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상금 내걸고, 애타게 찾는 사람은?
[이 사람, 10만인] 유연 스님(세상과함께 이사장), 제4회 오체투지환경상 공모에 나선 까닭
▲ [이 사람, 10만인] 4회 ‘삼보일배오체투지 환경상’ 공모 나선 유연 스님(세상과함께 이사장) 인터뷰지난 4월 27일, 세종시 장군면의 금선대에서 유연 스님(사단법인 '세상과함께' 이사장)을 만났다. 오는 9월 22일까지 공모에 들어간 제4회 삼보일배오체투지 환경상의 시상 취지와 공모 분야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사)세상과함께 홈페이지 : http://www.twtw.or.kr/ 김병기의 환경새뜸 : http://omn.kr/1zbr3 #삼보일배 #오체투지 #세상과함께 ⓒ 김병기
"삼보일배오체투지 환경상을 알고도 지원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한다는 분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겸손해서겠지요. 마땅히 할 일을 하는 데 굳이 상까지... 이런 분도 있던데, 주변에서 적극 추천해 주세요. 또 동네의 작은 환경 사안이라도 꼭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신다면 함께 연대한다는 의미에서 손을 내밀어 주세요."
제4회 삼보일배오체투지 환경상(이하 오체투지 환경상) 공모에 나선 (사)세상과함께 이사장 유연 스님은 작지만 단단한 목소리로 말했다. 대상과 특별상 등 10개 부분에 걸친 환경상과 기금 수혜자를 찾아 나선 환경상 상금은 2억 2500만원. 국내 최대 규모이며, 순수 민간 차원에서 마련된 지원금이다. 왜 이들은 매년 전국에서 환경을 지키며 고군분투하는 '사람'을 애타게 찾고 있는 것일까?
[세상과함께] 미얀마에 분유 한 통이라도 더 보내려고 발 동동
▲ 유연 스님(세상과함께 이사장)과 함께 하는 아이들 ⓒ 세상과함께
"미얀마에서 오랫동안 공부를 했어요. 그 때 목격한 아이들, 열악한 환경에 있는 어린이들을 개인적으로 돕다가 이 단체가 만들어졌죠. 지금은 국내와 네팔, 인도, 필리핀, 미얀마 등 해외의 배고픈 아이들, 주거 환경이 열악하거나, 교육과 현대의학의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아이들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유연 스님은 대수롭지 않게 툭 던지듯이 말했지만, 특히 미얀마 돕기에 주력해 온 이 단체가 지난 한 해 동안 도운 학생은 6000~7000명에 달한다. 군부쿠데타 초기, 현지 활동가들과의 카톡 대화 등을 통해 보급로를 뚫으려고 애를 쓰면서,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해왔던 이 단체. 지원품을 보내지 못해 애를 태우던 유연 스님을 멀리서 바라봐 왔던 기자, 이쯤 되면 진심이다.
미얀마 군부쿠데타로 생명의 위험에 처한 건 시민군만이 아니었다. 사실상 전쟁통과 다를 바 없는 위급한 상황에서 사찰의 동자승 학교 등에 기거하는 젖먹이 어린아이들도 많았다. 3년 전부터 시작된 '분유 한통 보내기'가 잠시 중단됐을 때, 유연 스님은 각종 SNS를 통해 긴급 구조를 타전했고, 많은 사람들이 이에 호응했다.
"미얀마에서는 아이들이 먹을 쌀도 없는데 분유를 어떻게 구하겠어요. 기독교, 천주교... 종교를 떠나 분유배달을 위한 구호의 손길이 이어졌습니다. 고마운 분들이죠. 지난 한 해 동안 1600명의 아이들이 우리가 보낸 분유를 먹으면서 살아났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무엇보다 기뻤죠."
