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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품 안 써요, 정말로" 쓰레기없는 불광 카페 '쓸'

매거진 펴내며 제로웨이스트 실천... 배민지 편집장 "느리고 불편하게 하나씩 바꿔"

등록|2023.05.10 17:30 수정|2023.05.10 17:30
서울 은평구 불광동 서울혁신파크 안에는 빨간 지붕을 가진 작고 아담한 카페 '쓸'이 있다. 카페 앞에는 꽃을 비롯한 다양한 식물들이 마중 나와 옹기종기 손님을 반기고 돌길을 따라가면 커다란 나무 대문을 열면 동화 속 집 같은 공간이 펼쳐진다. 구석에는 귀여운 벽난로가 한 편에는 다양한 종류의 제로웨이스트 상품이 있고 또 다른 한 편에 매거진 <쓸>과 테이크아웃을 위한 대여용 텀블러들이 줄 서 있다.

쓰레기를 줄이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시작된 이 공간.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서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 필요했고 이와 관련된 상품을 파는 것이 필요했고 그렇게 사람들과 함께 자급자족하며 공동체 삶을 나누기 시작했다. 공간의 주인장이자 매거진 <쓸>의 배민지 편집장을 만났다.

생산하지 않아, 낭비를 줄이는 실천
 

▲ 카페 쓸 주인장이자 매거진 쓸의 편집장 배민지. (사진: 정민구 기자) ⓒ 은평시민신문


-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삶을 살고 싶은 배민지입니다. 쓸은 Small, Slow, Sustainable, Social Life 라는 뜻으로 쓰레기가 줄어들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카페 쓸과 매거진 <쓸>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 제로웨이스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항상 버려지는 걸 아까워했던 것 같아요. 모아두거나 재활용하곤 했거든요. 그러던 도중 <나는 쓰레기 없이 산다>라는 비존슨 작가의 책을 보게 되었는데, 쓰레기 생산 자체를 줄이는 생활과 실천 방법을 알려주더라고요. 신기하고 재밌었어요. 쓰레기가 생기는 것은 막을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처음부터 줄이는 생활을 보게 된 거죠. 그 이후로 쓰레기를 줄이는 환경에 대해 관심을 갖다보니 그 마음이 직업으로까지 이어졌네요."

- 실천하는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을 것 같아요. 

"처음에는 쉽지 않았어요. 특히 텀블러 들고 다니는 게 참 어려웠어요. 가방에서 새는지 안 새는지도 봐야 하고 잊어버리거나 두고 오는 것도 부지기수고요. 좋은 텀블러는 못 사겠다는 다짐도 들더군요.

이후 하루를 계획해 보는 것을 습관화하고 있어요. 오늘 동선을 쓱 그려보고 집을 나서는 거죠. 멀리 갈 것 같으면 텀블러를 챙기고 사무실 같은 일상의 공간으로 갈 때는 편안하게 몸만 나오는 식으로요."

- 제로웨이스트를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제로웨이스트는 사실 시간을 내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빠르고 편리하게 할 수 있는 것들을 조금은 느리고 불편하게 해야 하는 거죠. 한 번에 다 바꾸는 것보다 지금 내 시간에 맞게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하는 것이 좋습니다. 천천히 차분하게."
   
매거진 <쓸>에서는 사람들에게 쓰레기 없는 생활방식을 제안하고, 관련된 이야기들을 공유한다. 친환경, 동물복지, 지속가능성, 쓰레기 없는 식탁 등 다양한 주제로 담고 있으며 현재 7호까지 나왔다.

카페 쓸에서는 일상에서도 제로웨이스트 생활양식을 알리고 실천할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들을 진행한다. '쓸어담장' 플리마켓을 열어 누구나 즐겁게 즐기며 환경과 쓰레기에 대한 인식과 접근성을 낮추고자 하며, 씨앗모임을 통해 사람들과 함께 텃밭을 가꾸며 먹거리 생산과 소비에 대한 실천을 보인다. 올해부터는 씨앗도서관을 운영하며 토종씨앗을 포함한 70여 종의 씨앗을 대여하기도 하고 기부받기도 한다.

"제로웨이스트 알리고 싶어 잡지부터 만들었어요"
 

▲ 제로웨이스트 매거진 '쓸' (사진: 정민구 기자) ⓒ 은평시민신문


- 매거진 <쓸>은 어떻게 만들게 된 건가요?

"처음에는 제로웨이스트 관련 상품을 파는 상점을 차리고 싶었어요. 그때가 2017년쯤이었는데 사업 투자를 받기가 어렵더라고요. 국내에서는 쓰레기 없이 사는 것 자체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었던 것 같아요. 제로웨이스트나 업사이클 관련 사례가 많지 않기도 했고요. 그렇다면 콘텐츠를 통해 제로웨이스트가 무엇인지를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제작한 것이 매거진 쓸이에요. 처음엔 잡지를 어떻게 만드는지도 몰랐지만 얼른 완성해서 제로웨이스트를 알려야한다는 마음으로 뛰어든 것 같아요."

-사람들이 관심 없을 것이란 생각과 달리, 매체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면에서 화제가 되었던 것으로 알고 있어요.

