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1년, 한반도에서 이 책을 쓸 수밖에 없었습니다
[책이 나왔습니다] 내가 책 '한반도 오디세이'를 쓴 이유
연재 '책이 나왔습니다'는 저자가 된 시민기자들의 이야기입니다. 저자 혹은 편집자도 시민기자로 가입만 하면 누구나 출간 후기를 쓸 수 있습니다.[편집자말]
▲ 한반도 오디세이정일영의 신간 <한반도오디세이> (2023) ⓒ 정일영
우리는 광활한 유라시아 대륙과 끝없이 펼쳐진 태평양을 잇는 한반도에 살고 있다. 하지만 한반도의 남과 북은 지난 70년간 서로를 막아서고, 뒤돌아 반대쪽만을 보며 살아왔다. 남북의 이 질긴 악연(惡緣)을 어떻게 다시 풀어 상생의 연(緣)으로 만들 수 있을까?
남북의 질긴 악연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최근 한반도는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긴장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남도 북도, 미국과 일본, 중국조차도 평화를 위한 대화를 모색하기보다는 서로에게 더 강력한 보복을 외치며 대치하고 있다. 이 위태로운 한반도에서 평화의 길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어느 날 문득, 그저 한탄만 늘어놓고 있는 나 자신을 보며 자괴감을 느꼈다. 그래 담벼락에 대고 소리라도 지르자! 그렇게 세상에 작은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 <오마이뉴스>에 연재한 나의 칼럼 <한반도 오디세이>이다. 꼭 1년 전 5월의 일이다.
2022년은 전에 없었던 북한의 도발이 하루가 멀다하고 이어졌다. 새롭게 들어선 윤석열 정부와 한미동맹도 물러설 생각 없이 대응했다. 애초에 한 달에 한 번, 두 번 쓰려던 칼럼은 매주 한 편씩 이어졌고 이렇게 책으로 엮여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올 4월말 나온 동명의 책 <한반도 오디세이>는 그간 연재한 칼럼을 현재의 시점에서 정리한 것이다.
이 책은 지난 1년간 한반도에서 일어난 갈등을 분석하고 그 원인과 해결 방안을 하나씩 찾아가며 엮은 결과물이다. 그야말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한반도 오디세이'이다. 저 호메로스가 노래한 오디세이의 모험처럼, 위태로운 한반도에서 평화의 길을 찾아 헤맸다. 어두운 터널 속에서 대안을 찾지 못해 고통스러웠던 밤들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 고통들이 결과를 만들어냈고 부족한 나의 몸부림에 공감하는 독자들의 응원에 다시 힘을 내곤 했다.
위태로운 한반도, 평화의 길은 어디인가?
<한반도 오디세이>는 여섯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장에서는 새롭게 출범한 윤석열 정부에 대한 기대와 우려를 담았다. 개인적으로 권영세 통일부 장관에 대한 기대가 많았던 만큼 행동하지 않는 '담대한 구상'에 행동할 것을 요구하였다.
2장은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며 스스로 고립의 길을 가고 있는 북한을 다루고 있다. 특히 북한의 위기와 그에 따른 붕괴론에 대해 '위기'를 통해 생존하는 북한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볼 것을 제안했다.
3장에서는 날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는 위태로운 한반도에서 평화의 길을 모색한다. 과거 한반도 갈등의 대당이었던 남방 3각연합(한미일)과 북방 3각연합(북중러)의 재건을 막고 한반도 평화지대를 선언하자고 주장했다.
4장에서는 한반도 비핵화의 역사를 재평가하고 새로운 대안을 모색해 보았다. 특히 미국의 한반도 비핵화 전략이 왜 실패했는지 분석하고 미국이 한반도 평화를 위해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최근 강화되고 있는 핵무장론이 한반도 비핵화의 대안이 될 수 있는지 평가했다.
5장은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돌아보고 새로운 미래를 설계해 보았다. 무엇보다도 남북관계의 불안정이 나약한 남북합의서로부터 시작됐음을 비판하고 법·제도적 보완을 제안하고 있다. 또한 아날로그적 남북관계를 디지털 시대에 맞게 개편할 필요가 있으며 이제는 사회문화 교류가 남북관계의 중심에 서야 함을 강조했다.
6장에서는 길 잃은 통일을 다시 꿈꾸자고 호소한다. 먼저 '당위'가 아닌 '선택'이 된 통일을 냉정하게 평가하고 시민사회가 주도하는 새로운 통일방안 논의를 제안했다. 또한 미래세대가 통일의 국면에서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통일, 남과 북이 함께 논의할 수 있는 열린 통일방안을 준비하자고 강조하였다.
우리 모두 피스메이커가 되자
<한반도 오디세이>를 연재하며 나 스스로의 생각을 정리하고 다시 한번 내가 사는 세상을 이해하는 소중한 경험을 가질 수 있었다. 또한 내가 쓰는 글의 의미와 무게를 새삼 실감하며 겸손해지는 계기가 되었다. 이제 더 많은 이들과 한반도 평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지혜를 나누려 한다. 최근에는 영문 블로그 <The Korean Odyssey>를 통해 세계의 친구들과 교류를 시작했다.
한반도는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의 공간이자 반드시 지켜가야 할 생명의 터전이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우리 스스로 이 소중한 생명을 지켜나갈 것을 제안한다. 더 이상 미국에게, 북한에게, 정권에 우리의 생명을 양도하지 말자. 우리 스스로 피스메이커(peacemaker)가 되어 한반도에서 평화를 지켜내고 통일을 이뤄내자.
덧붙이는 글
글쓴이 정일영씨는 서강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연구교수입니다. 관심분야는 북한 사회통제체제, 남북관계 제도화, 한반도 평화체제 등으로, <한반도 스케치北>, <평양 오디세이> 등 집필에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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