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꿀벌 실종 확인, 일본은 이 방법으로 해법 길 찾았다
[사라진 꿀벌들, 그것이 알고싶다 4-1] 꿀벌 실종 대응 모범 사례 일본을 찾다
지난해 제주도를 시작으로 연쇄적으로 양봉농가에서 꿀벌이 사라지는 기이한 현상이 나타나면서 ‘벌집 붕괴 현상’이 전국적인 관심을 끌었다. 함양군 또한 관내 전체 양봉농가 중 반이 넘는 농가들이 치명적인 피해를 입으면서 대응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벌집붕괴 현상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는 방제제에 내성이 생긴 응애를 피해의 주요 원인으로 추측하고 있다고 발표했지만 관련 학계 등으로부터 분석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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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이에 <주간함양>은 벌집붕괴현상 피해 현황 파악을 비롯해 관련 학계 전문가로부터 현상에 대한 전문적인 분석과 조언을 들어본다. 또 이 현상과 관련해 선제적으로 대응해온 일본을 방문해 정부 관계자와 양봉협회 관계자를 만나 사건 경과와 원인규명 방식, 대응과정 등을 살펴보기로 한다.[기자말]
앞서 보도를 통해 국내 벌집군집붕괴현상 현황과 관련 질병이 최초 보고된 미국의 사례 그리고 국내에서 발생한 벌집군집붕괴현상의 성격에 대해 알아보았다.
그렇다면 우리와 유사한 기후조건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와 같은 대규모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옆나라 일본은 꿀벌 관련 질병에 어떻게 대응해왔을까. <주간함양>은 농업을 관리하는 일본 정부기관인 농림수산성을 방문하고 담당 관계자를 만나 꿀벌의 질병에 대한 대응 차원의 기본 방역대책과 양봉 진드기로 인한 피해 대응 사례를 들어보았다.
10년 전, 일본은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
▲ 농림수산성 노부유키 하마즈나씨가 꿀벌 질병에 대해 일본 정부가 어떻게 대응해왔는지 설명하고 있다. ⓒ 주간함양
일본 정부가 본격적으로 벌집군집붕괴현상을 포함한 꿀벌 질병에 관해 관심을 보인 시기는 2013년부터다. 미국에서 관련 현상이 장기적으로 발발하자 일본 정부는 꿀벌의 질병과 관련한 전수 조사를 진행하고 방역 체계를 갖추는 등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
우리나라와 유사한 기후조건을 가지고 있는 일본에는 우리의 10분의 1수준의 꿀벌들이 살고 있다. 일본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일본내 응애로 인한 꿀벌 피해(바로아증) 규모는 2018년 27건·877군수, 2019년 51건·754군수, 2020년 35건·611군수, 2021년 34건·377건으로 나타났으며 현재 피해 규모는 점점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우리나라 양봉업 규모와의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적은 피해 규모다.
농림수산성 노부유키 하마즈나씨는 "미국에 벌집군집붕괴현상이 장기적으로 이어짐에 따라 2013년부터 정부는 관련 점검을 실시해왔다. 지금까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애로 인한 꿀벌 피해 사례는 부분적으로는 나타났지만 전국적인 대규모 폐사와 같은 형태로는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그동안 일본 정부는 어떠한 기본 방역대책 체계 시스템을 갖추고 꿀벌 질병에 대응해왔을까. 현재 일본 정부 가축 전염병 예방법에 근거한 꿀벌 관련 신고 대상 질병은 부저병, 바로아증, 초크병, 아카린 진드기충, 노제마증 등이다.
꿀벌에 발생하는 전염병 중 하나인 부저병은 꿀벌의 유충이 발육 도중에 죽어서 썩게 되는 전염병으로서 법정전염병이다.
초크병은 곰팡이에 의한 꿀벌의 전염성 질병을 말하며 노제마병은 성출벌의 질병으로 이 질병에 걸린 꿀벌의 수명은 약 40% 감소하며 정상적인 활동을 하지 못한다.
바로아증은 국내 벌집붕괴현상의 하나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보도를 통해 지속적으로 다루어지고 있는 응애로 인해 꿀벌이 손상되는 질병의 명칭이다.
기본적인 방역 대책으로는 사양자의 일상적인 관찰 중 이상 증상이 보였을 때의 신속한 통보가 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 체계 구축과 도도부현(일본 최상위 행정구역 체계 / 한국의 광역자치단체에 해당)의 선제적 검사에 의한 질병 조기 발견이 있다.
그는 "질병 예방에 있어 특히 양봉 농가들의 신속한 통보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도도부현에서는 양봉 농가를 대상으로 지속적으로 관련 지도를 해오고 있으며 전염성 질환 등의 검사를 철저히 당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도도부현의 가축 보건 위생소 상세 대응 방안을 살펴보면 먼저 가축 위생 정보, 양봉매뉴얼 등을 이용한 사육자에게 질병이나 대책에 대한 정보를 적극 제공한다. 이와 함께 꿀벌 군에 이상이 보이거나 전염병이 의심되는 경우 신속히 검진받을 것을 요청한다. 여러 질병 중 부저병에 대해서는 가축 방역 대책 요강에 근거해 자주적 검사 체제 확립을 위한 조언·지도, 오염물품 등의 소각지도 등이 이루어지고 있다.
피해 줄인 대응 방법
일본 정부 또한 양봉 농가에서 발생한 꿀벌 관련 주 피해로 응애를 꼽는다. 일본에서도 구제제에 대한 응애의 내성이 문제로 주목받았으나 2017년 8월 신약이 동물용 의약품으로 승인되었고 이에 대한 적절한 사용에 대해 정부가 양봉농가를 대상으로 기술 지도를 실시하고 있다.
노부유키 하마즈나씨는 "그동안 꿀벌 전염병과 관련해 바로아증 비율이 다른 전염병과 비교해 높은 것으로 보고되어 왔다. 응애가 기존 구제제에 내성이 생기는 문제가 생기면서 예산을 들여 신약을 검증화하는 양봉지원사업도 해왔다. 구제제와 관련해 내성이 쉽게 발생하지 않도록 두가지 성분을 교대로 사용하는 것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2008년 양봉 등 진흥 강화 추진 사업에 있어 일본 양봉협회와 상기 신약을 포함한 종합적인 방제 방법의 검증과 신약의 실용화를 위한 데이터 수집 등도 실시해왔다. 또 농약에 의한 꿀벌의 피해 경감 대책 구상과 동시에 구제제의 적절한 사용법 및 일본 양봉협회가 발표한 진드기 방제 기술의 자료 등을 도도부현에 지급하면서 대응 활동이 이루어졌다.
최근에는 관련 피해가 발생했을 때 지자체에 등록되어 있는 양봉농가들을 전수조사해 방제가 집중되는 시점을 찾고 기간을 조절하거나 양봉농가를 이동시켜 꿀벌 피해를 줄인 바 있다고도 밝혔다.
이처럼 정부가 먼저 가이드를 제시하는 것과 더불어 신약 발굴에도 앞장서고 있는 일본이다. 다음 5편에서는 미즈타니 슌스케 미에현 양봉협회 회장을 통해 응애에 대응한 신약 연구와 해결방안을 찾는데 있어 민·관이 어떻게 협력 해왔는지 살펴 보기로 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함양뉴스 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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