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귀촌 줄지어..." 피리부는 사나이의 정체
[인터뷰] 매봉산장 박무경씨
▲ 매봉산장 박무경씨 ⓒ 주간함양
스물아홉 젊은 나이에 고향으로 들어온 박무경씨는 뭘 해 먹고 살아야할지 고민이었다. 특히 한겨울 서상 골짜기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러다 추위와 허기를 달래기 위해 찾아오는 등산객에게 차를 끓여주고 요깃거리를 챙겨주면서 장사를 시작하게 됐다. 주머니에는 단돈 4000만 원, 성실하고 진실된 무경씨를 15년간 지켜봐 온 지인 덕분에 공사를 시작할 수 있게 됐고 지금의 매봉산장이 세워졌다.
매봉산장이 위치한 이곳은 영각사 코스로 남덕유산을 산행하고 서상IC로 나가려면 지나야 한다. 이 길목에 자리잡은 매봉산장은 등산객들에겐 산행 후 쉬어갈 수 있는 최고의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다. 게다가 문태서 의병장 역사공원이 인근에 있어 넓은 주차장을 갖게 된 건 행운이었다.
펜션에 식당까지 겸해 운영되는 매봉산장이지만 서상 산골짜기, 모르면 못 오는 이곳. 매봉산장 최고의 홍보는 경치 좋고 음식도 맛있었던 매봉산장을 경험한 등산객의 입소문이었다.
펜션은 25~30명까지 수용가능하며 식당도 80여 명이 앉아 식사를 할 수 있다. 먹고 자는 것이 한 번에 해결되는 매봉산장은 그래서 동창회 뒤풀이 장소로 인기만점이다. 특히 서상지역 초·중·고등학교 동창회가 열릴 때면 각 기수별로 앞 다투어 예약하는 곳이 됐다.
하지만 코로나가 터지면서 무경씨에게도 위기가 찾아왔다. 먹고는 살아야 했으니 그는 20여 년 대대로 이어 온 농사 규모를 확장시켰다. 주 작목은 오미자와 양파. 남덕유산 700고지 이상의 밭에서 자란 무경씨네 양파는 17~18도의 일교차를 겪으며 자라 단단하고 잘 썩지 않으며 아삭한 식감에 단맛이 풍부하다.
무엇보다 밭에서 캔 양파를 일주일에서 열흘간 말려 선별작업을 거쳐 상품화를 시켰더니 소비자 만족도도 높았다. 그가 운영하는 스마트스토어에는 양파 품목하나로 1400여 개의 리뷰가 달려있고 평점도 4.9점을 유지한다.
이제 무경씨에게는 새로운 인생목표가 생겼다. 본인이 생산하는 농산물을 브랜드화 하는 것이다. 서상은 한때 고랭지 채소로 고소득을 올리던 곳이다. 무경씨의 할아버지가 처음으로 고랭지 채소를 도입했고 그의 아버지는 농사 잘 짓기로 일순위에 올랐다. 그리고 무경씨는 잘 지은 농사를 상품화하여 잘 파는 것으로 3대째 농업을 완성시켜 가고 있다.
"사람도 없고 계곡도 없는 이곳에 펜션이 웬 말이냐", "젊은 사람이 촌에 와서 뭐 해먹고 살꼬" 처음 고향에 들어온 무경씨가 겪었던 걱정스런 시선들. 하지만 10여 년이 지난 지금 무경씨를 이어 젊은 귀농귀촌인이 줄을 잇고 있다.
그는 자신의 성장에는 아낌없이 내 주는 자연이 있었기 때문이라 했다. "고향을 잘 둔 덕이죠. 큰 산이 사람을 모아주고 그걸로 홍보를 했고 땅 좋은 이곳에서 농산물을 잘만 키우면 제대로 된 물건이 나오니까요"
지금의 아내를 만나기 위해 1년간 6만 킬로를 달리며 목숨을 걸고 대구를 오갔던 시골총각 박무경씨. 사랑까지 쟁취한 무경씨는 농촌에서 희망을 찾으려는 청년들에게 좋은 형님이 되려 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함양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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