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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산업재해 사망 노동자 추모일의 기원, 케이더 공장 화재 사고

[STOP! 아시아 노동·환경 재해 - 2023 ANROEV 대회에 다녀와서]

등록|2023.06.12 10:51 수정|2023.06.12 10:51
안전과 건강에 관한 많은 법제도 및 추모일은 일터에서 죽거나 다친 노동자·시민의 비극, 그리고 참사 이후 현장을 바꾸려 한 많은 이들이 벌여온 싸움의 결과다. 428 세계산재사망노동자추모의날 역시 태국의 한 공장에서 발생한 참혹한 사고로 인해 생겼다. 이 글에서는 케이더 화재 사고의 진상을 알아보고, ANROEV 컨퍼런스 기간 중 방콕에서 있었던 케이더 공장 화재 사고 추모제를 돌아본다. 참사의 생존자 및 재발 방지를 위해 싸워온 활동가들과의 간담회도 같이 다룬다.

1993년 5월 10일, 태국 Na koh n Pathom 도에 있던 케이더 공장은 심슨 가족 인형과 장난감을 만들어 수출하는 공장이었다. 빈곤에서 벗어나고자 공장 노동을 하던 그곳의 젊은 여성 노동자들은, 화재 경보조차 없는 열악한 공장에서 일을 하다 참변을 당했다.

특히 이 공장은 직원들이 인형을 훔쳐 나가지 못하게 한다고 바깥에서 공장문을 잠근 채 일하게 했다. 밖에서 잠긴 문은 화재가 발생했을 때 노동자들이 도망조차 칠 수 없게 만들었다. 그해에 이 공장에서는 다른 소규모 화재가 발생했지만, 회사는 제대로 조치하지 않았다. 기업의 이런 무책함은 188명의 사망자와 500여 명의 중상자가 발생한 참사를 초래했다.

3년 후인 1996년 4월 28일, 노동자들은 뉴욕 유엔 본부 앞에서 케이더 사고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촛불을 들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이날을 세계산업재해사망노동자추모의날로 정했다. 그렇게 매년 4월 28일, 우리는 케이더 화재 사고를, 여전히 만연한 산재사망 노동자들을 추모하며 행동하고 있다.
 

▲ ANROEV 대회의 마지막 날인 5월 10일, 태국 케이더(Kader) 인형 공장 화재사고 30주기를 맞아, 방콕 노동박물관 앞에서 추모제가 열렸다.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케이더 화재 사고 후 30년, 추모제와 생존자 간담회

ANROEV 컨퍼런스의 세 번째 날 아침(5월 10일), 참가자들은 방콕의 노동 박물관에서 열린 케이더 화재 사고 30주기 추모제에 참가했다. 태국의 여러 노동조합 활동가, 태국 직업 및 환경 피해자 네트워크 대표 등이 추모 발언을 이어갔고, 승려들의 추모 기도도 이어졌다. 당시 대다수 피해자가 젊은 여성이었다는 것, 이들이 특히 열악한 노동 환경에 처해있었다는 것을 기억하며 모든 젠더, 모든 인종 노동자가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위해 싸우자는 결의를 다졌다.

추모제 이후, '케이더 사고에서 배운다: 직업 안전보건이 나아갈 길'이라는 주제로 기자 간담회가 이어졌다. 당시 화재 사고 생존자도 함께했다. 당시 18세였던 이 여성 생존자는 품질 관리 부서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당시 회사는 오직 이윤을 올리는 데만 몰두할 뿐 노동자의 안전에 대한 고려는 전혀 하지 않았다. 휴식과 점심시간도 부족할 정도로 강도 높게 일을 해야 했고, 노동자들은 돈을 벌기 위해 이런 상황을 감내하고 있었다.

그녀는 간담회에서 매우 두려웠던 화재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당시 1층에서 불이 났을 때, 그녀는 살기 위해 4층으로 올라 갔다 2층으로 내려갔지만, 불 때문에 1층으로 내려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알려진 바대로 화재 당시 계단이 무너지기도 했다. 사고로 인해 이 노동자는 다리를 크게 다쳐 한동안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여전히 한쪽 다리가 불편한 상태다.

노동자 안전과 건강을 위한 싸움

이어서 태국의 안전보건 노동시민사회 활동가들은 케이더 화재 사고 이후 싸움을 소개했다. 태국의 노동안전보건의 체계를 세우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보건복지부 등 정부 부처와 함께 산업재해 예방 위원회를 설립했다. 사업장 안전보건 점검과 안전관리자 상주 등을 강제하지 못한 아쉬움도 함께 남겼다. 운동단체들은 또한 치료비와 보상금액을 협상하는 과정에도 함께하며, 자녀 교육비 등도 보상액에 포함시키기도 했다.

30년이 흘렀다. 그리고 매년 4월 28일 우리는 전 세계의 산업재해 사망 노동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법 제도가 제대로 제정되지 않거나 이행되지 않아서, 이윤을 최우선으로 하는 행위가 만연해서 노동자들은 여전히 사고와 질병으로 희생당하고 있다. 계속해서 관심을 가지고 변화를 위해 싸워가는 것이, 죽음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을 쓴 유청희 님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입니다. 이 글은 한노보연 월간지 일터 23년 6월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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