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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나쁜 글, 이상한 글

매일 글쓰기는 어려워도 매일 메모하는 건 쉽답니다

등록|2023.05.15 15:58 수정|2023.05.15 15:58
직장 다니면서 글을 만나 쓰는 재미에 푹 빠져 사는 세 남자의 이야기. [편집자말]
전문작가가 아닌 이상 매일 같이 글을 쓰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많은 글쓰기 지침서에는 '매일 글쓰기'와 같이 꾸준함을 중요하게 말한다. 하지만 '매일'이라는 두 글자만으로도 글을 쓰고 싶은 마음도 '질색팔색'하며 들었던 펜을 꺾곤 한다.

매일 같이 글을 쓰기 위해서는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예를 들어, 매일 글쓰기를 위해서는 '친구들과의 약속', '회사의 회식', '즐겨보는 드라마' 등 포기할 것들이 넘쳐난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의 오해는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매일같이 글쓰기는 습관을 강조하는 말이다. 하루에 한 줄이건, 두 줄이건 생각날 때마다 쓰는 것이 중요하다. 긴 장문의 글 한편 시작과 끝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출퇴근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몇 줄을 쓰건, 들고 있던 수첩에 한, 두 줄을 메모하건 그것 또한 글쓰기이다.

'문득문득 떠오르는 문구나 글 소재가 있어서 잊지 않으려고 메모해요.'

글이 좋아서 하루하루 쓰다 보면 이동 중에도, 커피를 마시다가도, '멍' 때릴 때조차도 글을 쓰고 싶은 욕구가 생기곤 한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짧게 쓴 메모나, 몇 줄 쓴 글이 모이고 모여 좋은 글이 되곤 한다.

노트북 앞에 앉아 저녁 시간을 매일같이 글 쓰는 작가도 있다. 하지만 조금씩이라도 메모하고, 노트하는 습관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런 메모가 매일 글쓰기의 시작이자, 끝이다. 바로 좋은 글을 쓰기 위한 시작이다.

차곡차곡 쌓인 메모가 진솔한 생각과 자기만의 독창성을 보태다 보면 좋은 글은 자연스레 따라오는 타이틀이 된다. 자기만의 색깔을 흐리지 않고, 글에 객관성까지 갖추게 되면 그 글은 자신도 모르게 관심을 받게 된다.

글쓰기도 재능 있는 사람이 잘 쓴다. 하지만 재능 있는 사람만이 잘 쓰는 것도 아니다. 좋은 글은 하루아침에 '뚝딱' 만들어지지 않는다. 매일같이 쓰다 보면 빛이 나는 글로 거듭나고, 기회가 되면 세상 빛도 받아 반짝일 일도 생긴다. 그런 글쓰기를 위해 포기하지 않고, 아주 조금만 시간을 양보하고, 꾸준히 써 나가는 것이 좋은 글 탄생의 '정석'이자 '정도'다.

글도 마음먹기에 따라 나빠지기도 한다

매일 같이 여덟 시간을 버틴 적이 있었다. 출퇴근길로만 여덟 시간이 지났으면 할 때도 있었다. 존재 자체가 부정받는 공간에서 매일을 버티다 보니 없던 감정이 생겨났다. 참을 인(忍)과 똑같은 마음심(心) 부수를 쓰지만 참다 참다 스며든 감정이다. 미워할 오(惡). 미워함이 쌓이면 똑같은 글자의 악할 악(惡)이 되지 싶다.

당시 썼던 글들은 묵은 감정을 소비하기 위해 문구 하나하나에 마음이 실렸다. 아주 나쁜 마음이. 그렇게 누군가를 비난하며 써놓은 글은 들출 때마다 추억이 아닌 아픔이었다.
 

▲ 드라마 <키스 먼저 할까요> OST인 '모든 날, 모든 순간' ⓒ SBS


'모든 날, 모든 순간'이라는 제목의 노래가 있다. 노래의 전체적인 내용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한 순간순간이 너무 행복했고, 앞으로의 모든 날, 모든 순간도 함께하자는 내용이다. 모든 순간 행복할 수는 없겠지만 반대로 매 순간이 나쁜 감정만으로 채워지지도 않는다.

