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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개 가게와 100개의 사탕 그리고 하이파이브

양천구 '신정2 하이파이브 페스타', 주민과 동네 가게가 들썩들썩

등록|2023.05.31 09:46 수정|2023.05.31 13:28
연신 비가 내렸던 5월 27일 토요일, 서울시 양천구 신정2동에서는 생활상권 축제인 '신정2 하이파이브 페스타(시나페)'로 들썩였다. 참여자 중에는 유난히 아이들과 부모가 많았고, 중년층과 청년들도 골고루 섞여 있었다. 참여자들은 저마다 우비를 입거나 우산을 쓰고 투명한 사탕 바구니를 하나씩 들고 다녔는데, 그들이 걸어간 골목과 전통 시장이 바로 '신정2동 생활상권' 구역이다.
 

▲ 신정하이파이브페스타에서 주민과 가게 사장의 하이파이브 ⓒ 양희경


이번 '시나페'의 참여자는 다음의 미션을 수행했다. ① 참여자들이 신정2 골목상권 지도를 보면서 페스타 참여 가게를 찾아간다. ② 참여자와 가게 사장님이 서로 하이파이브를 한다. ③ 가게 사장님이 참여자의 사탕 바구니에 사탕을 넣는다.

이 3가지 절차에 대한 예행연습이 있었던 건 아니라고 했다. 그렇다고 주최 측에서 참여자들에게 미션을 일일이 설명할 수 있는 노릇도 아니었을 거다. 그러나 나를 비롯한 참여자들은 '시나페' 미션 여정을 즐겁게 완수했다. 각자가 할 수 있을 만큼, 그것이 100개의 가게가 되었든, 60개 가게이든, 30개 가게이든 말이다.
 

▲ 신정하이파이브 페스타 참여가게 깃발 ⓒ 양희경


사실 참여자들이 굳이 페스타 지도를 보면서 페스타 가게를 찾을 필요도 없었다. 이면도로 안쪽 골목에 늘어선 가게와 전통 시장(중앙시장)의 가게에는 페스타 깃발이 걸려있었기 때문에 누구나 한눈에 참여 가게를 찾을 수 있었다. 참여자들은 성큼성큼 가게 문턱을 넘어서 사장님과 즐겁게 하이파이브를 하고 사탕을 받았다.

그런 가게가 100곳이 넘었다. 100곳이 넘는 가게는 업종도 다양했다. 식당, 분식점, 치킨 맥주집, 옷가게, 옷 수선점, 빵 가게, 카페, 목공방, 도예공방, 철물점, 인테리어 가게, 부동산, 미용실,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시장의 가게들, 그리고 노점상 ······. 그 많은 가게가 모두 퍼플 빛의 페스타 깃발을 내걸고 있었다.

단골인 가게도 있었고, 가본 적이 없는 가게도 있었다. 사탕 바구니는 '시나페' 참여 가게의 문을 열 수 있는 마법의 열쇠였다. 반갑게 맞아주는 가게 사장님과 하이파이브를 하면 손바닥으로 전해지는 온기로 가슴이 뭉클해졌다.

당장 가게의 물건을 사지 않아도 좋았다. 그저 맞부딪히는 손바닥 소리와 함께 들리는 "번창하세요!"라는 인사가 고맙고, 반갑기만 했다. 그렇게 100개의 가게, 100개의 사탕을 받은 주민들은 골목에서 시장에서 웃음꽃을 피웠다.

"엄마, 아빠. 이거 사줘."
"아, 맛있네요. 또 순대 사러 올게요."
"이렇게 좋은 가게가 많았어."
"아이고, 동네가 온통 축제일세", "맨날 이렇게 손님들이 오갔으면 좋겠어."


서로의 인사가 고마운 골목 가게였고, 사람이 그리운 전통 시장이었다. 참여자들은 골목에서 우리를 기다려온 상인들과 '시나페'를 즐기면서 서로를 알아보았다. 그것이 바로 내가 '신정2 하이파이브 페스타'를 기록하는 이유이다.

생활상권을 활성화하는 것이 무엇인가? 내가 사는 동네 가게에서 소비가 잘 되는 거 아닌가. 그러려면 동네 시장에서 장을 보고, 동네 식당에서 식사하고, 동네 미용실에서 머리하고, 동네 OO가게에서 OO하는 것이 더 편하다고 느껴져야 한다.

거기에 동네 가게에서의 소비가 정겨운 사람 사는 맛으로 더해지면, 사람들은 즐겁게 동네 상권에서의 소비를 하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생활상권은 동네 주민들과 상인과의 관계를 기반으로 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생활상권지원에 대한 관점은 신정생활상권추진위원회(신정생활상권)의 '우키당(우리 동네 키즈 당근 마켓)' 사업에서도 살펴볼 수 있었다. 하이파이브로 둘러본 '뱃살도둑'이라는 샐러드 가게에는 샐러드 바뿐만 아니라 '우키당' 매대도 설치되어 있었다. '우키당'은 아이들이 스스로 중고물품을 교환하는 거점인 셈인데, 이 가게는 샐러드도 먹고 학용품 교환도 하는 꿩 먹고 알 먹는 가게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즉, 동네 가게는 고객에게 판매와 편의를 제공하고, 주민은 가게에서 소비와 '우키당'의 물물교환까지 체험하는 것이다. 이러한 마케팅은 동네 주민을 충성고객으로 전환하여 동네 곳곳으로 연결하고 확장한다. '우키당'과 '시나페'의 하이파이브와 같이 동네 주민과 상인을 연결하는 네트워크형 마케팅이 동네에서 소비되고 순환된다면, 그것이 바로 지역경제를 살리는 생활상권의 활성화가 될 터이다.
 

▲ 신정하이파이브페스타에 참여한 아이들의 탄 물방울 기차 ⓒ 양희경


서울시가 '생활상권 활성화 사업'을 시작한 지 3년째이다. 코로나로 지역 상권이 무너지고 거대 자본의 온라인 쇼핑몰에서의 소비가 일상이 되어가는 지금, 이 지원 사업은 시기적절했다고 보인다.

앞으로도 어떤 팬데믹이 또 우리 생활에 타격을 입힐지 모른다. 그러나 위급한 상황일수록 우리는 사람에게 위안받고, 사람과 협력하며, 사람들과 맺어진 관계와 연대의 힘으로 고난을 극복해왔다. 그처럼 생활상권 활성화도 동네 사람들의 협력에 의한 소비형태의 변화로 가능해질 것이다.

따라서 '신정2 하이파이브 페스타'의 공로는 동네 주민과 상권을 관계망으로 접근하여 소비문화의 전형을 새롭게 창조하고 있다는 데 있다. 이 새로운 소비문화의 매개체가 바로 100개의 가게에서 100개의 사탕으로 마주하는 하이파이브이다.

신정생활상권은 페스타로 형성된 관계에 지속적인 접촉과 편의를 제공하여 골목상권의 단골로 만들겠다는 착하고 야무진 사업 목표를 세운 듯하다. 아마도 그 목표가 우천에도 흔들리지 않는 축제 콘텐츠를 만들고, 행사 참여자를 생활상권의 주체로 세운 것이리라. 그래서 '신정생활상권'만의 독특한 '하이파이브 페스타'는 신나고 즐겁고 따뜻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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