"어리둥절했어요. 제로웨이스트상점을 열기 위해 고군분투할 때만 해도 쓰레기로는 안 된다, 사업성이 없다 등의 이유로 거절을 당했거든요. 저는 그저 '안 되는 걸 알지만 저는 하고 싶습니다'를 외칠 뿐이었죠. 그런데 웬걸 매거진 제작 펀딩을 했는데 성공한 거예요.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쓰레기에 관심을 갖고 소통하려는 욕구가 있었던 것 같아요."
 

▲ 카페 쓸은 쓰레기와 일회용품이 없는 카페로 텀블러 순환과 시앗모임, 독서모임 등 지구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드는 공간이다. (사진: 정민구 기자) ⓒ 은평시민신문


- 현재 운영하는 카페 쓸에는 어떻게 정착하게 된 건가요? 

"초창기에는 옆 건물에서 상점만 운영하다 지금 건물을 발견했어요. 너무 예쁜데 방치되어 있는 게 아까운거에요. 사람들이 오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옮겨오면서 상점과 카페를 함께 운영했어요. 처음에는 손님들이 일회용기를 이용할 수 없다는 사실에 당황했는데 지금은 삼삼오오 인식이 조금씩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텀블러를 대여해서 사용하세요. 보증금도 없이 무료 대여임에도 텀블러 반납률도 높은 편이에요."

- 작년에 씨앗 모임에 이어서 올해도 씨앗모임을 진행하고 있어요. 특히 올해는 씨앗도서관을 새로 열었다고 들었어요. 

"씨앗모임은 이웃들과 매주 한 번씩 만나 텃밭을 관리하며 작물로 음식도 해 먹는 모임이에요. 사실 먹거리가 유통되고 소비되면서 쓰레기가 가장 많이 나오거든요. 어떻게 하면 쓰레기를 줄일 수 있을까 생각하다, 자급자족이지 않을까 싶었고 직접 생산으로까지 연결된 것 같아요. 처음에는 텃밭 가꾸는 재미로 참여하신 분들이 서로 교류하며 자연스럽게 환경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걸 보면 이런 게 커뮤니티의 즐거움이지 않을까 싶어요.

씨앗도서관은 작년에 채종한 씨앗들을 나누려고 시작했어요. 시중에 판매하는 씨앗들은 채종하더라도 발아율이 떨어지게 조작돼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매년 씨앗을 사게 되는 거고요. 결국 우리 먹거리의 문제와도 연관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발아율 높은 씨앗을 지켜내고 자가채종하며 퍼트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 ⓒ 은평시민신문


- 서울혁신파크 개발 반대 서명운동을 한다고 들었어요. 시작하게 된 취지가 있을까요?

"공간에 있던 기업들이 다 나가기 시작하면서 '정말로 없어지는구나'라는 실감이 확 들면서 서명운동을 시작했어요. 서울혁신파크는 힘을 빼고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어 더 다채롭고 소중한 공간이었다고 생각하거든요. 알면 알수록 무궁무진한 매력을 갖고 있어요. 주변에 생각보다 다양한 생명체들이 살고 있기도 하고 편안하게 자연을 만나고 쉴 수 있기도 하고요. 그래서 없어지는 것이 너무 아깝고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 최근 몇 년간, 제로웨이스트에 대한 인식이 많이 변화하면서 뿌듯한 순간도 있지만, 속상할 때도 있을 것 같아요.

"시민 한명 한명이 조금씩 인식이 변화하면서 실천과 행동이 조금씩 이루어지고 있는데 그런데도 시스템이 받쳐주지 않아 아쉽죠. 개인이 노력하더라도 사실상 기업과 국가도 발맞춰 함께 움직여야 서로 동력이 되어 계속 추진되고 바꿔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결국 어느 한쪽이 아니라 모두가 같이 실천해야 하는 거군요. 쓸이 이루고 싶은 목표도 이와 연결되어 있을 것 같아요.

"궁극적으로는 정부나 기업 차원에서 작은 변화가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예요. 여전히 과정 중에 있고 해나가야 할 일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목표가 이루어졌을 때쯤에는 맨 처음 이루고자 했던 쓰레기 없는 생활을 온전히 실천하고자 해요. 지금은 사업을 운영하다 보니 불가피한 부분들이 발생하거든요. 그때쯤엔 제로웨이스트 생활을 조금이나마 쉽게 실천하며 살 수 있지 않을까요."

- 그런 날이 올 때쯤에 그리고 싶은 미래도 있을 것 같아요.

"자연스러운 미래요. 나무랑 풀들이 하루하루 다름에도 그 바뀌는 모습이 자연스러운 것처럼. 도로를 깔고 건물을 짓고 매번 바뀌려 노력하며 성과를 내야 한다는 욕망보다는 이웃을 만나고 동물과 친하게 지내고 어우러져 함께 살아가는 삶이 있는 미래이길 바랍니다."
 

▲ 카페 쓸 주인장이자 매거진 쓸의 편집장 배민지. (사진: 정민구 기자) ⓒ 은평시민신문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은평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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