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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

농식품부, 별장 등 악용사례 방지 '농막' 관리 강화... 농민들 "과도한 규제" 우려

등록|2023.06.12 11:41 수정|2023.06.12 11:41
농림축산식품부가 '농막'을 별장 등으로 악용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 칼을 빼들었다.

현장에선 취지는 이해하지만 전업농민의 현실과 동떨어진 탁상행정이라는 지적과 함께, 과도한 규제로 가뜩이나 소멸위기에 처한 농촌지역의 귀농귀촌과 주말체험농장 등을 침체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최근 '농지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5월 12일~6월 21일).

농막은 ▲농자재 보관 ▲수확농산물 간이처리 ▲농작업 중 일시휴식 등을 용도로 설치하는 연면적 20㎡(약 6평) 이하 시설이다. 전원주택이나 별장 등과 달리 소방기준을 적용받지 않는 가설건축물이어서 주거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

농식품부는 개정안을 통해 ▲농막 전입신고, 야간취침·숙박, 농작업 없는 여가시설 활용 등 금지 ▲'건축법'상 연면적을 산정할 때 제외하는 데크와 테라스 등 부속시설 농막 연면적 포함, 3년마다 불법증축 등 위반사항을 확인하는 등 농지로 원상복구가 가능한 '건축법'상 가설건축물 신고 ▲귀농귀촌과 주말체험농장 등 비농업인 대상 농지면적 660㎡(200평) 미만 농막 면적 7㎡(약 2평) 이하 제한 ▲휴식공간이 바닥면적 25% 초과시 주거로 판단 등을 담았다.

농막을 입법취지에 맞게 활용하도록 규정을 명확하게 정비하고, 지자체의 사후관리 한계점을 개선·보완한다는 것이다.

그 근거로는 지난 3월 6~24일 실태점검한 252개 가운데 51%에 해당하는 129개가 주거용으로 불법증축했거나 농사는 제대로 짓지 않고 정원·주차장 등으로 불법활용한 점 등을 들었다.

하지만 본래 기능조차 수행할 수 없도록 하는 과도한 규제라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사실상 휴식공간은 농업인들이 농사를 짓다 편하게 누워 쉬거나 밥을 먹을 수 없을 정도인 최대 약 1.5평으로 줄어드는 것은 물론, 야간취침·숙박을 금지하면 집과 논밭이 멀리 떨어진 경우 큰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군에 따르면 4년 동안 군내에서 농막을 포함해 20㎡ 이하 가설건축물을 신고한 건수는 ▲2020년 225건 ▲2021년 254건 ▲2022년 254건 ▲2023년 87건이다.

윤동권 예산군농어업회의소 회장은 "농촌현장에서 사용하는 농막 대부분은 농사를 짓기 위해 설치한 것이다. 별장·레저용으로 악용하는 사례를 막겠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본래 기능조차 수행할 수 없도록 한 것은 과도한 규제"라며 "농민들이 그동안 허름하게 사용했던 농막을 컨테이너로 바꾸는 경우 등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야간취침을 금지하면 캠핑카도 금지할 것인가. 기존 컨테이너 농막에 바퀴만 달면 단속 대상에서 피해 갈 수 있다는 것이 된다"며 "농민들이 무더운 여름에 농사를 짓다 열사병에 걸리지 않도록 농막 에어컨 설치 등 정부는 규제 일변도로 정책을 세울 것이 아니라, 권장 내용의 정책을 폈으면 좋겠다"고 일갈했다.

군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예전 원두막 개념이 농막이다. 농기구 보관과 잠시 쉬는 용도로 사용했다"며 "입법예고 내용은 (면적규정 등이 너무 작아) 실효성이 의심된다. 오히려 불법이 횡행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충남 예산군에서 발행되는 <무한정보>에서 취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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