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과 나를 비교할 수 없는 이유
우리는 모두 다른 존재... 비교해야 할 대상은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
인도에서 인도전통의학 '아유르베다(Ayurveda)'를 전공했습니다. 아유르베다의 관점에서 건강한 몸과 마음을 돌보는 몇 가지 원칙을 이야기 합니다.[편집자말]
우리는 경쟁에서 이겨야 하고 살아남아야 함을 강조하는 환경에서 교육받고 일을 하며 삶을 살아간다. 직접적으로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은연중에 그래야만 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알게 모르게 그렇게 생각하게 된다. 서로 협력하는 방법보다는 자연스럽게 경쟁하는 법을 배웠다.
▲ 은연중에 다른 사람과 끊임없이 비교하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 elements.envato
이 문제는 오랜 시간 나를 힘들게 한 주된 원인이고, 어떻게 해야 완전히 떨쳐버릴 수 있을지 아직도 알 수 없다. 끈끈한 본드가 손에 붙어 여러 번 문질러봐도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것처럼 나와 다른 사람을 비교하지 않으려 해도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언제부터 갖게 됐고, 무엇 때문에 계속 갖고 있는지 알지 못하는 오랜 생각의 방식이다.
이런 나를 이상하게 보기 시작한 건 다양한 나라에서 건너온 친구들을 만나기 시작하면서 시작됐다. 이것 역시 비교를 통해서 느끼게 됐다. 다른 사람과 별로 비교하지 않는 친구들을 만난다.
비교와 경쟁에 대한 생각이 강하면 본능적으로 자신이 상대적으로 잘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게 된다. 그것이 무엇이든 감추거나, 감추지는 않더라도 굳이 앞에 드러내지 않는다. 나도 그렇고 자연스럽게 그렇게 하는 다른 이들을 본다.
그런데 그렇게 행동하지 않는 이들도 있다. 잘하고 못 하고는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을 많은 행동으로 보여준다. 처음에는 그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와 근본적으로 다른 누군가를 만나면 드는 불편한 느낌도 있었다. 내 기준에서 잘하지 못하는 어떤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드러내는 것에 대해 혼자 평가를 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수많은 평가와 비교를 하는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난 도대체 왜 이러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마치 자동화된 기계처럼 비교하고 평가하고 비난하고 폄하하거나 추켜세우는 모든 생각의 방식을 내가 갖고 있다는 것을 자각한다. 그때부터 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것은 어디에서 왔을까를 되돌아보게 됐다.
돌아보면 내가 당연하게 알고 있는 기본 상식들 중에는 언제부터 알게 됐는지, 왜 그렇게 알고 있는지, 어째서 그런지 등을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많이 있다. 언젠가 내 생각과 행동에 스며들었고, 고정관념으로 굳어졌다. 마치 그것이 의심할 여지없이 당연하게 느껴진다.
거기에서 조금씩 시작한다.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생각에 물음표를 하나씩 붙여본다. 그리고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다른 사람에게, 다른 문화에서, 다른 나라에서는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는 가능성의 문을 열어둔다. 쉽지는 않지만 그렇게 조금씩 문을 열어두는 것 만으로 인식의 폭이 넓어지는 것을 느낀다.
병원에서 수련의로 근무할 때 있었던 일이다. 나는 나 자신이 너무 부족하고 바보 같고 열등하다고 느껴졌다. 병원에서는 환자의 케이스, 경전의 내용, 누군가의 질문, 특정 개념을 이해하는 범위 등에 대한 자유로운 토론이 매일 끊임없이 일어난다.
특히 특정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시기에는 하나의 주제에 대한 깊이 있는 토론을 하는 시간이 정기적으로 마련된다. 이럴 때는 그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많이 힘이 든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이어지는 깊은 토론과 배움의 과정 속에서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모든 내용을 이해하는 것처럼 보이는 주위 동료들과 나를 비교하게 된다.
그러면 나는 한없이 작아지고, 부족한 사람이 된다. 그렇게 우울한 기분이 든다. 그날도 스스로를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고 바보 같은 나 자신을 다그치고 비난하느라 분주한 마음으로 우울하고 울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나는 마음을 잘 숨기지 못한다. 불편하면 불편함이 보이고, 슬프면 슬픔이 보인다. 그날도 내 얼굴에 마음의 상태가 그대로 드러났던 모양이다. 선생님이 곁에 오셨다. 그리고 부드럽게 물어보셨다. 나는 내가 느끼는 대로 가감 없이 말씀드렸다.
선생님은 나와 다른 사람을 비교하는 것은 애초에 비교할 수 없는 대상을 비교하는 것과 같다고 하셨다. 우리는 나와 다른 사람이 같다는 전제하에 비교를 시작한다. 하지만 우리는 같지 않다.
살아온 환경, 생각하는 방식, 가치관, 영향을 받은 사람, 더 나아가 전생에 어떤 배움과 경험을 했는지에 따라 많은 것들이 달라질 수 있다(아유르베다는 업과 윤회의 개념을 받아들인다).
그러한 관점에서 나와 다른 사람의 비교는 애초에 성립될 수 없다. 비교를 해야 한다면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를 비교할 수 있다. 그것만이 성립할 수 있는 비교다. 그것을 이해하고 많은 부분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사실 우리가 다른 사람을 볼 때 그 사람의 전체를 보지 않는다. 제한된 부분을 본다. 제한된 부분에서도 내가 보고 싶은 부분만을 본다. 보고 싶은 부분에서도 객관적이지 않은 시각으로 본다. 많은 부분 과장하거나 축소한다. 반대로 나를 바라볼 때 역시 전체를 보지 않는다. 흔히 부족한 부분을 크게 부각하거나 객관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다.
절대적으로 객관적일 수는 없다. 누구와 비교하냐에 따라 다른 이의 어떤 부분을 나의 어떤 부분에 비교하는지에 따라 급격하게 달라진다. 언제나 더 잘하는 사람이 있고, 언제나 더 부족해 보이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그렇기에 더더욱 다른 사람과의 비교는 나를 파악하고 이해하는데 기준이 될 수 없다.
우리는 각각 고유한 무게와 질량, 부피와 구성을 갖고 존재한다. 내 존재가 차지하는 자리는 다른 존재로 대체할 수 없다. 이점을 꼭 기억할 수 있기를 바란다 나에게도 당신에게도.
덧붙이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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