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 부탁으로 만든 신용카드, 3개만 기억하자
카드 안 쓰는 나, 월 10만원 6개월만 써달라는데....
▲ 신용카드. ⓒ pixabay
30년 넘게 소비자운동에 몸담아 온 저는 보험가입 권유와 신용카드 발급 권유를 매정(?)하게 잘 거절하는 편입니다. 더러는 이런 소신에 찬 거절 때문에 관계가 소원해진 선후배들도 있습니다. 이런 제가 최근에 지인의 부탁으로 신용카드를 하나 만들었습니다.
이것 저것 사업을 하다 잘 안 되어 밑천 없이 시작할 수 있는 일이라서 보험영업을 시작했다는데, 자동차 보험을 바꿔달라는 요청은 거절했습니다만, 신용카드 하나 만들어서 6개월만 써달라는 부탁까지 거절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러다보니 제가 제일 싫어하는 S사의 신용카드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사실 저는 신용카드 없이 산 지 20년 가까이 되었습니다. 청소년들에게 금융 소비자 교육을 하면서 신용카드를 모두 없애고 체크카드만 사용하고 있습니다. 신용카드의 진짜 정체는 '부채카드'라는 걸 이야기해주면서 나부터 매달 빚 지면서 사는 삶을 청산해야겠다고 마음먹었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저는 필요치 않은 S사 신용카드를 발급 받았습니다. 카드 발급을 권유한 제 지인은 한 달에 10만원씩 최소 6개월만 유지해 달라고 부탁하였습니다.
"자동차 주유할 때만 사용하시면 10만원은 될 겁니다."어려운 사정을 뻔히 알면서 연회비 부담을 지울 수 없어서 연회비는 제가 내겠다고 말했습니다. 6개월만 쓰고 잘라버려야겠다고 마음먹었지요. 그런데 막상 카드를 받고보니 깜짝 놀라고 기막히는 일이 몇 가지 있었습니다.
"연 회비는 제가 내 드릴께요"
연 회비 2만원, 이용한도 1200만원?
첫 번째는 연회비가 너무 비쌌습니다. 카드사용 등록을 하고나면 첫 달에 청구되는 1년 연회비가 2만원이었습니다. 저는 신용카드를 사용하던 시절에도 연회비 1만원이 넘는 카드는 써 본 일이 없었는데 말입니다. 연회비가 2만원이나 되었기 때문에 신용카드 발급을 권유했던 지인이 연회비를 내 주겠다고 했던 것이지요.
두 번째는 이용한도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처음 발급되어 온 신용카드 이용한도는 무려 1200만원이었습니다. 일시불 한도 1200만원, 할부한도 1200만원, 단기 카드대출 한도는 480만원이었습니다. 뭣 때문에 제 지갑 속에 1200만원짜리 카드를 들고다녀야 할까요?
이용한도가 1200만원이어도 안 쓰면 그만 아니냐고 하실 분도 있을텐데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일단 한도가 1200만원으로 되어 있으면 지출이 늘어나게 마련이구요. 그 보다 더 위험한 것은 도난·분실 등으로 인한 신용카드 부정 사용 사고가 일어 날 경우 피해 금액이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혹시라도 발생할지 모르는 신용카드 도난·분실 사고 때, 피해를 줄이려면 이용한도가 낮을 수록 좋겠지요. 저는 스마트폰으로 S 카드사 앱을 다운 받아서 즉시 이용한도를 낮추고 해외사용을 막아버렸습니다.
▲ S신용카드사 앱, 한도를 낮추고 상향 거절 ⓒ 이윤기
우선 월 이용한도는 20만원으로 변경하였습니다. 어차피 저는 이 신용카드로 매월 10만원 정도를 6개월간 쓸려고 마음 먹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늘 사용하는 신용카드라 하더라도 월 평균 지출액에 맞춰서 카드 한도를 낮추시는 게 좋습니다.
