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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희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지 않는 사회, 슬프다"

'다음 소희가 없도록'... 안산 청년들과 함께한 <다음 소희> 영화 상영회

등록|2023.04.28 16:42 수정|2023.04.28 17:59

▲ '다음 소희' 스틸컷 ⓒ 트윈플러스파트너스㈜


"또 다른 '소희'가 얼마나 더 나와야 이 악순환의 고리가 끊어질까요?"

안산청년네트워크와 안산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는 세계노동절 133주년을 맞아 안산의 청년들을 응원하는 <다음 소희> 영화 상영회를 지난 27일 롯데시네마 센트럴락에서 개최했다. 이날 상영회에는 다양한 일터에서 일하는 80여명의 안산 청년들이 참석해 함께 영화를 보고 서로의 이야기를 나눴다.

영화 <다음 소희>는 2017년 1월, 전주 LG U+ 하청업체 콜센터로 현장실습을 나갔던 고 홍수연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다. 특성화고 현장 실습생, 콜센터노동자, 하청노동자의 노동 현실을 우리 사회에 재조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열악한 노동 환경, 경쟁사회 시스템 속에서 살아가는 청년들의 어려움을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며 책임을 전가하는 영화의 내용을 보면서 청년들은 소희에게 깊이 공감했고 책임지지 않는 이들의 모습에 분노했다.

"직장생활을 하며 인센티브 미지급, 가스라이팅, 기간제·단기 근로 계약 문제 등을 적지 않게 목격해왔지만 오늘 영화는 참 가슴 아팠습니다."

"저도 일하는 청년이지만 저보다 더 어린 청년들이 저런 대우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소희의 얘기에 귀 기울여주는 어른이 한 명도 없어서 슬펐습니다. 다음 소희가 또 생기지 않게 같이 사회를 바꿔가면 좋겠습니다."


영화 속 소희는 우리와 다르지만 같은 모습이었고, 그래서 참석자들은 소희의 이야기를 자신의 이야기로 가져왔다.

"버텨야 한다"는 말
 

▲ 별의별 청년 토크 패널 문아람씨가 말하고 있다. ⓒ 김송미


영화를 본 후에는 안산에서 살고 일하는 청년 노동자 3명과 함께 '별의별 청년 토크'의 시간을 가졌다.

먼저 특성화고 졸업생 문아람씨는 "특성화고를 나와 현장실습을 하면서 월급도 제대로 못 받고 초과근무를 심하게 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영화와 현실이 다르지 않음을 말했다. 그는 "나도 소희처럼 담임교사에게 '네가 잘해야 한다. 버텨야 한다. 실습도 학교 생활의 연장이다'라는 말을 들었던 경험이 떠올라 화가 많이 났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한 "지금 얼마 안 되는 청년정책마저 사라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청년에게 필요한 정책 확대가 절실하다"는 바람을 전했다.

또 제조업 노동자 김재윤씨는 "사람을 값싼 노동자원으로 보는 슬픈 현실에서 살고 있다"며 "실제 현실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면 형사가 아니라 가족, 주변 지인들이 움직인다. 더 이상 청년들이 죽지 않게 국가 차원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아르바이트 노동자 김효진씨는 "소희가 들었던 말을 나도 들어봤다. 월급이 밀리는 것이 당연하기도 했고, 당시에 회사가 프랜차이즈 기업이니 내가 싸워도 이길 수 없겠다는 생각에 무력감을 느끼기도 했다"며 "나는 아르바이트로 쉽게 그만뒀지만 소희는 그럴 수 없었을 것 같아서 너무 슬펐고 공감이 됐다"고 말했다. 그리고 "우리 사회가 사람,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고 바랐다.

이어서 현장의 참석자들도 소감을 나눴다. 한 참석자는 "회사에서 실습생과 20대 직원들을 만나는데 영화를 보며 그들이 떠올랐다"며 "청년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안산시 청년정책과 이혜숙 과장도 참석해 "이런 자리를 마련해줘서 고맙다. 사회가 조금씩 변화할 수 있도록 같이 노력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잘하고 있다"... 쏟아진 응원 목소리
 

▲ 상영회에 참석한 안산 청년들. ⓒ 김송미


지난 3월 30일, 특성화고 현장 실습생에 대한 강제 근로와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내용의 '직업교육훈련 촉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수많은 청년 노동자들을 떠나보내고야 법들이 조금씩 마련되고 있지만, 현실 속 청년 노동자들의 삶은 여전히 열악하다. 계속해서 청년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함께 목소리를 내야 하는 이유다.

상영회 장소에서는 참석자들을 대상으로 스티커 설문도 진행했다. 참석자들은 '안산에서 일하는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이 있다면?'이라는 질문에 대해 '노동 환경 개선' '다양한 직업훈련 체험' '경제적 지원' '주거 지원' 등에 투표했고, '일하는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응원의 한마디!'에도 '힘내자' '잘하고 있다' '수고했다' 등 다양한 의견을 남겼다.
 

▲ 참석자들이 '안산청년들에게 필요한 것' 설문에 참여하고 있다. ⓒ 김송미

 

▲ 참석자들이 참여한 설문 투표. ⓒ 김송미


이번 상영회는 청년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안산의 청년단체들이 함께하는 '안산청년네트워크'와 지속가능한 도시 안산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민관협력기구인 '안산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가 함께 개최했다.

이번 <다음 소희> 영화 상영 이후에도 다양한 청년들의 목소리를 듣고, 청년들의 삶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 변화들을 위한 활동들을 지속해서 함께 전개해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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