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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디언즈 오브 갤럭시3', 무너진 마블 자존심 다시 세웠다

[리뷰] 3부작 관통한 가족애 극대화... 제대로 만든 시리즈 고별작

등록|2023.05.04 09:43 수정|2023.05.04 09:43

▲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 포스터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다. 단언컨대 최근 3년 사이 발표된 마블의 작품 중 최고작이 나왔다. 지난 3일 개봉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아래 '가오갤3')는 우주의 말썽꾸러기 '스타로드' 피터 퀼(크리스 프랫 분)을 중심으로 대모험을 펼쳐온 이들의 작별인사면서 더할 나위 없는 내용물로 채워진 작품이다. 단독 3부작과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 <어벤져스 : 엔드게임>을 거치면서 웃음, 액션 그리고 감동을 골고루 버무리며 SF영화가 힘쓰지 못하는 한국에서도 나름 골수팬들을 형성하며 사랑 받아왔다.

이른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페이즈4 작품들 상당수가 관객들의 눈높이에 미달하면서 부진을 면치 못했던 터라 <가오갤3>는 그간의 불만을 털어내고 재도약을 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가 부여되었다. 더군다나 연출을 맡은 제임스 건 감독은 마블의 라이벌 업체인 DC스튜디오 CEO로 선임되면서 이번 영화를 끝으로 MCU와 작별을 고하는 터라 <가오갤3>는 유종의 미 이상을 거둬야 하는 부담감이 개봉 이전부터 드리워졌다.

하지만 당초의 기대는 예상을 뛰어 넘는 재미와 완성도에 힘입어 벅찬 반가움으로 바뀌었다. 멤버 로켓(브래들리 쿠퍼 목소리 출연)의 어두웠던 과거사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가오갤3>는 그에게 늘 족쇄처럼 달려 있던 죄책감을 함께 털어냄과 동시에 시리즈 완결을 기념하는 멋진 선물처럼 우리들에게 찾아온 것이다.

위험한, 그리고 마지막 여정에 돌입한 <가오갤> 멤버들
 

▲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3'의 주요 장면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연인 가모라(조 샐다나 분)의 죽음 이후 술에 쩔어 살던 스타로드를 비롯해 드랙스(데이브 바티스타 분), 네뷸라(카렌 길런 분), 맨티스(폼 클레멘티에프 분), 그루트(빈 디젤 분) 등 동료들은 '노웨어'에 터전을 잡고 평소와 다름없는 생활을 이어간다.  그런데 인조인간 아담 워록(윌 폴터 분)의 기습 공격으로 인해 로켓이 큰 부상을 입게 된다.

유전자 실험의 희생물이기도 했던 로켓의 몸에는 킬 스위치가 장착되었는데 그를 살리려면 작동을 멈추게 하는 암호가 필요했다. 이제 로켓이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은 고작 48시간 남짓 뿐이다. 이에 스타로드는 동료들을 이끌고 로켓을 구하기 위한 위험천만한 모험에 돌입한다. 그런데 극의 전개 과정에서 로켓은 과거 생명체 진화에 병적으로 집착한 미치광이 과학자 하이 에볼루셔너리(추쿠디 이우지 분)의 실험과정에서 '89P13'이라는 번호표 달린 생명체였다는 사실이 소개된다.

참혹한 생체 실험을 거쳐 지금의 모습을 하게 된 로켓에겐 또 다른 실험 대상 동물 친구들이 존재했다. 공포에 떨면서도 이들에겐 언젠가 파란 하늘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지만 그 꿈은 에볼루셔너리에 의해 무참하게 짓밟히고 만다. 그리고 세월은 흘러 죽음의 문턱에 도달한 로켓을 잡기 위한 에볼루셔너리의 추적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었다.

<가오갤>을 관통하는 정서, 가족애
 

▲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3'의 주요 장면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가오갤> 시리즈의 캐릭터들은 기존 MCU 및 마블 코믹스 속 슈퍼 히어로들과는 상당히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다. 편의상 외계인으로 분류할 수도 있는 인물들은 저마다 아픈 과거를 지니고 있다. 대부분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혼자가 된 이들은 타인에 대한 경계심을 가진 채 우주를 떠돌며 사고를 치는 게 다반사였다.

그런데 생사를 넘나드는 위기를 극복한 이들은 9년이라는 시간을 거치면서 친구이자 가족이 되었다. 2편의 핵심 인물이자 우주 도둑 욘두마저도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스타로드를 구하기 위해 기꺼이 목숨을 내놓는 아버지로서의 자세를 끝까지 잃지 않았다. 이러한 극중 인물 사이의 관계는 마지막 3편에서 더욱 극대화된다. 과거의 기억이 전혀 없는 가모라만 그들의 행동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지만 말이다.

악당들의 광선총 공격과 우주선들의 습격 속에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 처해도 로켓을 구하기 위해 스타로드는 앞뒤 가리지 않고 에볼루셔너리 집단에 맞서 싸운다. 늘 투덜 거리면서 신경질 내지만 그에게 로켓은 가족 그 자체였던 것이다. 전투 밖에 모르던 네뷸라, 드랙스에게도 이는 마찬가지 감정이 공유되었고 이러한 연대성은 <가오갤> 시리즈를 성공적으로 이끌어온 숨겨진 힘으로 작용했다.

눈과 귀가 모두 즐거운 영화
 

▲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의 한 장면.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한동안 마블 작품 속 심심한 액션신에 불만스러웠던 관객들이라면 이번 <가오갤3>은 그간의 부족함까지 채워졌음을 느낄 법하다. 특히 영화 후반부를 장식하는 퀼, 그루트 등을 중심으로 360도 회전에 가까운 역동적인 전투신 구성은 더 이상 업그레이드될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해진 CG와 맞물려 최상의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한다.

등장 인물들의 심리 묘사를 위한 수단이면서 작품 전개 과정에서 빠짐없이 등장하는 추억의 올드팝 대향연은 이번 작품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수단으로 통용된다. 라디오헤드의 명곡 'Creep'의 어쿠스틱 버전을 시작으로 'Crazy On You'(하트), 'Since You've Been Gone' 등 1970~1980년대를 중심으로 시대를 빛낸 명곡들은 이번에도 강력한 마성의 존재로 관객들을 매료시킨다.

특히 쿠키 영상을 통해 울려펴지는 1편 삽입곡 'Come and Get Your Love'는 엔딩 크레딧 속 전작들의 주요 장면 사진과 맞물려 묘한 감흥을 일으킨다. 뒤이어 들리는 'Badlands'(브루스 스프링스틴)은 앞으로도 계속될 스타로드의 고단한 모험의 여정을 암시하는 듯한 인상을 심어준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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