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진짜 위기는 사법리스크 아닌 신뢰리스크"
[인터뷰] 원내대표 재도전 박광온 "첫 의원총회 때 돈봉투 의혹 끝장토론, 쇄신해야"
▲ 차기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한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 남소연
한때 민주당은 누구나, 어디에서나 '원팀, 원보이스(One team, One voice, 한 팀 한 목소리)'을 말했다. 한때 그들은 이것이 승리의 비결이라고 여겼다.
"단일한 색으로 가는 것은 통합이 아니다."
민주당의 난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등의 수사 상황에,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또 국민들로부터 '불신'받고 있다. 박 의원은 "정말 뼈아프고 심각한 부분"이라며 "'사법리스크'가 있다고 하는데, 사실 사법리스크를 뛰어 넘는 게 '신뢰리스크'다. 진짜 위기"라고 진단했다. 그는 "국민들은 사안 자체도 심각하게 보지만, 민주당이 어떻게 하나, 태도를 유심히 보고 있다"며 "우리의 태도를 분명하게 보여드려야 한다"고 했다.
박 의원은 당의 진짜 위기를 극복하고 2024년 총선 승리에 보탬이 되겠다며 21대 국회 마지막 원내대표 선거에 출사표를 냈다. 박홍근 현 원내대표에게 고배를 마신 지 꼭 1년 만의 재도전이다. 그는 그 사이 "윤석열 정부의 무능과 폭주로 대한민국이 큰 위기에 직면했다"며 "총선 승리로 거꾸로 가는 나라를 바로잡고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미래과제를 해낼 수 있도록 민주당의 역량을 하나로 모아야 하는데, 그 일을 제가 가장 잘 감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MBC기자였던 박 의원은 2012년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대변인으로 정치에 입문한 '친문(재인계)'이자 2020년 대선 경선 때 이낙연 전 대표를 도왔던 '친낙' 정치인이다. 하지만 그는 현재 당의 상황, 향후 총선 준비 등이 "딱 한 분(이재명)을 놓고 된다, 아니다 이렇게 얘기하는 건 현실적이지 않다"며 '친명/비명'이라는 이분법을 거부했다. "당이 위기 속에서 훨씬 더 절박해졌다"며 '원보이스'가 아니어도 '원팀'이 될 수 있고, 되도록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미일 맞은편엔 중러... 윤 대통령, 굉장히 걱정스럽다"
▲ 차기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한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 남소연
-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국빈방문을 <워싱턴포스트> 인터뷰 '100년 전 일' 발언으로 시끌벅적하게 시작했다. 새 정부 출범 이래 외교·안보 분야에서 논란이 끊이질 않는 상황이다.
"굉장히 걱정스럽다. 외교는 말이든 협약이든 어떤 형태로든 한 번 진행되면 되돌리는 게 굉장히 어렵고, 국익과 직접적으로 다 연결된다. 국민들에게 드러나지 않은 대화들도 있을 텐데, 그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우리 산업과 국민의 삶에 직결되는 사안일 수도 있고.
윤석열 대통령과 현 정부의 외교 좌표는 일본과의 관계 개선, 미국과의 관계 강화가 중요한 축 같다. 좋다. 좋은데, 한미관계가 미일동맹의 하부구조로 자리매김하는 것 같고, 특히 한일관계에서 우리 국민들의 평균적인 역사의식을 완전히 외면하는 일이 벌어졌다. 또 한일관계 개선, 한미관계 강화의 맞은편에는 중국·러시아와의 관계 악화가 있다. 이 문제는 경제적 타격까지 수반한다."
- 야당이자 제1당인 민주당은 어떻게 해야 하나.
"예산이 수반되는 정부의 행위에는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 (우크라이나 전쟁) 무기 지원 이런 것도 다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 정부와 여당은 야당, 국회에 대한 인식을 좀 더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국회는 대통령과 정부를 힘들게 하고자 하는 게 아니라 국민의 삶과 국가의 이익을 지키고자 존재하고, 국정운영의 동반자다. 정말로 자세의 전환, 인식의 전환을 간곡하게 촉구한다.
또 제가 원내대표가 되면 여당 원내대표에게 '민생 우선, 정치 회복'에 합의하자, 그걸 제도화할 수 있도록 국정협의체를 복원하자고 제안하겠다. 또 대선 공통 공약 130개 중에서도 정말 쟁점이 없는 것부터 법을 만들어서 처리하자고 할 생각이다. 그러면서 신뢰가 쌓이면 우리가 그 다음 단계의 이야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정부·여당이 야당을 국정의 파트너로 인정하는 것이 전제다. 야당의 복안보다 대통령실을 포함한 정부·여당의 인식이 매우 중요하다."
