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계 핑계 삼아 불평등 방치... 총선이 코앞입니다
[위기의 충남인권조례, 해법은 ⑪] 모든 영역에서 평등 지향, 흐름 거스르지 말아야
주민발의로 어렵게 제정된 충남 인권 기본조례와 학생인권조례가 폐지될 위기에 처해 있다. 충남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릴레이 기고를 통해 인권조례를 폐지하자는 이들의 주장을 검토하고, 인권조례가 만들어온 변화와 성과, 한계를 살핀다. 나아가 다양한 지역민의 목소리를 모아 인권조례가 지자체 행정과 시민의 삶에 뿌리내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기자말]
▲ 2022년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단식 농성2022년 충남차제연 대표 임푸른님이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 ⓒ 이진숙
저는 논바이너리 트랜스젠더입니다. 네. 종교계에서 인권조례, 학생인권조례의 폐지의 명분으로 삼는 그 성소수자입니다. 보수 기독교 목사들은 말합니다. '인권조례가 동성애를 조장한다. 성소수자가 포함된 인권조례는 나쁜 인권이다.'
조례에 동성애를 조장하는 조항도 없거니와, 권리의 대상에서 누군가를 배제한다는 발상 자체가 인권과는 거리가 멉니다만 그들의 세상은 모두가 평등해서 인권조례, 차별금지법같은 제도가 필요 없나 봅니다.
우리는 기독교의 예배가 코로나 전파의 원흉으로 지목되어 '기독교인=코로나 보균자'처럼 여겨지던 시기를 기억합니다. 그들이 그토록 반대하는 인권관련 법에는 종교에 의한 차별을 금지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헌법에는 국가가 기본적 인권을 보장할 의무를 가진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사회의 다양한 계층들 중 차별에 쉽게 노출되는 소수자들에게 국가는 개입해야할 의무가 있는 것입니다.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실정법이 차별금지법이고, 지역에서 손발의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 인권조례인 것입니다. 행정 및 입법기관이 헌법정신에 투철하다면 인권조례를 장난감처럼 폐지했다가 제정하는 것을 반복할 게 아니라, 제도가 시민들의 삶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떻습니까. 저는 인권제도의 후퇴는 일부 보수 기독교계의 활동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들의 목소리가 과대대표되고 있다는 것이 명백하기 때문입니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차별금지법에 대한 찬성이 반대보다 많다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성소수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또한 이제는 다수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소수의 목소리를 방패삼아 사회적 합의 운운하며 차별금지법 입법을 미루고, 지역민들이 원한다면서 인권조례를 폐지하겠다고 말합니다.
올해 유엔 인권이사회 측이 충남학생인권조례 폐지 움직임에 우려를 표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사실 유엔은 이미 여러 차례 차별금지법 입법을 권고해왔습니다.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대한민국이 포괄적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법이 없다는 것이 국제적 기준에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차별금지법이 없는 나라는 두 나라뿐입니다. 한국과 일본입니다.
민주주의 정신의 요체가 정치권력의 평등입니다. 한국은 이미 민주주의가 정착되어 시민들의 의식은 정치권력 뿐 아니라 모든 영역에서의 평등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차별금지법과 같은 법이 입법되고 행정을 통해 불평등을 줄여나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수순입니다. 이미 선진국들이 경험했던 과정이고, 우리 또한 그 과정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치권에서는 더 이상 이러한 흐름에 거스르려 하지 마십시오.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보수 기독교계를 방패삼아 불평등을 방치하지 마십시오. 그러한 행태를 반복한다면 결국 시민의 선택을 받지 못할 것입니다.
내년에 총선이 있습니다. 이제는 평등을 바라는 시민들의 마음을 반영할 수 있는 정치인들이 전면에 나서기를 바랍니다. 저 또한 제 위치에서 평등한 사회 실현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충남성소수자모임의 대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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