오체투지 환경상 이야기에 앞서 그간 활동 소개를 요청한 건, 세상과함께가 2020년에 이 상을 제정한 취지가 그간의 구호활동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구호단체가 환경상을 제정한 까닭, 다소 생뚱맞게 여길지 모르겠지만 그간 한 생명이라도 더 살리려고 애썼던 모습과 겹쳐졌다. 환경에 기대 사는 수많은 뭇생명, 훼손을 막으려고 고군분투하는 활동가도 이들이 지원해야 할 소중한 생명체인 것이다.
[삼보일배오체투지] 생명의 존엄 앞에 가장 낮은 자세로
▲ 제1회 삼보일배오체투지상의 상징물 이미지 ⓒ 이철수
▲ (사)세상과함께 이사장 유연 스님 ⓒ 유연 스님
삼보일배(三步一拜). 세 걸음 걷고 한 번 절을 하는 불교 수행법이다. 수경 스님과 문규현 신부는 2003년 3월 28일부터 65일 동안 삼보일배하면서 새만금의 해창 갯벌에서 서울 광화문까지 약 305㎞ 구간을 걸었다. 새만금 개발로 위기에 처한 뭇생명을 살리려는 고행 길이었다.
오체투지(五體投地)도 불교 수행법이다. 4대강사업이 추진될 때인 2008년 9월 4일부터 수경 스님 등은 두 무릎을 땅에 꿇고, 두 팔을 땅에 댄 다음 머리가 땅에 닿도록 절을 하면서 지리산을 출발해 계룡산까지 200여㎞를 59일 동안, 이듬해 3월28일부터 계룡산 신원사 중악단에서 서울까지 하루 4km씩 49일 동안, 아스팔트 위의 자벌레였다. 생명의 길, 평화의 길, 사람의 길을 내걸고 온몸으로 기면서 고행을 했다.
삼보일배오체투지환경상. 세상과함께가 매년 시상해 온 이 상의 명칭만 봐도 이 단체가 추구하는 가치를 알 수 있다. 20년 전에 진행된 삼보일배와 오체투지 행렬에 부분적으로 함께했다는 유연 스님은 "삼보일배오체투지 환경상은 모든 생명의 존엄과 행복을 위해 가장 낮은 자세로 임했던 새만금 삼보일배와 4대강 사업에 반대하며 오체투지 했던 헌신을 되살리려고 제정한 환경상"이라고 말했다.
"우선 제 존재가 스님이잖아요. 이 상이 특정 종교에 얽매여 있는 건 아니지만 불교 계율인 '불살생'(不殺生)은 환경운동과 밀접하죠. 권력과 기업들이 개발논리를 내세워 산을 깎고 강을 파헤치고, 바다를 망치는 것은 모두 생명을 해치는 행위입니다. 물론 개발도 해야겠지만, 파괴되는 자연환경 속에 살아가는 동식물, 저서생물들에게 무차별적인 위해를 가하면서까지 자기만 편하게 잘살겠다고 하는 일, 지역주민과 어민들의 공동체를 파괴하면서 독점적인 부를 독차지하겠다는 것을 두고 볼 수만은 없습니다."
[환경독립운동] 싸움의 현장과 '연대의 상'... 2억2500만 원 군자금은?
▲ 지난 4월 27일, 세종시 장군면의 금선대에서 오마이뉴스를 매월 후원하는 '10만인클럽' 회원이기도 한 유연 스님을 만났다. ⓒ 김병기
유연 스님은 환경운동을 일제 때의 독립운동에 비유하기도 했다.
"일제 치하에서 벗어나야한다는 신념으로 독립운동을 하신 분들이 많죠. 싸움의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을 무엇보다 중시했던 분들이죠. 우리가 그분들을 기억하는 건, 부정의에 맞섰던 정신적 가치 때문입니다. 이 땅의 환경운동가들도 비슷하지 않을까요.
