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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병원에 가야하지?' 고민될 땐 언제든 찾아주세요"

[인터뷰] 충남 서산의료원 진료협력팀 김은영 간호사를 만나다

등록|2023.05.11 10:47 수정|2023.05.11 10:48

진료협력팀 김은영 간호사(충청남도 서산의료원). ⓒ 최미향


코로나 시국 초기 코로나 병동에서 일하다가 작년까지 재택치료환자 건강모니터링을 했던 서산토박이 김은영 간호사를 지난 6일 만나 어머니의 근황을 물었다.

"(어머니께서) 자주 아프다고는 하시지만 그래도 건강한 편이세요. 재밌는 건 어머니가 70대 후반임에도 불구하고, (경로당에선 나이가 젊은 편이라) 새댁이라고 일 시킬까 봐 경로당에 안 가신다는 사실이에요(웃음). 너무 재밌지 않아요?"

100세 시대라는 말이 나온 지도 벌써 10년이 훌쩍 넘었다. 처음에는 100세라 하면 다들 놀랐지만 이제는 아니다. 자기관리에 따라서는 자신의 나이보다 20살이나 더 어려 보이는 분들도 있다.

김은영 간호사는 현재 충청남도 서산의료원 진료협력팀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녀가 하는 일은 진료협력체계를 이용하여 '의뢰·회송'함으로써 타 의료기관에서도 진료의 연속성을 유지하도록 하는 중재 역할을 한다.

결국 다른 병원으로 가야 하는 경우나 반대로 다른 병원에서 서산의료원으로 오기를 원할 때 '어디로 가지? 어떻게 하지?' 고민이 될때는, 전문성을 발휘하여 속 시원히 도와주는 그녀를 찾으면 된다.

"어르신들이 물어오실 때, 제 부모님이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요. 이런 부분은 젊은 사람도 힘들어하거든요. 내 부모가 막막해 있다고 생각하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수 없잖아요."
 

코로나19가 한창인 때의 김은영 간호사. ⓒ 최미향


- 진료협력팀이라는 말이 생소합니다. 주로 어떤 일을 하는지요?

"저희 팀에서는 지역주민들이 (병원을) 어디로 갈지 고민스러울 때 방문하는 곳이에요. 원내나 원외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상담해드리는 역할을 하고 있죠.

얼마 전에는 90세가 넘으신 어르신이었어요. 귀가 잘 안 들리신대요. 큰 병원으로 가셔야 할 것 같다고 하시면서 저희 팀을 찾아오셨고, 어르신께 맞춤식 큰 병원을 연계해드렸어요. 내심 연세가 많아 걱정을 했어요. 그런데 어르신과 대화해보니 말씀도 잘하시고 진료의뢰서도 잘 보시더라고요. 다음날 그분이'혼자서 버스 타고 큰 병원을 가겠다'는 거예요. 너무 놀랐죠.

일반적으로 90세가 넘으신 분은 거동이 어려울 거로 생각하잖아요. 근데 그 어르신은 아니었어요. 소통도 잘 되셨고요. 심지어 3차 큰 병원(상급종합병원)에서 문자로 날아온 글자도 잘 읽더라고요. 물론 그 내용을 모두 종이에다 적어드리기도 했지만요.

이제는 수명도 상식을 벗어나 있다고 봅니다. 최근 미국 조지아대학교 연구팀이 1970년대 이후 태어난 인간이 최대 140살까지 장수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잖아요. 심지어, 영국의 보험계리인 곰퍼츠(Gompertz)에서는 '곰퍼츠 사망률법칙'을 내놓았는데, 거기에는 '100세 이후의 생존 사례는 이례적인 경우이기 때문에 곰퍼츠 규칙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되어있어요.

2023년 자연수명은 계속 늘어나고 최장수 기록도 경신될 것이라는 분석 결과가 나왔죠. 1950년대에 태어난 일본 남성의 평균 기대수명이 115살, 여성은 120살로 전망됐습니다. 최고령 사망자는 남성 130세, 여성 135세 수준에서 발생할 것으로 전망됐고요. 인간수명의 최대 한계치도 경신될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놀라운 사실 아닌가요.

