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노장의 힘' 임창민, 친정팀서 생애 첫 세이브

[KBO리그] 21일 KIA전 1이닝 무실점 투구로 시즌 첫 세이브, 키움 연패 탈출

등록|2023.05.22 09:34 수정|2023.05.22 09:34

▲ 21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에서 1-0으로 승리한 키움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2023.5.21 ⓒ 연합뉴스


키움이 광주 3연전의 마지막날 KIA를 꺾고 연패에서 탈출했다.

홍원기 감독이 이끄는 키움 히어로즈는 21일 광주 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KIA타이거즈와의 원정경기에서 8안타를 때려내며 1-0으로 신승을 거뒀다.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1승 4패에 머물며 8위까지 떨어졌던 키움은 주말 3연전 스윕을 면하며 이날 NC다이노스에게 연장전 승리를 따낸 7위 삼성 라이온즈와의 승차를 1경기로 유지했다(18승24패).

키움은 포수 이지영이 7회 결승 적시타를 포함해 3안타를 때려내며 맹활약했고 임지열도 멀티히트 경기를 만들었다. 마운드에서는 선발 최원태가 6이닝 3피안타 2사사구 6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시즌 3번째 승리를 따낸 가운데 9회 네 번째 투수로 등판한 베테랑 우완이 시즌 첫 세이브를 기록했다. 올해 10년 만에 히어로즈로 컴백해 친정팀에서 생애 첫 세이브를 기록한 임창민이 그 주인공이다.

'집단 마무리'의 힘 보여준 키움

히어로즈는 2010년대 부동의 마무리였던 손승락(KIA 2군 감독)이 팀을 떠난 이후 김세현과 김상수(롯데 자이언츠)로 근근히 뒷문을 지켰다. 그러던 2019년, 키움은 리그에서 가장 묵직한 속구를 던지는 불펜투수로 꼽히는 조상우(사회복무요원)가 마무리로 나서며 다시 마무리 자리에 안정을 찾았다. 2019년 20세이브를 기록하며 마무리 자리를 차지한 조상우는 2020년 33세이브에 이어 2021년에도 15세이브를 올렸다.

하지만 작년 시즌을 앞두고 히어로즈 불펜은 비상이 걸렸다. 손승락을 잇는 키움의 대표 마무리였던 조상우가 2020 도쿄올림픽에서의 메달획득 실패와 함께 2021 시즌을 끝으로 군에 입대한 것이다. 많은 야구팬들이 마무리 투수를 잃은 키움의 2022시즌 성적이 떨어질 거라 전망한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키움은 작년 창단 후 세 번째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저력을 선보이며 야구팬들의 섣부른 예상을 비웃었다.

고정마무리가 없어진 키움의 홍원기 감독이 들고 나온 전략은 바로 '집단 마무리'였다. 키움은 경기마다 좌완과 우완, 정통파와 기교파, 베테랑과 신예를 불펜 요소요소에 투입해 한 시즌을 꾸리며 마무리 공백을 최소화했다. 흔히 집단 마무리 체제는 고정 마무리가 이탈할 경우 한시적으로 쓰이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키움처럼 한 시즌 내내 고정마무리 체제를 내세워 성공한 구단은 거의 없었다.

키움의 고정마무리 전략이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는 김재웅이라는 걸출한 좌완 불펜 투수의 등장이 큰 역할을 했다. 2017년 히어로즈에 입단한 김재웅은 2020년 1군에 데뷔해 2021년부터 필승조로 활약하기 시작했다. 작년 65경기에 등판한 김재웅은 셋업맨과 마무리를 오가며 3승 2패 13세이브 27홀드 평균자책점 2.01을 기록하며 단숨에 리그 정상급 좌완 불펜투수로 떠올랐다.

이 밖에 길었던 부상의 늪에서 탈출하고 마운드로 복귀한 문성현이 45경기에서 13세이브 9홀드, 한 때 선발 유망주로 많은 주목을 받았던 이승호가 10세이브 10홀드, 지금은 삼성으로 이적한 김태훈이 9세이브 10홀드를 기록하며 불펜을 지켰다. 하지만 작년에도 한국시리즈 우승에 미치지 못했던 키움은 더 견고한 불펜을 구성하길 원했고 작년 11월 통산 96세이브 기록을 가지고 있는 베테랑 불펜투수 임창민을 영입했다.

데뷔 16년 만에 히어로즈서 첫 세이브
 

▲ 21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에서 키움 임창민이 1-0으로 앞선 9회말에 등판해 투구하고 있다. 2023.5.21 ⓒ 연합뉴스


임창민은 지난 200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2라운드 전체 11순위로 현대 유니콘스에 지명을 받아 현대 선수들을 주축으로 창단한 우리 히어로즈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임창민은 프로 입단 후 5년 동안 1군에서 5경기 밖에 등판하지 못했고 2012년 11월 우완 김태형의 반대급부로 내야수 차화준과 함께 신생구단 NC로 이적했다. 그리고 NC 이적은 임창민의 야구인생에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됐다.

NC로 이적하자마자 곧바로 1군 주축투수로 활약한 임창민은 2년 동안 95경기에 등판하며 NC불펜의 마당쇠로 활약하다 2015년부터 마무리로 변신했다. 그리고 임창민은 2017년까지 3년 동안 86세이브를 기록하며 이 기간 동안 리그에서 가장 많은 세이브를 올린 투수가 됐다. 하지만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 동안 281경기에 등판한 임창민은 2018년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으며 팀을 이탈했다.

재활을 마친 임창민은 2019년 마운드에 복귀했지만 마무리는 이미 원종현(키움)이 차지하고 있었다. 임창민은 2021년까지 불펜에서 꾸준한 활약을 했지만 결국 2021 시즌이 끝나고 보류선수명단에서 제외됐다. 임창민은 작년 두산으로 이적해 32경기에서 2세이브 6홀드를 기록했지만 두산에서도 1년 만에 방출됐다. 모두가 임창민의 은퇴가능성을 높게 전망했지만 임창민은 올해도 프로생활을 처음 시작했던 키움에서 현역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점수 차이가 많이 벌어진 경기에 주로 등판했던 임창민은 4월27일 kt 위즈전에서 시즌 첫 홀드를 기록했을 정도로 필승조와는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문성현이 팔꿈치 부상으로 이탈하고 김태훈이 트레이드되면서 히어로즈 불펜에서 임창민의 역할은 점점 커졌다. 지난 12일 전성기를 보냈던 NC를 상대로 시즌 첫 승을 따낸 임창민은 21일 KIA전에서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고 생애 첫 세이브를 기록했다.

지난 2019년 팔꿈치 수술을 받은 임창민이 재활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그가 마무리 투수로 부활할 거라 기대한 야구팬은 거의 없었다. 실제로 임창민은 부상 복귀 후 3년 동안 단 하나의 세이브도 기록하지 못했다. 하지만 임창민은 프로생활을 처음 시작했던 히어로즈의 유니폼을 입고 프로 데뷔 16년 만에 첫 세이브를 수확했다. 모두가 힘들다고 했던 '마무리 임창민'의 부활 가능성을 발견한 것이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