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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두심 마음도 빼앗은 이 비빔밥, 집에서도 가능해요

[인천 오감 레시피 ⑤] 신도 참소라 비빔밥

등록|2023.05.28 11:46 수정|2023.05.28 11:46
온몸의 감각을 열고 인천을 오롯이 음미한다. 인천의 고유한 먹거리와 정성 어린 손맛으로 완성하는 인천 오감 만족 레시피. 이번 요리는 오독오독 소라 살과 아삭아삭 싱그러운 채소를 새콤달콤 양념으로 맛깔스럽게 버무린 한 그릇, '참소라 비빔밥'이다.

서해에서 주로 나는 참소라(피뿔고둥)는 탱탱한 속살에 영양이 꽉 차오르는 봄이 제철. 섬의 사계절을 고스란히 식탁 위에 올리는, 신도 '계절식당' 김연임 대표가 정성을 다해 선보인다.

글 정경숙 본지 편집위원│사진 전재천 포토 디렉터
요리 신도 계절식당│스타일링 강지인

 

▲ 봄, 제철을 맞은 참소라(피뿔고둥) ⓒ 전재천 포토 디렉터


봄 섬, 꽃향기에 이끌렸다 바다 내음에 발길이 붙잡힌다.

북도면 삼 형제 섬 중에 첫째 섬, 신도.
바다 한가운데 오롯이 피어난 섬에는
육지와는 다른 고유한 맛이 있다.

봄, 참소라가 제철을 맞았다.
이즈음 소라는 살이 통통하게 오르고 맛도 꽉 들어차 있다.
 

▲ 사시사철 싱싱한 먹거리가 가득한, 북도면 신도의 ‘계절식당’ ⓒ 전재천 포토 디렉터


봄 섬, 그 맛

봄 섬, 꽃향기에 이끌렸다 바다 내음에 발길이 붙잡힌다. 신도, 시도, 모도는 북도면에 사이좋게 떠 있는 삼 형제 섬이다. 첫째 섬 신도까지, 육지에서 섬으로 이르는 시간은 단 10분. '그 섬에 가면, 그 맛이 있다.' 가까워도 바다에서 오롯이 피어난 섬의 식문화엔 육지와는 다른 특별함이 있다.

사시사철 자연의 산물이 모여드는 바다. 소라는 1년 내내 나지만 3월에서 6월, 봄이 제철이다. 산란을 앞두고 있어 살이 통통하게 오르고 맛도 꽉 들어차 있다. 소라는 참소라(피뿔고둥), 뿔소라, 삐뚤이소라(갈색띠매물고둥) 크게 세 종류가 있다. 정약전의 <자산어보<(玆山魚譜)는 고둥류를 '라(螺)'라고 하며, 껍데기는 돌처럼 단단하고 거친데 속은 매끄럽다고 했다. 고둥류 가운데 참소라는 '해라(海螺)'라고 이른다.

참소라는 난류가 흐르는 서해와 남해 연안 수심 10m 안팎의 모래, 펄, 바위 등에 서식하며 갯벌 위에서 미끄러지듯 느릿느릿 이동한다. 모양새도 다르다. 뿔소라는 껍데기가 갈색이고 안쪽은 흰색인 반면, 참소라는 안쪽이 주황색을 띤다. 표면도 이름처럼 뾰족하게 돌기가 솟은 뿔소라와 달리 참소라는 매끈하다.

소라는 요리의 주연으로 손색없다. 꼬들꼬들한 식감이 뛰어난 데다 담백하면서도 진한 감칠맛이 으뜸. 탱글탱글한 속살을 날것 그대로 즐기면 바다 향이 물씬 난다. 굽거나 삶아서 혹은 양념장에 무쳐 먹어도 그 맛에 빠져든다.

저지방, 저탄수화물, 고단백질 식품으로 영양도 한가득 품고 있다. 칼슘, 철, 인 등의 무기질을 함유하고, 셀레늄(selenium)이 들어 있어 항암 효과도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천시는 '그 섬에 가면, 그 맛이 있다: I(Island) Food 프로젝트'로 참소라 비빔밥을 섬 대표 음식 중 하나로 개발해 알리고 있다. 언제 먹어도 맛있고 문득 그리워지는 맛이, 그 섬에 있다.
 

▲ 봄, 제철을 맞은 참소라(피뿔고둥) ⓒ 전재천 포토 디렉터

 

▲ 신도 참소라 비빔밥 ⓒ 전재천 포토 디렉터



싱그러운 봄철 참소라와 채소를 담뿍 넣어
맛깔나게 버무린 한 그릇, 보는 것만으로도 싱그럽다.


밥상 위 보약

"제주도 사람도 고향에서 나는 뿔소라보다 인천 바다에서 나는 참소라가 더 부드럽고 맛있다고들 해요."

사시사철 싱싱한 먹거리를 한 상 가득 차려 내는 북도면 신도의 '계절식당'. 몇 달 전 찾아온 제주 출신 탤런트 고두심씨도 소라 찜·무침·비빔밥을 맛보고는 마음을 빼앗겼다.