제가 이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수명이 길어지는 만큼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많은 것들에 노출되어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최적의 조건으로 건강하게 사시다 본향으로 가야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케어가 필요하다는 사실인데 저희가 그런 작은 부분을 일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문 상담 및 진료협력체계 이용해 타 기관에 의뢰·회송... 전문적 도움"
 

진료 의뢰·회송 관련 업무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 최미향


- 진료협력 업무를 선택하게 된 계기와 함께 간단한 소개도 부탁드릴게요.

"(의료원) 원장님께서는 체계적인 의료 전달체계 확립을 위해 지역의 사회와 협약을 맺었습니다. 환자나 보호자들의 어려움을 잘 아시기에 협력기관 간 진료 의뢰·회송 관련 사업을 진행하게 됐던 거죠. 이에 2022년 11월부터 진료협력팀을 운영하게 됐고, 병동 간호사와 심사간호사로 근무하며 접한 다양한 임상 케이스와 실무 역량을 바탕으로 지원하게 됐습니다.

진료협력팀에서는 전문적인 상담과 구축된 진료협력체계를 이용해 적절한 기관을 선택하여 의뢰·회송해 타 의료기관에서도 진료의 연속성을 유지하도록 하는 중재 역할을 합니다.

이때는 필요한 자료를 안내해드립니다. 특히 협력기관 간 진료의뢰회송시범사업 대상이라면 자료를 직접 제공하고 필요하면 전자적으로도 제공하지요. 또한 협력의료기관 진료 협약 및 관리 업무도 하고요. 결국 다른 병원으로 가야 하는 경우나 다른 병원에서 본원으로 오기 원할 때 전문적으로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고 보면 돼요."
 

충청남도 서산의료원 진료협력팀 김은영 간호사. ⓒ 최미향


- 근무하면서 안타깝거나 보람 있었던 부분이 있다면요?

"진료과에서 3차 병원 권유 시에는 막막하잖아요, 어디로 갈지 고민스럽고요. 병원을 정하더라도 인터넷이나 ARS 전화 예약이 어려우신 어르신들께 상담을 통해 원하는 기관, 원하는 날짜에 외래를 연계하여 도움을 준답니다. 상당히 고마워하세요. 그 모습에서 보람을 느끼지요. 마치 연로한 부모님을 보는 듯해서 더 안쓰럽기도 하고요.

진료협력팀이 운영되면서 진료과장님들이 환자를 전원 저희 팀에 맡기는 바람에 업무 부담이 줄었다며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하실 때 보람있죠. 무엇보다 환자들이 고마워하실 때 '아 참 잘 왔구나'라는 생각을 하고요.

그러고 보니 생각나는 한 분이 계세요. 혼자 사는 어르신으로 심장이 안 좋으셨어요. 빨리 수술을 받아야 하는 분인데 '일을 마무리하고 가야 한다'는 거예요. 그 바람에 일정을 빨리 잡아드리지 못했죠. 대신 증상이 발생되면 지체없이 응급실 방문을 안내해드렸어요.

그런데 해당일에 갑자기 아드님께서 '더 큰 병원으로 가라고 했다'며 연락을 해 온 거예요. 다시 일정을 잡아드렸는데 정말 조마조마했죠. 나중에 전화드리니 '진료일 다음 날에 수술받았다'며 '현재 집에 계시는데 2차 수술 예정'이라고 하셔서 가슴을 쓸어내린 적이 있습니다. 이 분처럼 일이나 금전 문제 또는 이동 수단 등이 안 되어 제때 진료를 못 받을까 봐 걱정되는 분들이 간혹 계세요. 안타깝죠.

또 다른 분은 우리 병원에 입원한 환자분이셨어요. 따님(거주 기반)이 전라도 광주, 손녀가 전남 나주여서 지역 요양병원을 원하셨죠. 인터넷으로 목록을 보며 연락을 해볼까 하다가 대한진료협력간호사회 회원병원 목록을 찾아 해당 지역 상급종합병원 진료협력팀에 문의해 요양병원 목록을 받았지요.

연락해보고 적절한 요양병원 목록을 보호자에게 제공해 보호자 상담 후 원하시던 요양병원으로 가시게 되셨죠. 너무 감사해 하더라고요. 제가 직접 연락하여 필요서류 제공, 진료시간 등을 안내해드리니 보호자분이 그렇게 기뻐할 수가 없었어요. 저도 지역 외 회송 방법을 배우는 기회가 되기도 했고요."

- 이런 부서가 있는 줄 모르는 분들이 많을 것 같네요. 혹시 꿈이 간호사 선생님이셨나요? 근무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다면요.

