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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 선물은 안전한 급식... 녹조독 쌀·채소 못 먹여"

아이쿱소비자생활협동조합, 교육희망경남학부모회 등 "안전한 먹을거리" 촉구

등록|2023.05.03 21:46 수정|2023.05.03 22:39

▲ 경남권역아이쿱소비자생활협동조합, 한살림경남소비자생활협동조합, 교육희망경남학부모회는 5월 3일 오전 경남도교육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 아이들을 녹조 독으로부터 안전하게 지켜주세요"라고 했다. ⓒ 윤성효


"우리 아이들을 녹조독으로부터 안전하게 지켜주세요."

학부모들이 101주년 어린이날(5월 5일)을 앞두고 '안전한 먹을거리·학교급식'을 위해 나섰다. 경남권역아이쿱소비자생활협동조합, 한살림경남소비자생활협동조합, 교육희망경남학부모회가 3일 경남도교육청 브리핑실에서 이를 촉구했다.

학부모들은 빈 상자 겉면 등에 "검사부터 해주세요 맘편하게 먹을 수 있게", "녹조독 농산물이 학교급식에 공급되지 않도록 관리하라", "주1회 채식으로 기후위기 건강 OK", "낙동강 녹조물은 우리 아이들을 아프게 한다", "녹조독이 든 녹조라떼 쌀과 채소를 아이들에게 먹일 수 없다"라고 쓴 손팻말을 들었다.

이들은 이명박 정부 당시 4대강사업으로 낙동강에 8개 보가 들어섰고, 이로 인해 해마다 여름철에 녹조가 심하게 발생다고 지적했다. 이후 환경단체는 낙동강 녹조 물로 재배한 농산물에서 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고 발표했고, 이에 학부모·소비자단체들이 대책마련을 촉구한 것이다.

이소영 교육희망경남학부모회 김해지부장은 "언론을 통해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는 소식을 듣고, 예견된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명박 정부 때 4대강사업을 하면서 수질 문제가 제기됐고, 수질이 안 좋은 방향으로 흘러갔다"며 "결국 마이크로시스틴이 아이들의 급식에도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 돼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101주년 어린이날을 앞두고 있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등을 보고 성장한다는 말이 있다. 아이들한테 장난감을 선물해 주는 어린이날이 아니라, 어른들이 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까 생각하다가 안전한 급식이 시급하다는 생각에 나섰다"고 부연했다.

차미정 양산아이쿱생협 이사장은 "녹조독이 들어간 농산물이 나오게 된 원인은 녹조 때문이다. 녹조를 없애기 위해서는 보를 해체해서 물이 흐르게 해야 한다. 일단 녹조 실태조사를 해야 한다"며 "4대강사업, 녹조는 어른들의 책임이다. 아이들의 안전한 먹을거리를 위해 어른들이 잘못을 반성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미애 한살림경남 이사장과 이연정 마산아이쿱생협 이사장은 "아이들한테 특히 미안하고 안타깝다"면서 회견문을 발표했다.

학부모·도민들은 선언문을 통해 "우리 아이들이 누리며 안전하게 살아가야 할 지구라는 집을 자본의 이익과 탐욕에 눈이 멀어 무참히 망가뜨려 놓았다. 정치권은 나 몰라라 하고 있다. 이 순간에도 기후위기와 환경재난은 진행형이다. 결국 우리 아이들의 건강과 생명이 위태롭다"고 경고했다.

이어 "최근 낙동강에서 또다시 들려오는 녹조 이야기에 마음이 무겁다. 수돗물에 녹조가 검출되었다는 사실에 놀란 가슴 쓸어내렸던 것이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2년 연속 농산물에 녹조독이 검출되었다니 분노가 차오른다"고 날을 세웠다.

이들은 "녹조는 치명적인 '독'이다. 녹조물로 생산한 농산물에 녹조 독이 축적되고 있다"면서 "낙동강은 특히 심각하다. 1년 중 거의 절반이 녹조로 덮여있다. 녹조 독은 먹는 물과 농산물에서뿐만 아니라 심지어 공기 중에도 떠다닌다"고 주장했다.

학부모·소비자단체는 "남세균의 독소 중 하나인 마이크로시스틴은 청산가리보다 100배 강한 독성을 지니고 있으며, 간질환·위장염·근 위축성 측삭경화증과 같은 질환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한창 성장기에 있는 우리 아이들의 건강이 걱정되는 이유"라고 우려했다.

이어 "어린이날 가장 큰 선물은 안전한 밥상"이라면서 "그것이 101주년 어린이날을 이틀 앞두고 경남의 어른과 학부모들이 경남의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경남권역아이쿱소비자생활협동조합, 한살림경남소비자생활협동조합, 교육희망경남학부모회는 "정부는 녹조 물로 생산한 농산물에 대해 민관합동조사를 하고, 독성물질 검출 허용 기준안을 마련하라", "교육당국은 환경·학부모·소비자단체와 협의체(TF)를 구성해 녹조 물 농산물 실태조사 및 검사 용역을 실시하라", "강은 흘러야 한다. 정부는 낙동강을 흐르게 하라"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 경남도교육청 관계자는 "재배농가를 현장 방문해 조사했고, 현재 학교급식 식자재로 납품되고 있는 농산물에서는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되지 않았다"라며 "한국농어촌공사를 비롯한 관계 기관에 기준안 마련과 정수 처리 등에 대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경남권역아이쿱소비자생활협동조합, 한살림경남소비자생활협동조합, 교육희망경남학부모회는 5월 3일 오전 경남도교육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 아이들을 녹조 독으로부터 안전하게 지켜주세요"라고 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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