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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법인, 위기에 처한 남방큰돌고래 구할까?

1일, '생태법인 제도 공유를 통한 아시아-태평양 생태평화공동체 형성' 토론회 열려

등록|2023.06.02 09:25 수정|2023.06.02 09:37

토론회커 도입을 위한 토론회가 1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 장태욱


멸종위기에 처한 남방큰돌고래를 보호할 방안으로 생태법인 제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1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된 '제주포럼 2023' 세션 중 하나로 열린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생태법인을 통해 남방돌고래에게 법적 권리를 보장하고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도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토론회는 박태현 강원대 교수가 좌장을 맡았다.

생태법인제도 논의는 제주대학교 진희종 강사가 2020년 3월 '대동철학회 논문집'에 논문 <생태민주주의를 위한 '생태법인' 제도의 필요성>을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진희종 강사는 논문에서 인간 이외 존재들의 이해관계가 고려돼야 생태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다며, 자연물의 권리를 보호할 법정 대리인(혹은 후견인)으로 생태법인을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지난 2004년 천성산 터널공사에 반대하는 시민이 도롱뇽을 원고로 삼아 공사에 반대하는 소송을 제기했을 때, 우리 법원이 도롱뇽에 원고자격이 없다고 판정할 사실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당시 17만 명이 넘는 시민이 소송을 지원했지만, 제도적 장벽을 넘지 못했다. 생태법인 제도가 당시에 있었다면, 17만 명의 소송단이 생태법인을 결성해 법정에서 도롱뇽을 대신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2020년 생태법인 제도가 제안된 후 3년 동안 꽤 많은 진전이 있었다. 법학회에서도 생태법인이 논의되기 시작했고, 오영훈 제주지사는 지난해 10월 생태법인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3월에는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를 위원장으로 하는 생태법인 제도화 워킹그룹도 제주도에서 출범했다.

1일 토론은 주로 제주도 연안에 서식하는 남방큰돌고래를 보호할 수단으로 생태법인 도입이 필요하다는 내용에 집중됐다.

린지 포터(Lindsay Porte) 대만 시마연구소 선임연구자는 발표에서 "바다가 육지와 비교하면 방대하고 생태계가 매우 빠르게 변하고 있다"고 밝힌 후, 그 원인으로 인간의 해양생물 소비가 빠르게 증가해 수산업자들이 해양생물을 무차별적으로 포획하고 있다며 각 나라에 해양에 대한 주인의식과 책임감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린지 포터 연구자는 "선박 엔진이 내는 소음과 선박 충돌에 따른 해양오염으로, 빠르게 높아지는 바닷물 온도와 바다를 떠다니는 그물망 때문에 해양포유류가 위험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실효성 있는 관리와 모니터링, 정책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진희종 강사는 발표에서 "제주도가 생태법인 제도를 도입해 새로운 문명의 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생태법인의 전 지구적 확산을 위해 생태법인 포럼을 조직해야 한다"고도 제안했다.

장수진 해양동물생태보전연구소장은 "제주도 주변 바다에 남방큰돌고래 120마리 정도가 서식하는데, 매우 사회성이 높고 사람과도 밀접하게 관계를 맺고 있다"고 밝혔다.

장 소장은 "생태법인 제도가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려면 법률이나 조례가 제정돼야 하고 사회적으로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남방큰돌고래를 대리하기 위해서는 그것들을 제대로 이해해야 하므로 연구 인력을 키우고 연구의 토대를 강화하며 시민과 연구자들이 서로 긴밀하게 연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남종영 한겨레신문 기자는 "남방큰돌고래에 법인격을 부여하려는 움직임을 확산하기 위해서는 공연시설에서 방사된 제돌이나 춘삼이의 강력한 서사를 긍정과 희망의 이야기로 확장하고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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