무소불위의 권력과 개발론자들에 맞서 싸우는 과정이 쉽지 않겠죠. 단기적으로 성과를 내는 것도 힘들 겁니다. 하지만 훗날 우리 후예들은 설악산 케이블카에 맞섰던 사람들이 있었다, 강을 파괴하는 권력과 재벌에 맞섰던 인간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할 겁니다.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그 정신만으로도 충분히 상을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세상과함께는 제1회 환경대상자로 4대강사업을 막지는 못했지만, '금강의 요정'으로 불리며 이에 맞섰던 김종술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를 선정했다. 2회 때에는 세게 최대의 원전밀집지역에서 '탈핵' 싸움의 전선에 섰던 경주환경운동연합, 3회 때는 30여 년 동안 설악산 케이블카에 맞섰던 박그림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대표에게 수상의 영예를 안겼다.
싸움의 결과가 아닌 과정에 충실했던 이들에게 대상을 안긴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이 상은 환경활동가들을 위로하고 격려할 뿐만 아니라 함께 전선에 서고자 하는 '연대의 상'이기도 했다. 이들이 매년 대상 수상자의 싸움의 현장으로 '찾아가는 시상식'을 여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올해 시상식 날짜인 11월 19일에는 어떤 현장으로 찾아갈까?
세상과함께가 환경 전사들에게 매년 수여하고 있는 억대의 '환경 군자금'을 어떻게 마련할지에 대해서도 궁금했다.
유연 스님은 "세상과함께에는 환경위원회(위원장 송옥규)라는 부서가 있는데, 일반회원들이 낸 회비가 아니라 그곳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이 갹출을 해서 대부분의 상금을 마련하고 있다"면서 "충분하게 많은 것을 누리고 살만한 분들인데, 심지어 겨울 외투 한두 벌로 버티면서 환경운동가들을 위해 한 푼 한 푼 저축한 돈을 기꺼이 내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 군자금은 정부나 기관, 단체 등의 후원을 받지 않고 10여명의 환경위원들이 순수한 뜻으로 쾌척한 소위 '민족자본'이라는 뜻이다.
[사람을 찾습니다] 환경대상 5000만 원... 10여개 분야에 걸쳐 시상
▲ 2020년에 열린 제1회 삼보일배오체투지상 시상식 장면 ⓒ 김병기
세상과함께는 최근 제4회 오체투지환경상 공모를 시작했다. 오는 9월 22일까지 공모를 받고 이철수 심사위원장(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등 환경 분야 전문가와 사회 인사들로 구성된 심사위원회의 심사와 현장 실사를 거쳐 최종 수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공모 분야는 ▶환경상(대상 1인 또는 단체 5000만 원, 환경상 1인 또는 단체 3000만원) ▶삼보일배상, 오체투지상, 사람상, 생명상(각 1인 또는 단체 1000만 원) ▶공로상, 언론상(각 1인 또는 단체 1,000만 원) ▶나모상 (1인 또는 단체 500만 원) ▶환경연구활동지원기금(00인 또는 00개 단체, 총 8000만 원)이다.
유연 스님은 "올해는 다양한 환경활동을 포괄하기 위해 지원 분야를 폭넓게 변경했고, 환경연구활동지원기금의 경우, 지원예산을 총 3000만 원까지, 사업기간도 3년까지 다년도 사업이 가능하도록 했다"면서 "환경 파괴를 막고 사람, 생명, 평화를 지키기 위해 헌신적으로 활동하는 개인 및 단체의 많은 참여를 기다린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유연 스님은 "공모기간이 5개월로 길게 잡은 까닭은 보다 많은 분들이 이 상의 취지를 알고 참여해주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라며 "헌신적으로 환경운동을 하면서도 상을 받는 것 가체를 꺼리는 분도 계신데, 이런 분들에 대해서는 주변에서 적극적으로 추천해달라"고 당부했다.
삼보일배오체투지 환경상 지원(추천)에 필요한 제출서류 양식은 세상과함께 홈페이지 (www.twtw.or.kr) 환경이야기-오체투지 환경상에서 다운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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