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기 말까지만..." 이동관 '학폭 처리' 부탁에 김승유 "알아볼게"
김승유·이동관, 청탁 정황 담긴 통화내용 주목... 사적 친분 이용 '아빠찬스' 논란
▲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가 지난 2019년 11월 1일 방영된 73회 '이사장님의 수첩, 눈 감은 검찰수사' 방송 캡처 ⓒ MBC
방송통신위원장에 사실상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보 아들의 학교폭력 무마 의혹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 특보가 학폭 처리와 관련해 당시 학교 이사장에게 청탁을 했다고 볼 수 있는 정황이 담긴 과거 증언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김승유 전 하나고 이사장과 이 특보 모두 당시 언론에 자녀의 학폭 문제 처리와 관련해 통화한 사실을 인정했는데, 학폭 가해자 부모가 학교 이사장과 통화한 사실 자체만으로도 아빠찬스를 통한 '학폭 개입'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김승유, 방송에서 '이동관 청탁' 인정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가 지난 2019년 11월 1일 방송한 73회 '하나고 이사장의 수첩, 눈 감은 검찰 수사' 내용을 보면, 김승유 전 이사장은 취재진에게 이동관 특보와 통화를 했다고 인정하면서 그 내용을 전하는 대목이 나온다. 김 전 이사장과 이 특보의 통화 시기는 자녀의 학폭 가해 사실이 드러난 2012년 상반기로 추정된다.
김 전 이사장은 당시 취재진에 "그때 교육적으로 봐도 서로 티격태격한 거 가지고 그렇게 했어야 됐느냐"면서 "(가해자 아버지가) '학기 말까지만 있다가 (자녀 전학을) 좀 해줬으면 좋겠다' 그러기에 '내가 알아볼게', '그리고 교장한테 뭐 그런 일이 있었느냐...'"라고 증언했다. 여기서 언급된 '가해자 아버지'가 바로 이동관 특보다.
이와 관련 하나고 공익제보교사 A씨는 2017년 12월 13일자 <딴지일보> 인터뷰에서 다음처럼 말하기도 했다.
"그날 김승유 이사장이 (저한테) 그런 얘기도 했어요. '솔직히 이동관 전화 받았어요. 학기 끝날 때까지는 (이 특보 자녀 전학 보내지 말고) 그냥 좀 놔두라고 부탁해서 교장한테 얘기했어요. 근데 그렇게 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전학 갔잖아요. 그러면 된 거지 뭘.' 이렇게. (그래서) 제가 '보통 가정의 아이였으면 학폭위 열고, 징계했을 거다' 이런 얘기를 했고요."
김승유 전 이사장이 스트레이트 취재진에 털어놓은 내용은 A교사의 인터뷰 내용과 일치한다. A교사가 언급한 '그날'은 A씨가 김 전 이사장과 만난 2015년 8월 1일로 추정된다. A교사는 최근 <오마이뉴스>에 "당시 내가 <딴지일보>에 한 발언 내용이 정확히 맞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이 특보도 아들 학폭 처리 문제와 관련해 김승유 전 이사장과 통화한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스트레이트 취재진에 "(김 전 이사장은) 평소에도 잘 아는 분이고 더구나 학교에서, 말하자면 처리 자체가 굉장히 부당하게 됐기 때문에"라며 오히려 자녀가 본인의 지위 때문에 불이익을 받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그러면서 이 특보는 "무조건 학교폭력 처리를 해서, 이를테면 징계를 안 했기 때문에 그것이 봐줬다는 식의 논리 이거는 좀 지나치다 (생각해요)", "그 당시에 피해 학생들하고도 다 개인적으로 화해가 다 이뤄졌고 지금도 (아들과) 친하게 지내요"라고 주장했다.
2012년 3월까지 하나금융지주 회장을 지낸 김승유 전 이사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고려대 경영학과 동기로 이 전 대통령이 재산을 환원하겠다며 세운 청계재단의 이사를 맡는 등 핵심 측근이었다. 이 특보는 청와대 대변인과 홍보수석을 지내는 등 이명박 정부의 핵심 실세로 통했다.
가해자 아버지가 이사장과 통화? "여느 학부모라면 상상도 못 해"
▲ 서울 은평구 하나고등학교. ⓒ 권우성
이 특보가 기존의 보도내용대로 김 전 이사장과 아들의 학폭 관련 처분을 두고 통화를 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아빠찬스에 따른 '부적절한 청탁'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당시 하나고 상황을 잘 아는 사립학교법개혁국민운동본부 전 관계자(현직 사립고교 교사)는 <오마이뉴스>에 "가해자 아버지인 이 특보가 당시 하나고 이사장과 통화해 자녀 전학에 대해 상의한 것이 사실이면 부당한 청탁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가해 학생 학부모가 사립학교 이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자기 아들 학폭 처분에 대해 상의하는 것은 여느 학부모는 물론 교직원들도 상상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김 전 이사장이 이 특보의 부탁을 받고 학폭 처리와 관련해 교장에게 부당한 지시를 내렸다면 법 위반에 해당한다. 현행 사립학교법은 학교법인 이사장이 학생 처분과 징계 등을 포함한 학사업무에 개입하는 것 자체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1일부터 7일까지 당시 하나고의 학교폭력 대응과 두 사람의 전화 통화 여부에 대한 의견을 듣기 위해 김승유 전 하나고 이사장과 이동관 특보에게 전화를 걸고 문자도 남겼지만 답을 들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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