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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먹인 건설노동자 동료들 "윤석열·원희룡이 인간사냥"

[현장] 양회동 지대장 사망에 민주노총 상경 집회... "윤석열 퇴진" 구호 전면에

등록|2023.05.04 17:38 수정|2023.05.04 18:49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총력투쟁 선포 결의대회를 열고 윤석열 정부의 노조 탄압에 항의해 분신 사망한 고 양회동 강원지부 지대장을 추모하며 묵념하고 있다. ⓒ 유성호


양회동(49)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이 정부의 노조탄압에 항의하며 분신 사망한 가운데, 전국의 건설노조 조합원 수천명이 4일 서울로 상경해 "건설노동자를 죽인 살인정권, 윤석열 정권 퇴진하라"며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건설노조는 "윤석열 대통령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오로지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건설노동자가 죽든 말든 인간사냥을 하고 있다"라며 "정당한 노조활동에 대한 강압수사를 당장 중단하라"고 했다.

건설노조 조합원들은 이날 오후 서울역에 집결해 대통령실이 있는 용산 삼각지역 인근까지 행진했다. 투쟁을 상징하는 빨간 머리띠 대신 '열사정신 계승'이라고 적힌 검은 머리띠를 이마에 둘렀다. 대부분 굳은 표정이었다. '더 이상 죽이지 마라'는 손팻말을 들은 이들은 "열사의 염원이다, 윤석열 정권 퇴진하라", "건설노동자 다 죽이는 윤석열 정권 물러나라"를 외쳤다.

일부 극우단체는 건설노조 집회가 진행되는 2시간여 동안 무대 바로 옆에서 대형 확성기로 "민노총 해체" "건설노조 해체" "귀족노조 해체"를 반복했다. 충돌로 번지진 않았다. 부산에서 올라온 한 30대 건설노동자는 "억울하게 사람이 죽었다는데 고인 가시는 길에 조금이라도 마음을 보태고 싶었다"고 했다.

민주노총, 정권 출범 1년 만에 "윤석열 퇴진" 구호 전면에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총력투쟁 선포 결의대회를 열고 윤석열 정부의 노조 탄압에 항의해 분신 사망한 고 양회동 강원지부 지대장을 추모하며 정부의 건설노조 탄압을 규탄하고 있다. ⓒ 유성호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총력투쟁 선포 결의대회를 열고 윤석열 정부의 노조 탄압에 항의해 분신 사망한 고 양회동 강원지부 지대장을 추모하며 정부의 건설노조 탄압을 규탄하고 있다. ⓒ 유성호


상주 완장을 차고 무대에 오른 장옥기 건설노조 위원장은 "양 지대장이 얼마나 억울했으면 자기 몸에 신나를 뿌려서 불질을 했겠나"라며 가슴을 쳤다. 장 위원장은 "윤석열 정권이 자국의 국민을 살해하고 있다"라며 "정부가 건설노조 16명을 구속시키고, 수천명을 내사하면서 현장에서는 단체협약으로 고용돼있는 우리 건설노동자들을 해고시켜 실업자 상태가 되고 있다"고 했다.

장 위원장은 이어 "우리 건설노동자들은 70년 넘도록 일용직 노예로 취급되며 부려져 왔고, 노동조합을 만들어 우리 힘으로 고용된 건 이제 채 5년밖에 되지 않는다"라며 "그런데도 불구하고 정부는 정당한 노동조합을 공갈 협박이라고 하고, 인간의 존엄을 말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장 위원장은 "양회동 동지의 아들이 '우리 아버지 같은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해달라'고 하더라"라며 "국민을 개, 돼지, 노예로 취급하는 게 이 지배세력이다. 이제 우리 건설노조는 앞뒤 재지 않고 윤석열 정권 퇴진을 위해 전면전을 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노총에서도 '윤석열 정권 퇴진'을 공식 구호로 내세운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정권 출범 1년만이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양회동 동지가 스스로 몸에 불을 붙인 다음날에도 건설노조에 대한 압수수색은 멈추지 않았다"라며 "서민을 죽이는 이 부정한 권력을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진보 정당들도 윤 대통령의 책임을 묻고 나섰다.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는 집회에 참석해 "양회동 열사의 죽음은 윤 대통령이 책임져야 한다"라며 "정의당은 대통령이 직접 유족에게 사과할 것을 공식적으로 요구한다"고 밝혔다. 윤희숙 진보당 상임대표는 "건설노조를 때려잡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건폭' 몰이가 양회동 동지를 죽였다"라며 "윤석열 정부는 지금 당장 건설노조에 대한 탄압을 중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울먹인 동료 노동자 "가방 끈 짧다 했던 형... 이제 정치가 답해달라"
 

건설노조 “소중한 동지 죽인 윤석열 정권, 결단코 용서하지 않을 것” ⓒ 유성호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 앞에 집결해 윤석열 정부의 노조 탄압을 규탄하며 용산 대통령실 방향으로 행진을 벌이고 있다. ⓒ 유성호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 앞에 집결해 윤석열 정부의 노조 탄압을 규탄하며 용산 대통령실 방향으로 행진을 벌이고 있다. ⓒ 유성호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 앞에 집결해 윤석열 정부의 노조 탄압을 규탄하며 용산 대통령실 방향으로 행진을 벌이고 있다. ⓒ 유성호



분신 직전까지 양 지대장과 연락을 주고 받은 동료 김현웅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사무국장은 "동지와 살아서 같이 왔어야 되는데, 불에 탄 시신을 안고 서울로 왔다"라며 손을 떨고 울부짖었다. 김 사무국장은 "자기 몫은 지지리도 못 챙기면서 조합원 일자리 찾겠다고 여기저기 교섭을 다니던 동지였다"라며 "영정 사진을 보고 또 봐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김 사무국장은 "양 동지는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전 '이 공갈 자만 빠지면 좋겠다. 쪽팔리다. 가족들 얼굴을 못 보겠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노동절인 지난 1일 강원도 강릉시 춘천지법 강릉지원 앞에서 분신한 양 지대장은 노조활동의 일환으로 건설사에 조합원 고용과 노조 전임자를 요구했다가 '공갈' 혐의를 받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둔 상황이었다. 양 지대장은 분신 직후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지만 하루만인 지난 2일 숨졌다.

김 사무국장은 "정부의 탄압으로 현재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1000명 조합원 중 현재 600여명 조합원이 일자리가 없다"라며 "아마 회동이 형은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한 것 같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했다.

"회동이형이? 도저히 실감이 안 됐습니다. 언제인지는 가물가물한데, 나중에 지나서 생각해보니 그런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회동이형이 한 번은 '지금 이렇게 싸워선 안 된다, 우리가 이대로는 안 될 것 같다,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한 것 같다, 내 몸 하나 불사를 마음이 돼있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저 술 마시며 지나가는 이야기로 여겼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어쩌면 한참 전부터 마음을 먹고 있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회동이 형이 그런 말을 자주 했습니다. '나는 가방끈이 짧아서 글을 못써'. 그러니까 좀 해주세요. 양희동 열사는 자기 몸을 바쳐서, 세상에 촛불이 되어서 우리에게 호소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사회운동 10년, 20년 하신 분들, 학자, 박사, 정치인 20년, 30년 한 사람들이 이제는 좀 답을 내줘야 되지 않습니까. 이제는 정치가 답해야 하고, 선배 건설노조, 그리고 노동운동 선배 활동가들이 함께 답해야 할 때 아닌가 싶습니다.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총력투쟁 선포 결의대회를 열고 윤석열 정부의 건설노조 탄압을 규탄하며 구호가 적힌 스티커를 경찰 펜스에 붙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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