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조각가 전창환씨 "이 작업은 결국 평화운동"
기획전 '1.5℃의 눈물', 의림지 역사박물관에서 오는 6월 25일까지
▲ 전창환 작가 ⓒ 이보환
충북 단양 출신 환경조각가 전창환씨는 오는 6월 25일까지 '1.5℃의 눈물'이라는 기획전을 열고 있다. 장소는 제천시민들이 즐겨 찾는 '의림지 역사박물관'. SNS를 통해 그의 작품전 소식을 알게 됐다. 지난 8일 어버이날 오후 역사박물관 지하 기획전시실에서 전씨를 만났다. 흙투성이 작업복 차림인 그에게 살아온 이야기를 들었다.
-전시 제목인 '1.5℃의 눈물'이 뭡니까?
"아는 분들이 많지는 않은데요. 지구가 더워지는 위기를 표현한 겁니다. 산업화 이전 1만년 동안 지구 평균 기온이 1도를 벗어난 적이 없었다고 합니다. 최근 화석연료 사용 급증, 환경 파괴 등 이유로 급격한 기온상승이 일어났어요. 이를 경고하는 기후학자들의 우려를 담은 겁니다."
"맞습니다. 임계점을 넘어서면 걷잡을 수 없는 온도 상승으로 생태계가 파괴되고 모든 생명체도 죽음의 위기에 직면하겠죠. 이것은 국가, 지역, 동식물 구분없이 똑같이 찾아오는 것입니다. (이렇게 된다면) 지금 지구 곳곳에서 벌어지는 전쟁, 정치적 싸움 등이 무의미한 거에요. 다 죽고 마는데 돈이 많으면 뭐하고 힘이 있다고 어디에 쓰겠습니까?"
- 전시 중인데요. 어떻게 지내세요?
"보시다시피 어제, 오늘은 산일을 해서 복장이 이렇습니다. 올해 산소 이장을 하는 분들이 많아요. 아는 친구가 이 일을 여러 건 맡았는데 저도 며칠 째 삽으로 땅파고 흙 고르고 잔디 입히는 작업을 했습니다. 산일이 없으면 건축 현장을 다닙니다. 이것 저것 안하는게 없죠. 일 끝나면 바로 전시장으로 달려옵니다."
- 요즘 현장 일은 보통 중장비로 하지 않나요?
"일반적으로 기계장비 작업이 많습니다. 그런데 산이 높고 경사가 심한 곳은 인부들이 직접 가야 합니다. 또 기계로 못하는 부분은 사람이 도구를 갖고 하나씩 챙겨야 하고요."
- 언젠가 인터뷰 기사를 보니까 막노동하는 작가라고 나오던데요.
"제가 평소 실내 인테리어 일을 많이 합니다. 특별한 자격을 갖춘 것은 아니지만 오랫동안 하다보니까 자리를 잡았어요. 목수로 출발했는데요. 지금은 타일 부착부터 페인트칠, 실리콘과 용접일까지 다 하죠."
- 조각가, 아니 예술가가 너무 열심히 일하는거 아니에요?
"저는 대학부터 고등학교, 중학교에 다니는 아이들 셋이 있어요. 제 작품활동도 해야 하지만 아이들 뒷바라지가 중요합니다. 며칠 전에는 산꼭대기까지 올라간 뒤 삽으로 무덤 세개를 파서 묘지 이장하는 일을 도왔어요. 그래도 식구들 생각하니까 하나도 힘들지 않았습니다."
- 제천에는 언제 왔나요?
"10년 가까이 됐습니다. 처음 3~4년은 서울에서 왔다갔다 했고요. 그 이후에는 완전히 내려와서 정착했습니다. 서울에서는 학원을 운영했고 예고에 강사로 다니다가 이제는 자유인으로 삽니다. 막일이 힘들긴 해도 어느 정도 가족 뒷바라지는 가능해요. 작품도 결국 먹고 살아야 하는 거 아닙니까? 나이가 많아 취업이 어려운 저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죠. 작품활동을 겸하는 저로서는 안정적인 수입 보장이 숙제입니다."
▲ 전시실 입구문어의 오색찬란한 꿈을 심어주기 위해 관람객들에게 스티커 부착작업을 권유한다. 작가는 사람들의 관심과 참여만이 기후위기를 늦출 수 있다고 믿는다. ⓒ 이보환
- 환경조각가 타이틀을 갖고 있네요.
