쓰레기 시멘트로 지은 아파트"라고 말했다.
최 목사는 또 "정부나 시멘트 재벌들은 그동안 쓰레기 시멘트가 놀이터 모래보다 안전하다고 주장을 해왔는데, 이와 관련된 자료를 다 뒤져서 분석한 뒤 쓰레기 시멘트의 중금속 함량과 비교했다"면서 "시멘트가 놀이터 모래보다 몇백 배나 높게 나타난 데이터를 확보했다. 국민을 속인 증거를 잡았다"고 말했다.
이 책의 3장 '쓰레기 시멘트에는 발암물질 6가크롬이 존재한다'에서는 시멘트의 제조 과정과 국민 건강에 미치는 영향 등을 다뤘다. 최 목사가 시멘트 앞에 쓰레기라는 형용사를 붙인 이유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는 장이다.
가령 IMF 사태 이전에는 석회석에 점토, 철광석, 규석 등을 혼합해서 유연탄으로 열을 가해 시멘트를 만들었다. 시멘트를 만드는 소성로의 길이는 60~70m 정도. 옆으로 누운 형상이다. 이 안의 온도가 1400도 정도 된다.
▲ [이 사람, 10만인] “우린 아파트 값에만 미쳐있다”... 최병성 환경전문 시민기자 인터뷰최병성 오마이뉴스 환경탐사 전문 시민기자(목사)는 최근 ‘당신의 집은 안녕하십니까’(황소걸음 출판)라는 제목의 책을 펴냈다, ⓒ 김병기
"지금은 자원재활용이라는 이름으로 유연탄 대신 폐타이어, 폐고무, 폐유 등 가연성 쓰레기가 다 들어갑니다. 또 점토 대신에 소각재인 분진, 하수 슬러지, 반도체 공장 슬러지, 오니 등을 넣습니다. 석회석을 빼고는 온통 불에 타는 쓰레기, 안 타는 쓰레기가 다 들어가죠.
사람들은 이 쓰레기를 바깥에서 태우는 것으로 착각하는 데 소성로 길이가 70m입니다. 너무 길어서 불을 때면 반대편 끝까지 열이 전달되지 않기에 석회석과 쓰레기를 함께 소성로에 집어넣고 태우면 남은 재가 시멘트입니다. 질량보존의 법칙이 있죠. 온도가 높다고 유해 물질이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우리나라 시멘트에 발암물질이 많은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죠."
다른 나라에서도 쓰레기를 시멘트에 넣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와는 두 가지가 다르다. 시멘트 사용량과 질이다.
최 목사는 "첫째 쓰레기 시멘트를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비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라며 "가령 독일은 우리보다 땅이 3배 크고, 인구도 3배 이상 많은 데 시멘트 생산량이 우리의 3분의 1밖에 안 된다, 아파트 위주의 우리나라 주거문화가 전 세계 쓰레기 시멘트 소비량 1위 대한민국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최 목사는 이어 "쓰레기 시멘트를 가장 많이 사용하면 그 어느 나라보다도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할 텐데 현실은 그 반대"라면서 "시멘트에 대한 유럽의 발암물질 기준은 2ppm인데, 우리나라는 20ppm으로 10배 차이가 난다"고 강조했다.
최 목사는 또 "이런 지적을 하면 환경부와 시멘트 업계는 유럽과 시험방법이 다르다고 해명을 해왔는데,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실에서 조사해 봤더니 그런 주장이 거짓말인 게 드러났다"면서 "국민의 건강을 책임져야 할 환경부가 쓰레기 처리에 급급해서 시멘트 재벌의 편을 들고 있는 현실이 슬프다"고 말했다.
'쓰레기 시멘트'에서 탈출하려면
▲ 강원도를 환경오염 2위 도시로 만든 주요 원인인 쌍용C&E동해공장 모습. 쓰레기를 소각하며 백연뿐 아니라 파란 연기도 뿜어내고 있다. ⓒ 최병성
그렇다면 대안은 뭘까? 최 목사는 오래전부터 시멘트 등급제를 주장해 왔다.
"놀라지 마세요. 최소 몇억 원씩 분양하는 32평 아파트에 들어가는 시멘트 값은 150만~200만 원입니다. 평당이 아니라 총금액입니다. 예전에 시멘트 업계가 시멘트 값 인상한다고 하니 레미콘 업체와 건설업체들이 반발했는데 그때 시멘트 업체가 밝힌 금액입니다. 아파트 가격의 1%도 안 되는 미미한 금액입니다. 여기에 50만 원 정도 추가하면 많은 국민들이 쓰레기 시멘트로 만들지 않은 집에서 살 수 있습니다."
최 목사는 "쓰레기를 넣은 시멘트는 도로나 항만 건설 등에 사용하고, 건강한 시멘트는 주거용으로 분류해 아파트 짓는 데 사용한다면 국민 건강에 이로울 것"이라면서 "이 아파트는 쓰레기 시멘트로 만들지 않았다는 사실만 밝혀도 아파트 가치도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최 목사는 "돈의 문제가 아니라 평생 우리 아이들이 쓰레기로 지은 집에서 살아간다는 게 말이 안 된다"면서 "국민 건강을 도외시하는 정부와 시멘트 재벌을 강제하려면 온 국민이 쓰레기 시멘트의 심각성을 알아야 하기에 이 책은 전 국민 필독서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 '최병성 리포트' 바로가기https://omn.kr/1puaw
▲ [이 사람, 10만인] 산림청의 의심스러운 먹이사슬 : 최병성 환경 전문 시민기자 인터뷰 ⓒ 김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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