"1남 4녀 중 저는 둘째였어요. 아시겠지만 옛날 어르신들은 딸들이 많으니까 마음에 안 들었던가 봐요. 어머니가 꽤 힘들어했죠. 경제적인 자립도 없었고요. 그러다 보니 어머니는 딸들만이라도 전문직 여성이 되어 경제적 능력을 갖췄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나봐요. 제게 간호학과를 추천해주셨어요. 아마 저를 제일 잘 알고 계시는 분이니 제 적성에 맞을 것으로 생각했나 보죠. 간혹 슬럼프가 있긴 했지만, 적성에도 잘 맞아 항상 최선을 다하면서 학교를 졸업했어요.

그리고 막 병원에 근무할 때였죠. 처음 만난 신장이식 환자 보호자가 유난히 기억납니다. 그분은 명문대를 다니시던 분이었는데 똑똑하다고 소문이 났었어요. 제가 그분의 환자분을 담당하고 있었는데 들어간 지 얼마 안 되다 보니 얼마나 미숙했겠어요. 그때 오히려 보호자께서 저를 위로해주시는 거예요. '괜찮다. 천천히 해라. 그럴 수도 있다. 처음부터 잘 할 수는 없다'라고요. 그 보호자분은 제때 시간 맞춰 약도 잘 챙겨 드리고 얼마나 지극정성으로 돌봐드리는지 제가 감동할 정도였어요.

다른 한 분 역시 신입 간호사였을 때 만난 암환자셨는데, 통증이 심하다 보니 진통제를 썼었죠. 그런데 다음날 새벽 조용히 돌아가셨더라고요. 무척 편안한 얼굴로요. 간호사복을 입고 바라본 죽음은, 이상하게 무섭기보다 경건했던 것 같아요."

- 간호사복을 입고 있으면 마음가짐이 다를 것 같습니다. 많은 죽음을 보셨을 텐데 그런데도 힘들었던 때는요.

"여전히 가슴 한 켠을 아프게 도려내는 아버지의 죽음은 결코 잊을 수 없습니다. 2008년 가을, 향년 69세로 공무원이셨던 아버지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그날은 당신께서 망둥어를 자그마치 300마리 넘게 잡으신 최고의 날이었죠.

기분 좋은 모습으로 생선을 손질하다 갑자기 심장 쪽에 문제가 생겨 '남은 망둥어는 내일 손질하겠다'고 하시고 응급실로 실려 오셨는데 그만 돌아가시게 된 거예요. 딸이 간호사임에도 해줄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었어요.

아버지 가신 날은 안개가 무지 심했어요. 급하게 형제들에게 연락했지만, 혹시 놀라서 사고라도 날까 봐 차마 아버지의 죽음을 말하지 못했습니다. 퇴직 딱 10년 만에 어머니와 알콩달콩 사시다 그렇게 되셨으니 어머니의 상심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죠.

아버지 얘기를 하다 보니 갑자기 눈물이 날 정도로 가슴이 아프네요. 너무 일찍 돌아가셨어요. 이 글을 읽는 분들은 부디 건강관리 잘하셔서 건강한 삶을 영위하시기 바랍니다."
 

충청남도 서산의료원 진료협력팀 김은영 간호사. ⓒ 최미향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서산·태안·당진 병·의원과 진료의뢰협·회송 관련 협약을 맺고 있어요. 진료 의뢰를 받아 회송을 해 지역사회에서 종합병원으로써의 역할을 다하는 데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그러니 (병의원)원장님들께서는 서산의료원에 진료 의뢰해 주시고, 우리 지역주민들께서는 혹시 어디로 갈지 망설여지신다면 언제든 방문해주시면 정성껏 상담해드리겠습니다."

김은영 간호사는 이런 말을 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충북 청주에 사시는 시어머님이 올해 팔순이신데 작년에 중학교 3년 공부하고 졸업 후 고등학교에 입학하셨어요. 지금 고2 학생이시죠. 처음 공부를 권유했던 막내딸이 힘들면 그만해도 된다고 해도 '시작했으니 졸업은 해야 한다'며 열심이시죠. 많이 존경스럽습니다.

'잘 물든 단풍은 봄꽃보다 아름답다'는 말은 바로 이런 분을 두고 하는 말같아요. 세상의 모든 분이 이렇게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서산시대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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