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돌봐야만 생존가능한 사회... 더 크게 목소리 내겠다"
'영원한 여성활동가' 박영숙 살림이상 수상소식... 기념전 '내가 그린 여자들', 29일까지 전시
▲ 제9회 박영숙 살림이상 수상자들. 왼쪽부터 박민아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 김순애 부산여성회 교육위원장, 안김정애 기지촌여성인권연대 공동대표, 윤주옥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공동대표. ⓒ 한국여성재단
지난 5월 30일 한국여성재단에서 열린 제9회 '박영숙 살림이상'에서 단체상을 수상한 '정치하는엄마들'의 박민아 활동가는 이 "우리 사회가 서로 돌보지 않으면 살 수 없기에, 정치하는 엄마들은 서로가 서로를 돌보는 사회를 위해 더 큰 목소리로 이 사회에 균열을 내겠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덧붙여 "(통상 엄마들은) 양육자로서 돌봄과 함께 활동가로 활동한다는 게 어렵다. 이 상은 양육자와 아동, 청소년이 민주적인 사람으로서 한국사회에서 함께 숨 쉬고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확신시켜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시상식에 함께 참여한 어머니를 소개하고 "(제가) 활동할 수 있었던 것은 어머니가 두 아이를 돌봐주셔서"라고 말하며 또 한번 감사를 전했다.
▲ 박민아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 ⓒ 한국여성재단
정치하는 엄마들은 2017년 이후 엄마를 정치적 영역에 호명하여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및 어린이생명안전법안의 국회 통과를 이끌어냈고, 어린이집 급·간식비 인상, 스쿨미투 처리현황 공개를 위한 행정소송 진행, 혐오차별 조장 미디어 퇴출을 위한 '핑크노모어' 캠페인, 기후 소송 등 아동·청소년의 권리뿐 아니라 성평등과 기후위기 등 광범위한 정치적 행동과 법적 변화를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 김순애 부산여성회 교육위원장 ⓒ 한국여성재단
김순애 부산여성회 교육위원장은 30여 년 동안 여성노동, 여성가족, 풀뿌리 지역 공동체, 비정규직 여성지원, 한부모와 이주여성, 여성미디어와 사회적 기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지역 활동을 통해 여성들을 조직하고 성평등한 지역사회를 만들어가고 있는 공로를 인정받았다. 김 위원장은 "30년 동안 그만두지 않아서 지금까지 왔다"면서 "이후 30년은 가정, 직장, 사회에서 여성들이 주인으로 당당하게 설 수 있는, 연대하는 길을 만드는 데 함께 하겠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 안김정애 기지촌여성인권연대 공동대표(왼)와 신필균 사무금융우분투재단 이사장 ⓒ 한국여성재단
평화 부문의 수상자 안김정애 기지촌여성인권연대 공동대표는 성인지적 관점의 군사, 안보, 통일 운동을 펼쳐왔고, 2015년 Women Cross DMZ 이후 여성평화걷기, 평창평화걷기, 개성의 남북여성모임 등을 추진하였으며 기지촌 여성들의 명예를 회복하고 2020년 경기도 기지촌여성지원조례를 통과시키는 등 평화 활동의 공로를 인정받아 수상했다.
안김정애 대표는 이날 수상 소감에서 "올해 정전 70년을 맞는 것이 슬프다. 언제 이 장벽이 무너질까 (의문이다)"라며 "젊은 여성 활동가들을 더 키워 전 세계 평화를 위해 작은 물방울, 밀알이 될 수 있도록 천천히 꾸준히, 욕심부리지 않고 걸어가겠다"고 말했다.
▲ 윤주옥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공동대표 ⓒ 한국여성재단
생명/환경 부문에서 수상한 윤주옥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공동대표는 30여 년간 지리산국립공원 케이블카 사업 반대, 반달곰을 위한 1%가게 네트워크와 지리산 산악열차 반대 투쟁, 신공항 반대, 골프장 반대 등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국립공원을 향한 개발에 맞선 투쟁의 최전선에서 주민들과 함께 연대하며 활동해 왔다.
마이크를 잡은 윤주옥 대표는 "(수상) 자격이 있는지에 대해 스스로에게 많이 물었다. 활동의 성과가 무엇인지 뒤돌아보았다"며 "앞으로도 현장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인간과 같이 호흡하고 있는 이웃 생명들과 함께 현장을 지켜가는 현장 활동가가 되겠다"고 수상 소감을 밝히며 함께 활동해 온 사람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 신필균 사무금융우분투재단 이사장 ⓒ 한국여성재단
올해는 박영숙 선생의 10주기를 맞아 살림이상 시상식에 앞서 박영숙 선생의 삶과 운동을 돌아보기 위한 시간으로 신필균 사무금융우분투재단 이사장이 '박영숙과 살림정치'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진행했다.
신 이사장은 강연에서 박영숙의 정치사상을 '살림정치'라 명명하며, 죽임의 정치가 아닌 살림의 정치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시민사회는 실용적 실천으로 반드시 변화시키는 데 목표를 두고서, '보이는 우리'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우리', 즉 보이지 않는 이들까지 찾아 포용적 연대를 이어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 한국여성재단 1층에 전시중인 ‘다시, 박영숙을 만나다’ ⓒ 한국여성단체연합
▲ 한국여성재단 1층에서 전시중인 ‘다시, 박영숙을 만나다’ ⓒ 한국여성단체연합
이날 제9회 박영숙 살림이상 시상식이 개최된 당일은 한국여성재단이 건물 리모델링 후 재개관하는 날로, 살림이상 시상식에 앞서 1층 '박영숙 홀'에서 기념식을 가졌다. 기념식에는 박영숙을 기억하는 여성운동 선후배들 150여명이 모여 박영숙 선생 10주기를 추념했다.
재개관한 한국여성재단 1층에서는 '다시, 박영숙을 만나다' 전시를 통해 박영숙의 생애와 활동 내용을 만날 수 있으며, 지하 1층에서는 재개관 기념전 '내가 그린 여자들'이 6월 29일까지 이어진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김수희씨는 한국여성단체연합 활동가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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