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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살이 험난... 그래도 여기는 실패할 기회라도 있다"

[지역을 떠나는 청년들] 지역 떠나 서울로 간 청년들의 사정

등록|2023.05.24 15:03 수정|2023.05.24 15:03
인구(지방) 소멸은 '격차'의 현상은 드러나고 있지만 실제 그 지역에서 살아가고 있는 '청년'들의 이야기는 주목받고 있지 못하고 있다. 청년유니온은 미래세대 노동조합으로서 지역 청년들의 이야기를 면밀히 들여다본다.[편집자말]

▲ 서울역 KTX 플랫폼. ⓒ 이한기


'국내인구 이동통계' 자료상 20~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20대 25.3%, 30대 21.8%로 2030세대가 전체 지역 인구이동의 47.1%를 차지한다(2022년 1월 발표). 이런 시도간 인구 이동에 있어 주요한 전입사유는 '직업'으로 가장 높은 34.5%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번 기사에선 47.1%의 청년 중 '수도권'으로 이주한 청년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올해 초 청년유니온과 인터뷰한 이들의 상경 계기는 대부분 일자리 문제에서 비롯됐다. 상경 이후 뚜렷한 목표가 있기보다는 지역의 일자리 상황과 환경을 벗어나기 위한 '도피성 결단'에 가까웠다.

"원주랑 서울은 급여 차이가 확연하다. 원주는 160만~170만 원, 서울은 200만 원을 받았다. 나이도 젊고, 서울에서 지내보고 싶다 해서 결심하게 됐다." (A씨, 과거 강원 원주 거주 현재 서울 노원구, 26세)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첫 번째로 두드러졌던 것은 임금 문제. 지역의 물가 역시 더이상 낮게 유지되지 않는 상황에서, 턱없이 적은 임금은 자립 생활을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따라서 지역보다 합리적인 임금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 수도권으로 이주를 결심했다고. 현재는 지역에 거주할 때보다 더 높은 임금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실패할 기회

또 다른 이유는 지역 일자리 수 문제였다. 이는 임금 문제와도 긴밀하게 연관되고, 나아가 수도권은 절대적으로 일자리의 숫자가 많기 때문에 동종업계로의 이직이 지역보다 더 수월하다는 것이다. 이는 선택과 가능성의 영역에 속한 문제다. 지역에 있을 때와는 다르게 '다니던 회사'를 떠나더라도 우선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기업의 숫자 자체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B씨는 이를 '실패할 기회'라고 표현했다.

"처음 울며 겨자 먹기로 연봉 1800만 원에 계약하고 다니다가 그만뒀는데 1년을 놀았다. 쉬고 싶었던 것도 있었지만, 구직하는 데 일자리가 없었다. 취업 포털을 열어봐도 기업 수부터 다르다. 제가 살던 대전으로 필터링하면 숫자가 엄청 줄고, 제 직무를 검색하면 더 적어진다. 한 페이지도 채 되지 않았다.

서울도 양질의 일자리가 많진 않지만, 그만두더라도 다른 곳을 갈 수 있는 것. 저는 그걸 '실패할 기회'라고 명명했다. 지역은 그 실패할 기회마저 부족하다."(B씨, 과거 대전 거주 현재 서울 금천구, 33세)
 

인터뷰에 응한 청년들은 상경은 했지만, 일자리 환경이나 근로조건이 '더 낫다'거나 '더 좋은 상태'는 아니라는 데 입을 모았다. 대부분의 고용형태가 불안정하고 노동 강도에 비해 높지 않은 임금을 받고 있었다.

연령이 높아지면서 퇴사가 어려워지고, 결국 이직보다는 불합리하다고 느껴지더라도 기존의 일자리에서 계속 근무할 수밖에 없는 조건에 처하게 되며, 수도권-지역 일자리 간의 질적인 차이가 거의 없다고 답했다. 수도권의 물가를 고려한다면 임금 수준도 실질적으로 높지 않고, 고용형태가 안정적이지 않으며, 일자리 수가 많다고 해서 '내게' 가용한 일자리 수의 증가로 느껴지지 않는다고 답했다. 하지만 비수도권에 비해 절대적으로 많은 일자리 양이 확보되기 때문에 비수도권보다는 수도권에서 일자리를 구하는 게 더 낫다는 반응이었다.

