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러시아가 카호우카 댐 폭파"... 러 "우크라 소행"
댐 붕괴 침수 피해에 주민 대피령, '환경학살' 지적도... 폭발 원인 두고 책임 공방
▲ 미국 위성 업체 막사 테크놀로지스가 러시아군이 점령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 노바 카호우카 댐이 포탄에 의해 파괴된 모습을 촬영한 사진 ⓒ 막사 테크놀로지스
우크라이나가 6일(현지시각) 러시아가 점령한 남부 헤르손주의 카호우카 댐이 폭발로 파괴되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긴급회의 소집을 요청했다(관련 기사: 우크라 남부 대형댐 터져... 홍수·원전손상 등 민간인 재앙 우려 https://omn.kr/248pl).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러시아가 댐을 폭파한 것을 우크라이나의 핵심 인프라에 대한 테러 행위로 간주한다"라며 "이는 가능한 한 많은 민간인 사상자와 파괴를 목표로 한다"라고 밝혔다고 AP통신·CNN방송·BBC방송 등이 보도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에 대한 새로운 제재를 논의해야 한다"라며 안보리 긴급회의 소집을 공식 요청했다. 또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에도 카호우카 댐 파괴를 이사회 회의 안건으로 상정해달라고 요구했다.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오늘 오전 2시 50분 러시아 테러리스트들이 카호우카 댐 구조물을 내부에서 폭발시켰다"라며 "전 세계가 카호우카 댐 파괴에 대응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우크라 "댐 파괴는 환경학살"... 수력발전소 엔진오일도 섞여
▲ 러시아군이 점령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 노바 카호우카 댐이 포탄에 의해 파괴됐다고 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상대측의 공격이 원인이라고 주장하며 책임을 부인하고 있다. 사진은 2023년 5월 28일 찍힌 카호우카댐의 위성 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연합뉴스
카호우카 댐은 우크라이나 남부에 물을 대는 핵심 기반 시설 중 하나이며, 유럽 최대 규모인 자포리자 원전에도 냉각수를 대고 있다. 드니프로강에는 모두 6개의 댐이 있으며, 가장 하류에 있는 카호우카 댐과 자포리자 원전은 현재 러시아군이 통제하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카호우카 수력발전소에 타격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으며, 현재 즉각적인 방사능 위험은 없다"라며 "모든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작년에도 댐이 붕괴될 경우 1천800만㎥의 강물이 흘러넘쳐 헤르손 등 10여 개 지역과 수십만 명에게 피해를 줄 것이라고 경고했던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댐이 파괴되자 피해 지역에 주민 대피령을 내렸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침수 지역에 있는 1만7000여 명의 주민이 대피했으며, 다른 지역에서도 4만 명 이상이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우크라이나 남부군 사령부는 페이스북에 "댐의 파괴 규모, 물의 양과 유속, 침수 가능성이 있는 지역 등이 점점 명확해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안드리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비서실장은 카호우카 댐 파괴는 '환경학살'(ecocide)이라며 중앙 및 지방 당국이 주민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렉시 다닐로프 우크라이나 국가안보보좌관도 "카호우카 수력발전소에서 나온 150톤 이상의 엔진 오일이 범람한 물에 스며들었다"라며 "그 (환경피해) 결과는 수십 년간 지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댐 파괴는 러시아의 침략이 새로운 단계로 들어섰음을 보여준다"라며 "지금까지는 선전으로 우크라이나 침략을 정당화했지만, 이제는 우크라이나를 파괴하고, 우크라이나인을 죽이고, 경제와 민간의 생명을 파괴하는 단계로 나아갔다"라고 비난했다.
러 "우크라의 사보타주" 진실 공방... 댐 파괴는 누가?
또한 카호우카 댐이 있는 우크라이나 남부에는 거대한 농경지가 있어, 댐 파괴로 글로벌 공급망에 차질이 우려되자 이날 세계 곡물 시장에서 밀, 옥수수, 귀리 등의 가격이 상승하기도 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카호우카 댐 파괴는 인도주의적, 경제적, 생태적 차원에서 기념비적인 재앙"이라며 "이날의 비극은 전쟁이 사람들에게 주는 끔찍한 대가의 또 다른 사례"라고 규탄했다.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 관계자도 "댐 파괴를 매우 우려하고 있다"라고 "이번 사건의 잠재적인 영향에 대해 더 알아보고 있다"라고 밝혔다.
영국 외무부는 "댐 공격은 끔찍한 행위이고, 민간 기반 시설을 의도적으로 공격하는 것은 전쟁 범죄"라며 "영국은 우크라이나와 이 재난의 영향을 받는 사람들을 지원할 준비가 되어 있다"라고 강조했다.
반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사보타주(비밀파괴공작)로 댐이 파괴됐다고 주장하면서 우크라이나에 책임을 돌렸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우리는 댐 파괴를 우크라이나 정부의 명령에 따라 계획되고 실행된 고의적인 사보타주 사건으로 공식 선언한다"라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모든 상황을 보고 받고 있다"라고 밝혔다.
관련해 영국 BBC방송은 "카호우카 댐 파괴는 우크라이나 헤르손 주민들에게 약간의 휴식을 주고, 러시아가 점령한 크름반도의 물 공급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라고 보도하며 러시아 측에도 피해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전쟁의 더 넓은 맥락으로 볼 때, 카호우카 댐을 파괴하면 우크라이나가 계획하고 있는 반격을 지연시킬 수 있다"라며 "소련군은 제2차 세계대전 때도 독일 나치군의 진격을 막기 위해 드니로프강의 댐을 폭파한 바 있다"라고 지적했다.
▲ G7 정상회의 참관국 자격으로 일본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5월21일 히로시마 G7 정상회의장인 그랜드프린스호텔에서 한국-우크라이나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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