계절식당 김연임(68) 대표의 야무진 손맛은 섬 안팎으로 소문이 자자하다. 섬의 산과 들, 바다에서 나는 싱싱한 식재료를 아낌없이 넣으니, 그 맛이 깊고 풍성할 수밖에. "손님들이 우리 집에 오면 '보약 먹고 간다'고 하세요. 봄에는 참소라가 제철이지요. 살이 꽉 차 있고, 육질이 연하면서도 맛이 달고 고소하답니다."

김연임씨는 9년 전 신도 출신 남편과 함께 섬으로 왔다. 도시에서의 삶을 뒤로하고, 부부가 남은 생 마음 놓고 오손도손 살려고 했다. 야속하게도 남편이 2년 만에 세상을 떠났다. '다시 육지로 돌아가야 하나...'
 

▲ 신도 ‘계절식당’의 김연임 대표 ⓒ 전재천 포토 디렉터


그때 그의 마음을 붙잡은 건 바다다. 먹고살 궁리를 하다 동생 부부와 함께 식당 문을 열었다. 동생 김점례(63)씨가 산과 텃밭에서 나물을 따고 바닷가에서 갯것을 캐오면, 언니가 먹음직스러운 음식으로 차려낸다. 섬 아낙으로 살아가는 사이 얼굴은 주름지고 손은 거칠어졌지만 표정은 밝고 여유가 흐른다. "바다와 섬은 보물 창고예요. 마음이 절로 풍요로워진답니다."

그의 어깨 위로 벚꽃잎이 살포시 내려앉는다.

신도 계절식당(인천 옹진군 북도면 신도로 54, 0507-1415-1988)
 
   

▲ 신도 ‘참소라 비빔밥’ 재료 ⓒ 전재천 포토 디렉터


신도 참소라 비빔밥 레시피

유명 셰프가 차린 음식도, 예약해야 먹을 수 있는 고급 레스토랑 메뉴도 아니다. 배고프면 언제든 마음마저 든든히 채워주는 맛. 시민 셰프를 위한 인천 오감 레시피.

이번 요리는 싱그러운 봄철 참소라와 채소를 담뿍 넣어 맛깔스럽게 버무린 한 그릇, 참소라 비빔밥이다. 인천시가 개발한 섬 대표 음식으로, 신도 계절식당 김연임 대표의 손맛으로 완성했다. 정성 한 스푼, 사랑 두 스푼 담은 요리로, 온 가족이 둘러앉은 식탁을 풍성하고 따뜻하게 채우자.

재료 : 밥 2공기, 참소라 5~6마리, 부추 10g, 상추 4장, 당근 10g, 양배추 10g, 새싹 5g, 어린잎 채소 5g, 김 가루 약간, 양념장 초장, 참기름, 깨소금

▲ 신도 참소라 비빔밥 레시피 ⓒ 전재천 포토 디렉터


만들기
① 참소라는 세척 후 차가운 물에 넣고 끓어오르면 10분 정도 더 삶아준다.
② 삶은 소라는 내장을 제거한 후 살을 식혀 둔다. 찬물에 헹구면 맛이 덜해지니 상온에서 식힌다.
③ 새싹과 어린잎 채소는 세척 후 물기를 제거해 둔다.
④ 상추는 세척 후 반으로 가른 후 채 썰어주고, 양배추는 채 썬 후 씻어 둔다.
⑤ 당근은 껍질을 벗긴 후 세척하고 4cm 길이로 채 썰어 둔다.
⑥ 부추는 손질 후 세척해 4cm 길이로 썰어 둔다.
⑦ 식혀 둔 소라는 얇게 썬다.
⑧ 그릇에 손질한 채소와 소라를 넣고 참기름, 깨소금, 김 가루를 뿌린 뒤 밥과 초장을 넣고 비벼 먹는다.


'시민 셰프'를 위한 참소라 요리 Tip

딱딱한 껍데기 속에 쫄깃하고 야무진 속살을 품고 있는 참소라. 살아 있고, 구수한 냄새가 나며, 손으로 눌렀을 때 단단하게 느껴질 만큼 탄력 있는 것이 신선하다. 소라는 깨끗이 씻어 날것 그대로 먹거나 삶아서 먹으면 본연의 풍미를 즐길 수 있다.

소라를 손질할 때는 푸르스름한 빛깔의 내장과 노란색을 띠는 침샘을 제거해야 한다. 독소 테트라민(tetramine)이 소량 들어 있어 사람에 따라 복통과 설사, 어지러움 등의 증상을 동반할 수 있다.

또 숙회로 먹을 때 너무 오래 삶으면 질겨질 수 있으니, 물이 끓기 시작하고 10분 정도만 삶는다. 양념이 없어도 달착지근하고 고소한 맛이 나며, 살짝 볶아 먹으면 감칠맛이 더한다. 소라 살에 각종 채소, 양념을 더해 무쳐 먹어도 입맛이 확 살아난다.

영상보기 https://youtu.be/t4dRfDVr3IM
 

▲ 인천 오감 레시피 : 신도 참소라 비빔밥 유튜브 섬네일 ⓒ 굿모닝인천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인천시에서 발행하는 종합 매거진 <굿모닝인천> 2023년 5월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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