"돈봉투 의혹 겸허해야... 신뢰리스크가 진짜 위기"
- 민주당이 '정권 견제'만 말할 수 없는 상황이다.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으로 24일 송영길 전 대표가 조기 귀국한 상황인데, 당의 다음 행보는 무엇이어야 할까.
"검찰이 공정하게, 최대한 빨리 그 결과를 내놓는 것이 필요하다. 다만 민주당은 수사 결과가 나오기만 기다리지 말고 한없이 겸허한 자세로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해 나가야 한다."
- 돈봉투 의혹은 결국 사람들에게 '민주당도 똑같네'란 불신을 전파하고 있다. 전날(25일) 원내대표 후보 토론회에서 "국민들은 윤석열 정권에 절망하면서도 민주당에 대한 실망감을 감추지 않는다"고 말했다. 거슬러 올라가면 연이은 선거 패배 원인 역시 국민의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정말 뼈아프고 심각한 부분이다. 정권이 검찰 수사로 야당을 압박하는 과정에서 당대표와 다른 의원이 포함되면서 '사법리스크'가 있다고 하는데, 사실 사법리스크를 뛰어넘는 게 '신뢰리스크'다. 진짜 위기다.
돈봉투 의혹에 관해선 진실이 어떻게 드러나든, 지금 나오는 얘기만으로도 국민들에게 끝없이 고개를 숙이고 사죄해야 한다. 그리고 확실하게 변하겠다는 의지를 보여드려야 한다. 새 원내대표가 뽑히면 첫 의원총회에서 이 일을 논의할 수밖에 없다. 아침부터 밤을 새워 끝장토론을 해서라도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쇄신방안을 마련해 보여드리겠다. 또 의원들의 총의를 모으는 게 중요하다. 한 분 한 분의 의사를 다 들어보고 싶다.
이 의혹은 시간이 지난다고 (사람들이) 잊어버리거나 없어질 일이 아니다. 국민들이 정말로 '민주당이 진짜 단단히 반성하고 각오를 새로 다지는구나' 하는 느낌을 갖게 해야 한다. 국민들은 사안 자체도 심각하게 보지만 민주당이 이걸 어떻게 하나, 태도를 유심히 보고 있다. 우리의 태도를 분명하게 보여드려야 한다."
- 그런데 '신뢰의 위기'를 말하지만 민주당은 2022년 4월 당시 검찰 직접 수사개시권 축소법안 처리를 위해 탈당 후 무소속으로 법제사법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에 참여했던 민형배 의원을 오늘(26일) 복당시켰다. 하지만 지난 3월 23일 헌법재판소는 절차상의 위법을 인정하지 않았나.
"헌재 결정 이후에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있었다. 당 차원에서 유감을 표명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는데 그때 바로 하지도 못했고, 민형배 의원 건도 견해가 갈렸다. 그가 검찰개혁이라는 대의를 수행하기 위해 희생했는데 개인에게 당의 모든 짐을 지우고 복원 절차를 미루면 당이 무책임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란 의견이 분명히 있었고, 어쨌든 (헌재 결정에서) 탈당 행위에 대한 문제가 분명히 지적됐기 때문에 좀더 신중하게 처리해야 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제 판단으로는 지금 원내지도부 임기 중에 있던 일이라 다음 원내대표에게 이 부담을 넘기는 것은 언젠가 해결해야 할 문제를 계속 미루는 셈이니 이번 원내대표가 해결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 것 같다. 이 부분에도 비판이 따르겠죠. 당내에도 동의하는 분과 아닌 분이 계실 테고. 저도 시간을 두면서 좀 유의해서 보려고 한다.
"시행령 통치 반드시 바로잡아야... 세제 전반 정상화도"
▲ 차기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한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 남소연
- 헌재는 동시에 국회 입법권 자체는 인정했다. 그럼에도 법무부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으로 수사개시권 축소를 사실상 거부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여대야소' 국회 상황을 계속 시행령 통치로 돌파하려고 하는 중이고.
"과거에도 모법의 정신과 완전히 거꾸로 된 시행령을 운용하는 경우가 참 많았다. 아무리 법을 만들어도 이와 다른 시행령으로 행정집행을 하면 국회의 입법권은 껍데기에 불과하다. 미국은 법을 만들면 세세한 부분까지 다 포함시켜서 법 자체가 굉장히 두껍다고 들었다.
