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식 아침식사, 비건 잉글리시 브렉퍼스트베이크드 빈즈, 빵, 비건 소시지, 두부 등으로 이루어져있다 ⓒ 최미연
영국에선 주로 일요일 오전에 잉글리시 브렉퍼스트를 즐긴다. 언제건 먹을 수 있는 식사지만 일했던 레스토랑에서는 주말이면 이 만찬과 함께 해장 주스로도 잘 알려진 '블러디 메리'를 곁들여 먹는 손님들로 북적였다. 워낙 많은 이들이 즐겨 먹는 아침 식사이기에 '올 데이 브렉퍼스트'라며 온종일 이 음식을 서빙하는 식당과 펍들도 더러 있다('블러디 메리'는 토마토 주스에 레몬주스와 타바코 소스, 보드카 등을 넣어 만드는 것으로 보드카 대신 진을 넣기도 하고 논알콜 버전인 '버진 블러디 메리'도 있다).
스크램블 에그의 대용으로 두부를 사용한 것을 처음 맛보고 지금까지도 가장 즐겨 먹는 반찬이자 요리가 되었다. 팬에 기름을 먼저 두른 뒤 으깬 두부에 간장과 강황 가루로 간을 하면 꽤 그럴싸한, 비슷한 맛이 난다(부드럽게 만들고 싶다면 귀리나 두유를 조금 넣으면 된다). 한 번은 친구에게 만들어줬더니 나중에 먹고 나서야 계란이 아닌 두부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깨달은 적도 있을 정도다. 많은 채식주의자들이 계란에서 나는 특유의 유황 냄새를 재현해내기 위해 흑소금으로도 잘 알려진 칼라 나믹 소금을 여기에 더하기도 한다.
영국의 몇 안되는 명물로 알려진 것은 피시 앤 칩스이지만 본인에게 있어선 단연 잉글리시 브렉퍼스트와 함께 '파이'를 꼽고 싶다. 이것 또한 마찬가지로 지역 특색에 따라 다양하게 변주되는데 주로 다진 고기가 들어가나 비건 버전으로는 버섯과 다양한 채소가 들어간다. 마트에서 미리 만들어진 것을 구매할 수도 있고 '선데이 로스트'로 일요일 아침 식사를 제공하는 음식점에 가 즐길 수도 있다.
비건이란 사실만 빼면 먹는 것에 까다롭지 않기에(!) 거주하는 지역(나라)에 맞게 특화된 음식들을 주식으로 빠르게 수용하는 편이다. 영국에서는 이 잉글리시 브렉퍼스트처럼 한 접시에 여러 구운 채소와 베이크드 빈즈를 즐겨 먹었었다면 독일에 오고 나서는 독일식 아침 식사를 즐기게 됐다.
▲ 독일식 아침식사빵과 토마토, 오이 등의 채소와 함께 오렌지 주소 혹은 커피를 곁들인다 ⓒ 최미연
푸짐한 영국 아침식에 비하면 독일식 아침 식사는 조금 단촐해 보일 수 있다. 빵, 버터, 햄, 토마토, 오이가 주 재료인데 비건 버전으로는 귀리유로 만든 버터나 식물성 마가린 그리고 감자 전분이나 콩으로 만든 비건 햄으로 대체한다. 햄과 소시지의 나라답게 비건 대체육으로 개발된 제품들을 어디서든 쉽게 구매할 수 있다.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육가공품 회사 '루겐발더'는 1834년도에 설립되었는데 증가하는 비건/베지테리언 제품에 대한 수요로 2014년부터 대체육을 만들어 오고 있다. 2020년에는 처음으로 본사의 기존 소시지 제품보다 대체육 판매량이 높았던 통계치도 있다.
▲ 유명 독일 육가공품 회사 루겐발더의 비건 햄독일 유스호스텔 숙소에서 제공 된 조식 중 비건식이 준비되어있다 ⓒ 최미연
한국의 백반 혹은 아침식사 상 또한 비건으로 전환하기에 어렵지 않다. 찌개에는 젓갈이나 육류, 해산물 대신 채소와 채수로 말끔한 맛을 낼 수 있다. 쌀뜨물에 봄나물을 얹어 끓인 된장국은 그것만으로 향과 간이 충분하다. 들깨가루로 만든 미역국, 오이, 애호박, 콩나물 무침, 콩자반, 미나리 등 채식이란 개념을 접하기 전부터 이미 우리나라는 수 천년에 걸쳐 이어진 채식 기반 사찰 음식의 역사를 갖고 있다.
독일식 아침 식사로 매일 빵에 비건 햄과 채소를 넣어 먹는 건 아니다. 늘 진수성찬으로 차려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가끔 밤에 침대에 누워 아침 먹는 상상을 하면서 잠들기도 한다. 식성이 좋은 나 같은 사람이 비건이 되면 육류를 대체할 식재료와 다양한 식감들의 조합을 상상하는데에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기 때문이다. 영국과 독일식 아침상에 필요한 웬만한 식재료는 국내에서도 구할 수 있다. 다가오는 주 하루 아침 식사를 조금 색다르게 준비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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