누군가를 향하는 날 선 감정만으로 글쓰기에 몰입하면 어느 순간 자신의 이야기가 아닌 감정에 휘둘리며 매몰되는 시점이 온다. 누군가를 향해 쏟아낸 비난과 미움의 글은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줄 수 있다. 하지만 그 글이 자신을 향하는 어느 시점에서는 끊임없이 쫓아다니는 상처로 남을 수 있다.

모든 일이 그렇듯이 글도 쓰는 사람의 마음을 쫓는다. 나쁜 감정만으로 지나치게 순간에 충실하면 그 글은 좋은 글이라고 할 수 없다. '어디, 어디를 향하다'라는 말에서는 희망과 꿈이 그려진다.

자신의 글이 누군가를 향할 때는 진솔하지만, 지나친 감정은 배제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미움, 악의 감정으로 타인을 향하는 글을 쓰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의 글은 빛을 잃게 된다. 단순하게 글뿐만이 아니라 자신도 그 감정에 매몰되고, 깊은 상처로 긴 시간을 아파할 수밖에 없다.

자신 없던 글이라도 빛을 보는 순간이 있다

어떤 글은 몇 날 며칠을 붙들고 발행을 하려다 다시 수정하고, 퇴고하기를 여러 차례를 거듭했다. 이상하리만치 써지지 않는 날들이었고, 발행 전에 망설임이 컸던 글이었다. 열 번 이상의 수정과 퇴고를 거치며 마지막까지 마음이 석연치 않았다. 그렇게 이상하게 불안감을 줬던 글이 세상을 만났다.

글은 발행 즉시 며칠을 브런치 인기글 상위를 집요하게 버티며 지금도 꾸준히 인기 있는 글로 살아남았다. 내게는 발행하는 과정에서 이상한 글이었지만 퇴고 과정에서 가장 많이 읽어 본 노력과 수고의 글이 되었다. 그렇게 이상한 글에서 인기 있는 글로 거듭났다.

'글 쓰는 것도 습관이다', '즐거워야 매일 쓸 수 있다.' 글 쓰기 책을 읽을 때마다 단골처럼 나오는 말이다. 물론 글은 자주 써야 늘고, 습관이 되어야 어렵지 않다. 틀린 말이 아니라는 건 잘 알지만 행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매일 글쓰기는 폼나게 하지 않더라도 짧은 메모, 몇 줄의 글이라도 쓰는 것을 강조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힘들어지는 시간이 올 때가 있다. 이럴 경우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개 두 가지 행동 패턴을 보인다. '그래도 쓴다' 혹은 '잠시 글쓰기를 접는다.' 오랜 시간을 매일같이 글을 쓰던 사람이 갑작스레 절필을 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떨어진 글감이나 아이디어를 모으기 위해 잠시 충전과 경험의 시간을 갖는 작가가 더러 있다. 반면에 글도 구독하는 독자들과의 약속이라고 생각하고 써지지 않는 글을 어렵게 이어가는 작가도 있다.

어느 쪽이 정답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글을 쓰기 위해 돈과 시간이 든다고 말한다. 글도 결국 자신의 경험에서 나오는 이야기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많은 글감을 모으기 위해 시간은 기본이고, 종종 돈이 드는 일도 생긴다.

그냥 써지는 대로 쓴다고 좋은 글로 스며드는 글은 없다. 자신이 쓴 글이면 끝까지 자신의 책임임을 알아야 한다. 몇 번의 퇴고, 몇 번의 수정으로 이상하리만치 망설여진 글이라도 그런 과정이 있었으니 독자에게 공감을 주고, 희망의 메시지가 된 것이다. 늘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끊임없는 관심은 이상하게 불안감으로 가득 찬 글도 재미나게 만드는 힘이 되곤 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제 개인 브런치에도 함께 연재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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