반면 우리는 법 조문 몇 개만 만들고 대통령령에 위임해버린다. 입법권의 상당부분을 정부에 넘겨버리는 격이다. 이건 여야가 아닌 국회와 정부의 관계 문제다. 국민의 입장에서 반드시 바로잡고, (국회의 입법권을) 강화해야 한다."
- 국회의 역량 강화를 위해서라도 의원 숫자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또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선거제 개편을 둘러싼 다양한 논의가 진행 중이지만, 현재 규모에선 어떤 제도든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언론에서 300명이란 숫자가 정해질 때의 우리나라 GDP 규모, 예산 규모, 법안 발의 건수 등 객관적 지표를 우리와 인구·경제 규모가 비슷한 유럽 국가들 의원정수와 비교하며 의원정수 증원을 얘기했더라.
하지만 '국민들이 현재의 국회를 신뢰하지 않기 때문에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의원들이 대부분이다. '어느 정도 국민들과 토론을 통해 충분히 공감대를 넓힐 수 있다면 대화가 되는데, 아예 처음부터 얘기를 꺼내자마자 욕을 먹게 돼 있다'는 뜻이다. 이러니까 전혀 진전이 안 된다. 아무리 명분 있는 정치여도, 국민의 반대라는 현실적 한계는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 야당은 입법은 물론 예산으로도 정부를 견제한다. 세수 전망이 4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설 조짐이지만 윤석열 정부는 감세 기조를 꺾지 않는데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윤석열 정부는 영국 트러스 총리의 실각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경제 위기를 감세정책으로 돌파할 수 없고, 구두쇠 재정으로 양극화와 고령화를 해소할 수 없다. 사람에 투자하는 것이 가장 강력한 경기부양정책이고 우리 경제의 포용성을 높이는 길이다. 하지만 이 정부는 이를 무시하거나 오히려 국가경제를 좀먹는다고 생각하는 것 아닌가. 아주 심각한 인식의 왜곡이 있다.
결국 법인세를 비롯해 세제 전반을 정상화해야 한다. 재정건전성이란 구호는 얼마나 허망한가. 세제를 고쳐서 큰 기업들 세금, 법인세를 제대로 받지 않아서 세수가 줄어 다시 빚내야 하는 상황이라면 그게 무슨 재정건전성인가. 원내대표가 된다면 여당 원내대표, 경제부총리와 바로 얘기하려고 한다."
"이재명 없인 안 된다? 이재명 아니면 안 된다? 둘 다 비현실적"
▲ 차기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한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 남소연
- 여러 가지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 총선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최고의 총선전략은 민주당다운 가치에 기반한 미래비전이다. 민주당은 서민과 중산층의 정당, 사람 사는 세상, 저녁 있는 삶, 혁신적 포용국가 등 민주당다운 가치로 국민과 함께 걸어왔다. 유능한 경제정당, 한국형 복지국가 모델을 제시하는 정당, 더는 사회적 죽음이 일어나지 않도록 사회적 약자 보호 비전을 가진 정당, 기후위기 등 대전환 시대 미래의제의 해법을 내놓는 정당 등 시대와 미래정신을 담은 새로운 가치와 비전으로 국민의 마음을 얻겠다."
- 그런데 민주당의 총선전략은 이재명 대표 거취와 연계될 수밖에 없다. '이재명이면 안 된다'는 이들과 '이재명이 없인 안 된다'는 이들 모두 있는 상황이다. 차기 원내대표는 이 모두를 잘 담아내야 할 텐데.
"총선을 앞두고 딱 한 분을 놓고 '꼭 해야 된다, 아니다' 이렇게 이분법적으로 얘기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총선은 당의 모든 역량을 다 동원하는, 총력결집체제이자 과정이다. 다만 이재명 대표는 이미 의총에서 '반드시 총선에서 승리해야 하고, 누구보다 총선 승리가 절박한 사람이 저 이재명이다. 저는 총선 승리를 위해선 어떤 일이든 하겠다'라고 천명했다. 그런 뒤로 사실 이 얘기는 수그러들었다.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든, 우리가 총선 승리를 위해서 당력을 모으려면 당을 변화 위에서 통합시켜야 한다. 그 수단이 소통과 연결이다. 소통과 연결로 우리 당 모든 의원과 기구들이 지혜를 모아 가장 좋은 안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거다. 더군다나 지금 당이 위기를 맞고 있기 때문에 하나가 돼 힘과 지혜를 모으는 일이 훨씬 더 절박해졌다. 이 문제가 당의 단합을 저해하거나 원심력을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하진 않을 것이라고 본다."
- 그 일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박광온이란 뜻인가.
"(웃음) 제가 그 일을 최선을 다해서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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