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을 마칠 때까지 현역으로 살고 싶어’했던 故 박영숙 선생은 1963년부터 2013년까지 약 50여 년간 여성 평화 환경 활동가로 살았다. 1960년대 기독교운동에서 80년대 여성인권, 90년대 환경운동으로, GO와 NGO의 경계를 넘어 여성운동과 평화운동, 환경운동과 국제운동, 재단 설립에 이르기까지 한국사회의 과제를 끌어안고 끊임없이 활동의 영역을 넓혀갔다. ‘살림’은 박영숙의 평생의 과업이 담긴 말로, 정치를 살리고 사회를 살리는 운동, 지구를 살리는 운동은 서로 다르지 않다. 끊임없이 여성조직을 만들었고, 정부조직에 목소리를 내었다. 박영숙은 현장에서 실천하는 여성활동가들의 거울이자 나침반이다. 2023년 故 박영숙 선생의 10주기를 맞이해 성평등과 생명, 평화, 살림정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실쳔했던 박영숙 선생의 삶과 가치를 재조명하고자 한다.[기자말]
그러나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 시기부터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 해소, 성평등 실현 등을 남녀 갈등 문제로 치부하거나, 여성에 대한 차별을 비가시화 하고 있다. 특히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는 "더 이상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고 발언하고, 국가 성평등 정책을 담당하는 전담부처인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윤석열 정부는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 해소를 통한 성평등 실현이라는 모든 국가의 과제이자 인류 보편적인 문제를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문제로 이야기 하고 있다.
박영숙 선생님의 활동은 당시 모든 여성운동에 걸쳐 있었다. 당시 한국의 산업구조는 노동 집약적 섬유⋅식품⋅전자조립 부문에 집중되어 있었는데, 이러한 산업을 움직이는 중추 노동력은 16~17세의 소녀들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잔업과 철야로 이어지는 장시간 노동을 감내하고, 살인적인 저임금을 받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박영숙 선생님은 다양하게 터져 나오는 여성노동자의 생존권 투쟁에 연대하면서 적극적으로 활동하였다. 더불어 가족법 개정운동, 남성 중심적 권력구조가 가장 견고하게 유지되는 공간인 교회 내의 구조적 불평등과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활동을 벌였다. 특히 크리스챤아카데미에서 활동했을 때는 여성문제를 사회구조적 모순으로 인식하고 변화에 함께 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들을 만들기도 했다.
▲ 2023년 5월 16일(화) 오전 11시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여성가족부 폐지 저지와 성평등 정책 강화를 위한 범시민사회 전국행동(전국 902개 단체)이 주최한 <윤석열 정부 여성가족부 1년 기자회견 - 시민이 지켜낸 여성가족부, 걸림돌 장관은 빠지고 성평등 실현에 앞장서라>가 진행됐다. ⓒ 한국여성단체연합
과거와는 차별의 양상은 달라졌지만 여성과 소수자의 대한 차별과 폭력은 복합적이고, 더욱 더 견고하고 교묘해지고 있다.
2022년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통계로 보는 남녀의 삶' 자료에 따르면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2021년 53.3%로 남성과의 격차는 여전히 19.3%p(남성 참가율 72.6%)나 된다. 2021년 임금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남성이 383만3000원, 여성이 247만6000원으로 남성 대비 64.6% 밖에 되지 않고, 월평균 임금의 성별 격차는 약 136만 원으로, 전년(약 132만 원) 대비 약 3%p 증가하여 성별 임금 격차는 더 커졌다.
육아휴직 사용은 남성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육아휴직 사용자 중 여성이 약 8만2000명(73.7%)이고 남성은 약 2만9000명(26.3%)이다. 2019년 맞벌이 가구 여성의 돌봄‧가사 시간은 3시간 7분이고, 남성은 54분으로 여성이 돌봄 노동을 전담하고 있다. 2020년 성폭력 피해자 수는 3만105명이고, 그 중 88.6%인 2만6685명이 여성이다.
▲ 2023년 5월 8일(월) 오후 2시 여의도 이룸센터 누리홀에서는 한국여성단체연합이 주최하는 <윤석열 정부 1년 정책 평가 및 제언 토론회 - 표류하는 성평등 정책 방향키 잡기>가 열렸다. ⓒ 한국여성단체연합
이처럼 여성의 현실은 여전히 열악하다. 국가는 성평등한 사회를 만들 책무가 있다.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 해소는 노동, 복지, 사회, 문화, 교육 등 전반에서의 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 정책의 설계부터 집행, 성과평가에 이르기까지 성인지 관점이 통합되어야 하고 이를 전담하는 부처가 필요하다.
특히 이 전담부처에는 중앙부처와 지자체의 성평등 정책의 총괄조정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져야 한다. 그리고 국제 지표의 관리를 통한 구조적 성차별 개선 정책 계획‧집행‧평가‧환류, 채용과 승진, 임금 등에서 차별 시정을 위한 고용평등정책 추진 등 노동시장의 성차별 해소, 여성(젠더) 폭력 피해자 보호 및 예방 강화를 위한 인력과 예산 확대, 디지털 공간에서 발생되는 새로운 유형의 성범죄에 대한 선제적 대응, 성희롱‧성폭력 피해자 통합 지원체계 마련을 해야 한다.
또 이주민, 장애인, 소수자 등에 대한 혐오 등 젠더에 기반한 폭력 해소, 성·재생산 건강 및 권리 보장, 누구나 돌볼 권리와 돌봄을 받을 권리가 평등하게 보장되는 돌봄 정책 강화, 다양한 가족 형태에 따른 차별 해소와 지원을 위한 가족정책 등 성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국가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해야 한다.
그러나 여전히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여성가족부 폐지를 계속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 엄연히 존재하는 성차별을 해소하고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성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국가의 책임이 절실하다.
<참고 자료>
김현아(2008), <박영숙을 만나다>, 도서출판 또하나의문화
덧붙이는 글
이 글의 필자는 양이현경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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