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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약속 지켰다... 전주영화제 찾은 거장 다르덴 형제

[24th JIFF] 개막작 <토리와 로키타> 기자 간담회

등록|2023.04.27 17:06 수정|2023.04.27 17:08

▲ 27일 오후 전북 전주시 완산구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에서 열린 제24회 기자회견에서 장 피에르 다르덴 감독(왼쪽 네 번째)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벨기에의 거장 다르덴 형제가 택한 첫 내한 장소는 전주였다. 27일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식을 앞두고 진행된 개막작 언론 시사 이후 간담회에 장 피에르 다르덴과 뤽 다르덴 감독이 참석해 작품 세계와 개막작 <토리와 로키타> 관련 이야기를 전했다.

<토리와 로키타>는 벨기에 한 소도시에 사는 외국인 체류자 아이들의 우정을 다루고 있다. 난민이 되는 과정에서 만난 두 소녀, 소년이 남매처럼 지내다가 체류증을 얻고 교육을 받기 위해 대마 불법 거래에 가담하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지난해 75회 칸영화제에서 75주년 특별상을 받은 작품. (관련 기사: 불법체류자 누나의 죽음... 거장이 말하고 싶었던 '처참한 비극').

두 감독은 첫 내한 소감부터 전했다. 2019년 전임 집행위원장 시기에 전주국제영화제 측과 이미 특별전을 진행하기로 합의하고 2020년 행사 때 내한을 추진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취소된 바 있다. 뤽 다르덴 감독은 "처음 한국에 와서 기쁘다. 그간 유명 감독으로만 한국을 알고 있었는데 좋은 감독이 많다는 건 비평 또한 좋다는 걸 의미한다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야기 출발은 신문기사였다. 장 피에르 다르덴 감독은 "수백 명의 외국인 미성년자 아이들이 유럽으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알게 모르게 사라진다는 기사를 보고 현대 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에 시나리오를 준비했다"며 "어려운 난관에서 아이들 우정이 어디까지 갈 수 있나에 중점을 두고 글을 썼다"고 말했다.

전작들과 달리 이번 영화에 토리와 로키타 역을 맡은 파블로와 졸리는 난생 처음 연기를 경험하는 비전문 배우였다. 장 피에르 다르덴 감독은 "전 영화에서도 미성년자, 어린아이가 나올 때 전문 배우의 도움을 받았는데 이번엔 그러지 않았다. 처음엔 걱정도 많았고 스트레스가 많았다"며 "그래도 지금껏 하던대로 모든 컷을 배우들과 함께 5주간 연습했다. 우려가 금방 사라지더라. 이런 과정을 통해 실제 촬영에 반영할 수 있는 아이디어도 생겼다"고 전했다.

뤽 다르덴 감독 "작품 만들 때 이견 없어"
 

▲ 27일 오후 전북 전주시 완산구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에서 열린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 '토리와 로키타' 기자회견에서 뤽 다르덴 감독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모든 영화를 함께 작업해 온 다르덴 형제는 이견을 어떻게 조율할까. 이에 대해서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듯 뤽 다르덴 감독은 "이견이라는 게 없다. 어떤 작품을 하기로 하면 같이 뼈대를 만들고 그걸 기반으로 제가 시나리오를 쓰는데 당연히 형(장 피에르 다르덴)과 통화로 상의한다"며 "제가 검은색 영화를 하고 싶고, 형이 하얀색 영화를 하고 싶다고 해서 회색 영화가 나오진 않는다. 어릴 때부터 같은 부모 밑에서 같이 자라왔기에 그런가 싶다"고 답했다.

이어 뤽 다르덴 감독은 영화적 메시지를 강조했다. 그는 "이 영화 주인공은 어린이들이다. 외국 아이들이고 더구나 부모가 없다. 그만큼 사회에서 가장 취약자"라며 "어린이 자체로도 취약자인데 외국인이라는 사실이 이들을 더 심각한 상태로 몰아간다. 그런 아이들의 우정을 통해 어른들보다 훨씬 고결하다는 걸 보이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 27일 오후 전북 전주시 완산구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에서 열린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 '토리와 로키타' 기자회견에서 장 피에르 다르덴 감독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장 피에르 다르덴 감독 또한 "앞으로 이런 도덕적 양심을 전하는 영화를 또 할지 의문이지만 지금 새로운 시나리오 작업 중이긴 하다"고 알리면서 "그간 우리 영화들 주인공이 사회 중심에서 좀 벗어나 있고 숨겨진 사람들인데 오히려 그들이 우릴 선택하는 게 아닌가 싶다. 한편으론 이 영화를 찍은 도시가 벨기에 세랑이라는 곳인데 철강 산업으로 부흥했다가 사람들이 빠지며 쇠퇴한 곳이다. 이 도시에게 은혜를 갚는 마음으로 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영화엔 단순히 두 아이가 어른의 폭력으로부터 도망다니고 피하는 과정만 묘사된 건 아니다. 이들이 서로 위로하며 부르는 노래 등에서 난민 혹은 이민자의 정서가 깊게 배어 있다. 장 피에르 다르덴 감독은 "벨기에 이민자 2세인 분을 어렵게 섭외해서 파블로와 졸 리가 연습하도록 했다. 벨기에에 정착한 이탈리아 이민자들이 이탈리아 학교를 가면 가장 먼저 배우는 노래더라"고 설명했다.

뤽 다르덴 감독은 "한국 관객뿐 아니라 이 영화를 보시는 모든 분들이 토리와 로키타를 친구처럼 생각했으면 좋겠다"며 "엔터테인먼트 산업 면에서 요즘 영화의 질이 낮아진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블록버스터도 있어야 하고, 코미디 영화도 있어야 하고, 여운을 주는 영화도 있어야 한다. 다양성을 열어놔야 한다"고 현 산업 구도를 짚기도 했다.

한편 간담회에 참석한 정준호 공동 집행위원장은 "감독님들과 직전에 점심 식사하며 영화 이야길 했는데 감독님들이 가장 많이 테이크를 갈 때 82번이나 갔다고 하더라, 그만큼 집요하게 찍는 분들"이라며 "<약속>이라는 영화를 보며 사실주의적인 측면에서 다큐같은 느낌을 받았다. 훌륭하신 두 분이 여러 영화제 제안을 뿌리치고 전주영화제에 와주신 데에 진심 감사하다"고 인사말을 전하기도 했다.

민성욱 공동집행위원장은 "2020년에 오시지 못했을 때 이후에 꼭 오시겠다고 하신 약속을 지키신 것"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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