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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언에 욕설", "아픈 걸로 조롱"... 사회복무제 개선 토론회 열려

7일 국회서 토론회... "사회복무요원, 일반 직장인들 비해 2배 높은 괴롭힘 피해"

등록|2023.06.07 17:34 수정|2023.06.23 09:02

▲ 7일 사회복무요원 노동조합이 국회의원회관에서 사회복무제도 개선을 위한 국회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 정의당 배진교 의원실


<사회복무 중 괴롭힘 경험에 대한 주관식 응답표 중>

- '복무기관 직원이, 본인이 먹은 간식 쓰레기를 굳이 사회복무요원에게 전달하고는 "네가 버려라"고 말했다.'

- '반말과 욕설을 하고, 외모(탈모, 체형 등)에 대한 지적을 했다. 신체를 툭툭 쳤다.'

- '"가정교육 못 받은 XX"라는 폭언을 들었으며 이에 사과를 요구하자 "너 같은 XX랑은 할 말 없다"고 하며 끝내 사과하지 않았다.'

- '기흉이 있어서 오른쪽 신체를 못 쓰는데도 강제로 무거운 물건을 들게 했고, 이에 아파하자 조롱하고 협박했다.'


7일 사회복무요원 노동조합이 진행한 '사회복무제도 개선을 위한 국회 토론회'에서 발표된 사례들 내용이다.

이날 사회복무요원 노동조합과 직장갑질119,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등은 국회의원회관 제6간담회실에서 국회 토론회를 열고 '사회복무제도 개선'을 주장하고 나섰다. 사회복무요원 노동조합과 함께 이번 토론회를 공동 주최한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는 "병역의무는 수행하지만 군인은 아니고, 민간인 신분으로서 공익을 위한 노동력은 제공하지만 노동자는 아닌 '사회복무요원'의 모순적 지위는 한국 정치가 아직까지 풀지 못한 숙제"라며 "이번 토론회를 통해 사회복무요원 노동실태와 제도 개선 방안을 당사자 증언과 함께 살펴보겠다"고 했다.

'사회복무요원'이란 병역법에 따른 신체검사에서 1~3급 현역 판정이 아닌 4급 보충역 판정을 받은 청년들을 뜻한다. 이들은 1년 9개월간 관공서, 학교, 요양원, 아동복지시설 등에 노동력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복무해야 한다. 이는 국제법상 '강제노동'으로 특히, 잉여 징집병의 비군사분야 활용을 금지한 ILO 29호 협약(강제노동 금지)에 위배된다고 지적돼 왔다(관련 기사: 사회복무요원들에게도 노동조합이 있다 https://omn.kr/1yd6b).

발제에 나선 김기홍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최근 사회복무요원 노동조합이 직장갑질119 등과 함께 사회복무 중 괴롭힘 경험과 복무환경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그런데 이 조사에 응한 사회복무요원 및 사회복무 소집해제자의 64%가 복무 중 괴롭힘 피해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며 "이는 직장갑질119에서 실시한 직장 내 괴롭힘 조사에서 확인된 일반 직장인들의 직장 내 괴롭힘 피해 비율(30.1%)에 비해 2배 높은 수치였다"라고 했다.

김기홍 노무사는 또 "상당히 많은 사회복무요원들이 생계 문제를 겪고 있다"며 "이번 실태조사 참여자의 82.6%가 사회복무요원 급여로는 생계유지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들 대부분은 가족의 도움을 받고 있다. 병역의 의무를 이행하는 사회복무요원들의 생계를 국가 대신 가족과 개인이 책임지고 있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사회복무, 법적 사각지대... 병역법 개정 통해 괴롭힘 금지 법에 명시해야"
 

▲ 지난해 4월, 사회복무요원 노동조합이 국회 앞에서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 김동규


사회복무요원 노동조합 하은성 사무처장은 "사회복무요원은 현행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근로기준법 제76조2 및 제76조의3)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며 "이에 대한 대안으로 병역법 개정을 통해 복무 중 괴롭힘 금지를 법에 명시하고, 병역법 시행령에 사건처리 절차를 명시하는 내용의 제도개선이 검토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주장했다.

사회복무요원들은 출근일을 기준으로 1일 7000원 가량의 중식비를 지급받는다. 이에 대해 하 사무처장은 "사회복무요원에 대한 생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며 "식비 인상, 주거비 지원, 겸직제도 개선 등이 이뤄져야 한다. 공무원 매식비를 기준으로 한 사회복무요원 중식비는 지금의 물가 수준을 고려할 때 지나치게 낮고, 출근일을 기준으로 지급되기 때문에 휴일에는 식비를 개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이에 지금의 사회복무요원들은 한 달에 70끼 이상을 스스로 부담하고 있다"고 했다.

이번 토론회에는 사회복무 중 각종 갑질피해를 입은 당사자들도 참석했다. 복무기관에서 당근마켓 소포 배송 등을 비롯한 '사적 업무 강요'를 당한 사회복무요원 이시헌씨는 "서울 모 법원 소속 사회복무요원들을 관리하던 A씨로부터 지속적으로 사적 업무를 요구받았다"며 "직원 동호회에 일할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동아리방을 청소하는 등의 일을 했고, 심지어는 A씨의 개인적인 당근마켓 거래를 위해 소포를 발송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후 더 이상 A씨의 갑질을 참지 않기로 결심하고 동료 요원들의 의견을 모아 의견서를 제출하자, A씨로부터 '이같은 행위는 선동행위에 해당해 복무기간을 5일 연장하는 내용의 징계처분(경고장 발부)을 줄 수 있다'는 위협을 받았다"면서 "이후 진행된 A씨에 대한 감사에서도 사회복무요원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을 처벌하는 법규가 부재한 탓에 A씨는 가장 낮은 수위의 징계만 받았다. 그는 여전히 정상 출근하고 있고 사회복무요원들을 관리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고 했다.

하은성 사무처장은 "그동안 한국의 사회복무요원들은 병역의무 이행을 이유로, 현역병과의 형평성을 이유로 최소한의 처우조차 보장받지 못했다"며 "신체적·정신적 질환을 이유로 현역 복무를 수행하기 어려운 것이 차별의 근거가 되어서는 안 된다. 사회적·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는 굴레가 되어서는 안 된다. 사회복무는 병역의무의 이행이지, 현역병이 되지 못했음에 대한 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 사무처장은 "1995년 제정된 사회복무제도 도입 30년을 앞둔 지금, 우리는 사회복무제도에 많은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겸허하게 인정하고 수면 위로 떠오른 사회복무요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 지난해 4월 진행된 사회복무요원들의 집회에 등장한 손피켓. ⓒ 김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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