인터뷰에 참여한 B씨가 언급한 '실패할 기회'가 비수도권보다 수도권에서 더 가능한 것은 맞다. 하지만 한국 사회 전반이 불안정성에 휩쓸리면서 결국 그러한 가능성마저도 위협받고 있는 듯하다. 이직이나 퇴사에 대한 태도는 고용형태 및 연령과 연관성을 드러내는 것으로 풀이된다.
 

▲ 지난 2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3 제1차 KB굿잡 우수기업 취업박람회'에서 취업준비생들이 채용공고를 살펴보고 있다. ⓒ 연합뉴스


그래도 돌아가지 않겠다고 하는 이유

일자리뿐만 아니라 교통에 대한 의견도 있었다. '교통은 좋지만 통근시간이 긴 경우'가 더러 있었는데, 높은 거주비용으로 직장 근처가 아닌 유지 가능한 집을 구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비수도권 지역에서 거주할 때보다 거주환경이 좋지 않고, 열악함에도 임금의 상당 부분이 거주비용으로 지출'되고 있었다. '예상했던 것보다 삶의 질이 낮으며, 수도권의 문화 인프라를 제대로 누릴 수 있을 만큼 여유가 있지 않다'고도 답했다. 거주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경우 일자리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까지 치닫고, 생존의 문제로 직결되고 있었다.

"월 소득의 한 1/4 정도가 월세로 빠져나간다. 그래서 부담스럽다. (월세를) 줄이고 싶지만 서울에서 집을 구하는 게 어렵다보니 어쩔 수가 없다. 그래도 지금 살고 있는 집은 제 형편에 좋은 조건이기 때문에 만족한다. 원룸 사는 지인의 집에서도 지내봤는데, 공간 분리가 중요하더라. 방 하나 더 있는 게 이렇게 만족스러운 것인지 몰랐다. 지금 제가 사는 투룸 정도가 인간이 살 수 있는 주거 기준의 최소 조건이라는 생각도 든다." (B씨)

"집을 구하려고 하면 너무 작았다. 어릴 때부터 여러 주거 형태에 다 살아봤다. 옥탑, 고시원, 반지하, 기숙사 등등... 서울에 와서 열악한 주거환경을 마주하면서 고민이 들었다. 아무리 눈 씻고 찾아봐도 괜찮은 집이 부족하다. 방음도 잘 안 되고, 좁고... 그런 집들이 대분을 차지하는 듯하다. 지역에서는 당연하게 누렸던 조망권이라는 것이 없다." (A씨)


이같은 어려움에도 비수도권 지역으로 되돌아가는 것에 대해선 부정적인 반응이었다. "비수도권에 비해 수도권에 사는 것이 전반적으로 만족도가 높고, 노동환경과 주거비용 등에 어려움이 있으나 그밖의 일자리 양, 교통, 편의시설, 교육, 생활문화를 위한 인프라 구축이 잘 돼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격차의 심화, '개입'이 필요하다

이와 동시에 청년들은 지역 격차와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도 고민 중이었다. 지역 일자리와 인프라 문제는 결국 지역 예산이나 재정 문제와 연결돼 있기 때문에 단기적인 해결책으로서 지역 이주 후에도 고향에 세금을 납부해 지역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 수도권으로 인구가 몰리면서 재정 역시 수도권에 집중되는 현상은 결국 수도권만을 인생의 선택지로 국한하는 결과를 가져오고, 지역격차가 심화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수도권 상경청년에 대한 기존 청년정책에 지역이동 특수성을 반영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상경청년은 지역이동에 따른 주거비 부담, 관계망 단절, 정보부족 등을 경험한다. 특히 관계망 단절에 따른 외로움, 고립감, 우울감 등의 문제는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지역 커뮤니티 모임이나 상담센터 연결 등의 다차원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이처럼 상경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수도권(특히 서울)차원의 대상 정책이 별도로 수립되거나, 주거비 지원에 있어 인센티브를 주는 등의 접근을 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지방소멸의 가속화와 노령화, 지역 일자리 부족 속에서 상경을 선택한 청년들의 적정한 생활여건을 보장하는 것 역시 정부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김지현씨는 청년유니온 정책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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