"제가 뭐 거창하게 자랑할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기후위기에 대한 경고는 분명합니다. 개인의 문제도 아니고 국가만의 영역도 아니에요. 세계가 느껴야 할 지구적 문제입니다. 지구 생태환경이 악화되면 인류가 다 죽습니다. 그것도 모르고 곳곳에서는 전쟁하고 돈 때문에 싸우고 그런거에요. 저는 자연과 사람이 하나라는 인식으로 자연 생태환경 보존을 주장하고 고민합니다. 탄소중립을 목표로 폐기물을 업사이클하는 방식의 작품활동을 합니다."
- 재료는 스티로폼이네요(스티로폼은 상품명이므로 '발포 폴리스타이렌'이 맞다고 함).
"고향에 와서 조각을 해야하는데 여러가지 맞아 떨어진 재료가 스티로폼이었어요. 수년 전 친구의 제안으로 5인전을 했습니다. 제가 끼면서 이름을 4+1인전으로 붙였습니다. 그러면 왜 5인전이 아니었나, 그것은 개막일까지 제가 할 수 있을지 여부가 불투명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시간도, 마음의 여유도 없었습니다. 그때 저는 테마전 주제를 '미세먼지'로 잡았습니다. 20일도 남기지 않은 상태에서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소재는 스티로폼이 유일했어요.
몇날 며칠을 밤새워 작품을 만들었어요. 건축 현장에서 나온 스티로폼을 이용하게 된 겁니다. 산업화로 인한 기후위기는 지구 어느 곳도 비껴가지 않아요. 때문에 지구 반대편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기린과 코끼리를 만들었어요. 마스크와 함께 불타는 화석연료로 표현한 인간과 대비시킨 고발형식의 작품을 냈죠. 당시에 여러 매체에 보도되면서 반향이 컸습니다."
- 전시실 입구에 문어가 있네요?
"문어의 꿈입니다. 무지개 알은 회색빛 문어가 품은 희망이구요. 오색 찬란한 문어가 되는게 문어의 꿈인데 우리가 스티커 작업으로 함께 만들어 주는 겁니다. 관람하는 분들의 관심으로 색깔을 변하게 하는 겁니다. 오색찬란한 문어가 되려면 주변이 아름다워야 합니다. 무지개 빛을 만들어 우리 인류가 평화롭게, 공평하게 화합하면서 살자는 뜻입니다. 제가 하는 이 작업은 결국 평화운동입니다."
▲ 꽃팽이기후위기 속 달팽이를 표현했다.작가는 달팽이의 나선형 모양처럼 생로병사는 어쩔 수 없는 자연현상이지만 전 지구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 이보환
- 야외에는 멋진 조각품들이 많습니다.
"예. 꽃팽이 등 20개가 전시됐는데 포토존으로 인기예요. 꽃팽이는 달팽이예요. 달팽이는 이슬, 점액질이 있어야 움직이잖아요. 기후 위기에 가장 취약한 생물입니다. 달팽이는 인간과 함께 우주적 시간을 함께 했는데 인간들의 산업화로 인해 벌어진 기후위기에 생존위협을 받고 있는 한 종이에요. 느림의 상징이며 껍질에 새겨진 나선형은 우주를 관통하는 생성과 소멸을 의미합니다. 피고지는 것은 자명한 이치지만, 기후위기를 좀더 늦춰 보자는 그런 뜻입니다."
- 실내 작품은 메시지가 강하다는 느낌입니다.
"미세먼지의 폭격 속에 방독면을 쓰고 살아가는 인간들. 지구온난화로 녹아가는 빙하 속에 앙상하게 뼈만 남은 북극곰. 엄청난 양의 미세 플라스틱으로 신음하고 있는 바다 생태계를 이야기했습니다."
전씨는 지난해 대한민국환경생태미술대전 대상을 받았다. 그와 인터뷰는 두차례 이어졌고 전화통화도 했다. 하지만 만난 뒤 며칠 지나고 나면 들었던 내용이 가물가물해졌다. 우리가 직면한 환경문제도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해봤다. 다 맞는 이야기이고, 듣고 느낄 때는 충격적이지만 평소에는 무심하게 지나치는 일상처럼.
그는 서울 홍대 근처에서 잘나가는 학원 강사로, 예술고교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는데 10년을 보냈다. 이후 10년은 자신의 분신인 아이들을 키우느라 그렇게 지냈다. 이제 귀향해서 현장 일과 작품을 10년째 병행하고 있다.
전씨는 "생로병사를 비롯한 생성과 소멸은 어쩔 수 없는 자연현상입니다. 그러나 늦추고 예측가능하다고 믿기에 작품을 만들고 탄소중립을 실천하는데 동참하자고 호소하는 겁니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제천단양뉴스(http://www.jdnews.kr)에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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