아 그리고 또 한 가지 더 챙길게 있습니다. 신용카드 회사의 요건에 해당되면 회사가 한도 상향을 제안합니다. 또는 카드 발급시 한도상향자동심사를 신청한 걸로 돼 있다면 요건 충족시 카드 회사가 한도를 올립니다. 소비자가 꼼꼼히 챙기지 않으면, 신용카드 한도가 슬쩍 올라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S 카드사 앱에서 이용한도를 낮추고 '한도 상향 거부'에 체크를 해두었습니다. 이렇게 해두면 카드 회사가 마음대로 한도를 상향시킬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한도를 낮추면 내가 필요해서 한도를 높여야 할 사정이 있을 때 한도 상향이 안 될까봐 걱정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걱정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이렇게 해 두어도 카드 회사는 내 신용점수를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필요할 때는 점수 범위 안에서 쉽게 한도 상향을 할 수 있습니다.
한도 낮추고...해외 결제 차단 신청
다음으로 해외 사용을 막았습니다. 저는 신용카드를 사용하던 시절에도 국내 전용 신용카드를 사용하였습니다. 신용카드 도난, 분실 그리고 카드 복제 사고가 나는 경우 대부분 추적이 어려운 해외에서 고액이 현금서비스 되거나 현금으로 환전 가능한 물품 구매에 사용됩니다. 따라서 해외 출장이나 여행이 잦은 분이 아니라면, 국내 전용 신용카드를 사용하면 연회비도 저렴하고 부정 사용 위험도 그만큼 줄일 수 있습니다.
▲ 해외 이용 - 오프라인 결제, 온라인 결제, 현금서비스까지 모두 차단 ⓒ 이윤기
세 번째, 신용카드 사용등록을 하고 즉시 뒷면에 서명을 하였습니다. 카드사에서 보내 준 안내장에는 "서명이 없는 카드는, 분실 및 도난으로 인한 제3자의 부정사용시 일부 금액에 한해 보상됩니다."라고 적혀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나는 신용카드 뒷면에 서명 다 해놨는데...' 하실텐데요. 저는 한 가지 더 확실히 해둔 게 있습니다. 바로 서명된 신용카드 뒷면을 사진으로 찍어서 보관해 두었습니다.
왜냐하면, 실제로 도난 및 분실 사고로 제3자 부정 사용 사고가 발생하면, 카드 뒷면 서명 여부를 가지고 신용카드사와 가맹점 그리고 소비자, 이렇게 3자 간에 책임 공방이 벌어지게 됩니다. 이 때 가맹점이 부정 사용에 대한 책임을 면하기 위해 신용카드 뒷면에 서명이 없었다고 주장하면, 꼼짝 없이 소비자가 이를 입증해야 합니다. 이럴 때를 대비한 가장 쉬운 입증 방법은 본인 서명을 해둔 카드를 사진으로 찍어두면 되는 것입니다.
신용카드 뒷면 서명...사진 촬영 해두시라~
네 번째로 황당했던 건, 엄청난 이자부담이었습니다. 할부 이자는 연 11.0% ~ 18.0% 입니다. 은행에 현금이 있다면 절대로 이자를 부담하는 할부거래는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단기카드 대출 이자는 이보다 더 높습니다. 연 14.8% 입니다. 그리고 연체가 발생하는 경우 정상 이자율에서 가산금리 3%p가 붙는데, 최고 연 20%까지 부담해야 합니다.
은행 잔고가 없어 신용카드 빚이라도 내야 하는 분들에게는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만, 은행에 잔고가 있는데도 습관처럼 신용카드 할부거래를 하시는 분들은 소비 습관을 바꾸는 것이 좋습니다. 은행에 잔고가 있는데 카드 회사 돈을 빌려쓰고 이자를 부담하는 것은 결코 합리적인 소비자 행동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저는 S사 신용카드를 6개월 간 주유비 결제만 하고 잘라 버리고 분실 신고 후에 재발급을 거절할 예정이지만 이렇게 대비를 해두었습니다. 저처럼 지인이나 친척, 친구의 부탁으로 어쩔 수 없이 신용카드를 발급 받으셨다면 카드 사용 기간 동안은 꼭 이렇게 대비해 두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이런 저런 사정 때문에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밖에 없다면 저보다 더 단단히 대비를 해 두시는 게 좋습니다. ① 카드 뒷면에 서명하기 ② 이용 한도 낮추기 ③ 해외 결제 차단하기,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저는 YMCA 활동가입니다. 제 개인 블로그에도 포스팅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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