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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가격보다 무려 2~3배, 사교육비가 저출산에 가장 큰 영향"

사교육비가 저출산에 미치는 영향 분석과 대안 모색... 공교육 강화 대책 내놓아야

등록|2023.06.15 16:32 수정|2023.06.15 17:01

▲ 사단법인 대전교육연구소와 대전시의회 교육위원회 김민숙 의원이 15일 오후 대전시의회 3층 소통실에서 공동으로 개최한 '사교육비가 저출산에 미치는 영향 분석과 대안 모색' 토론회. ⓒ 오마이뉴스 장재완


저출산에 미치는 가장 큰 영향은 사교육비가 압도적으로 큰 것으로 분석됐다. 주택가격보다 무려 2~3배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단법인 대전교육연구소(소장 성광진)는 15일 오후 대전시의회 3층 소통실에서, 대전시의회 교육위원회 김민숙 의원과 공동으로 '사교육비가 저출산에 미치는 영향 분석과 대안 모색'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주제 발제를 맡은 박진백 국토연구원 부동산시장연구센터 부연구위원은 "지난 2021년 연구에서 다양한 실증분석모형을 이용하여 출산율 결정요인과 기여도를 분석한 결과, 전년도 사교육비의 합계출산율 기여율은 22.5~32.5%로 압도적으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박 연구위원에 따르면, 전년도 1인당 사교육비의 합계출산율 기여율은 전국평균 26.4%였다. 수도권은 22.5%, 지방은 27.3%였으며, 광역시는 32.5%로 가장 높았다. 반면, 전년도 주택가격의 기여율은 전국평균 12%, 수도권 11.8%, 지방 12%, 광역시 8.6%로, 사교육비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았다.

박 연구위원은 "현재 정부의 저출산 관련 정책은 출산을 유도하는 정책은 뚜렷하게 발견되지 않고, 출산 이후 안정적인 양육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문제가 있다"고 진단하고 "저출산 극복의 실효성 있는 대안으로 단기적으로는 첫째 자녀 출산을, 장기적으로는 둘째 자녀 출산을 유도할 수 있는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울러 "첫째 자녀 출산 유도를 위해서는 주택가격 안정, 신혼부부에 대한 주거비 경감, 주택공급 확대 등이 필요하며, 둘째 자녀 출산 유도를 위해서는 사교육비 경감 및 공교육 현실화가 핵심과제라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 사단법인 대전교육연구소와 대전시의회 교육위원회 김민숙 의원이 15일 오후 대전시의회 3층 소통실에서 공동으로 개최한 '사교육비가 저출산에 미치는 영향 분석과 대안 모색' 토론회. 사진은 박진백 국토연구원 부동산시장연구센터 부연구위원의 발제문 중 '저출산 결정요인 기여도' 분석표. ⓒ 오마이뉴스 장재완


이어 토론에 나선 강영미 대전참교육학부모회 대표는 학부모가 사교육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현실을 지적하며, 정부와 교육 당국이 근본적인 공교육 강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대표는 우선 지난 3월 교육부·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2022년 우리나라 사교육비 총액은 26조 원(전년 대비 ▲2.6조 원, 10.8% 상승)이다.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41만 원(전년 대비 ▲4.3만 원, 11.8% 상승), 사교육 참여 학생 기준으로는 48.5만 원에서 52.4만 원으로 증가했다. 사교육 참여율은 78.3%(전년 대비 2.8% 상승)로 초·중·고 모두 증가, 역대 최고 수준을 갱신했다.

이에 대해 강 대표는 "사교육 시장은 학부모의 불안감이 높아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사교육을 줄이려면 공교육에 대한 신뢰를 높여 학부모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면서 "특히 초등학생의 경우 돌봄 공백으로 사교육에 참여하는 비율이 굉장히 높기 때문에, '늘봄학교' 등 초등 돌봄정책을 내실 있게 운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정부의 학교자율화 조치, 자율형 사립고의 강행, 특목고 존치, 전국적인 일제고사 부활 시도 등 경쟁과 수월성을 근간으로 한 교육정책이 강행됨에 따라 경제침체기 속에서도 사교육비는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는 경쟁이 아닌 개인의 성장 중심의 초중고 교육, 고교서열화 해소 정책의 존치 및 고교체제 세분화 정책의 철회, 학교책임교육 강화를 통한 공교육 만족도 제고, 과도한 경쟁을 요구하는 현행 대입제도 개선, 대학서열과 임금격차 해소 등의 방향으로 유기적이고 종합적인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봉규 대전시교육청 진로진학 담당 장학관은 '대전시교육청의 사교육비 경감 노력'을 상세히 소개했다. 박 장학관은 "대전의 2022년 기준 학생 1인당 사교육비 증가액은 2.5만원(증가율 6.87%)로 8개 특·광역시 중 가장 낮고, 사교육 참여율 역시 77.7%로 전국 평균보다 낮은 편이지만,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중한 사교육비는 가계 부담을 가중시키고 공교육 신뢰를 떨어뜨리며 저출산의 주요 요인 중 하나이므로, 교육청이 공교육의 역할 강화를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대전교육청의 사교육비 경감 노력의 예로 학생성장중심 교실수업 혁신,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수학교육, 예술․체육활동 활성화, 방과후학교 및 돌봄지원센터 확대 운영, '사교육 절감형 학교' 운영, 수요자 맞춤형 진로․진학지도 지원, 기초학력 진단․보정 시스템, 한무릎공부방 운영, 고교·대학 연계 R&E 전공체험 프로그램 내실화 등을 소개했다.

"살인적 경쟁교육이 저출산 불러온다는 인식 필요"
 

▲ 사단법인 대전교육연구소와 대전시의회 교육위원회 김민숙 의원이 15일 오후 대전시의회 3층 소통실에서 공동으로 개최한 '사교육비가 저출산에 미치는 영향 분석과 대안 모색' 토론회. ⓒ 오마이뉴스 장재완


마지막으로 토론에 나선 대전교육연구소 신정섭 연구위원은 "저출산이 심화하는데도 사교육비는 외려 늘어나는 악순환이 생겨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18년에 나온 일본 사회보장 인구문제 연구소의 '동아시아의 자녀 양육비와 저출산:한국, 일본, 대만 및 EU 25개국 비교 연구' 논문을 소개했다. 한국, 대만, 일본 동아시아 3국을 비교했을 때 한국은 자녀 1인당 사적 교육비의 지출 비중이 가장 컸고, 출산율과의 상충관계도 뚜렷했다는 것이다.

신 연구위원은 "저출산 해소를 위해서는 주택가격 안정화, 공보육 인프라 확충, 양육비 및 교육비 지원, 일과 가정이 양립하는 시스템 정착 등 넘어야 할 산이 한두 개가 아니지만, 사교육을 끝없이 확대 재생산하는 과도한 경쟁체제를 완화하지 않고서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역설했다.

그는 끝으로 "결국 해답은 교육체제의 근본적 전환에 있다. 대학평준화와 입시경쟁교육 해소는 더 이상 이상적 청사진이 아니다. 더 늦기 전에 현실로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이날 토론회를 주관한 김민숙(민주당, 비례대표) 대전시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심각한 저출생 문제 극복을 위해서는 양육 부담을 감소시키는 게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 공보육과 공교육을 강화하고 사교육이 필요 없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다만 공교육과 사교육이 우리 교육을 이끌어가는 두 날개이고 당장 사교육을 없앨 수 없는 게 현실이므로 둘이 공존할 방법을 지속적으로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토론회 좌장을 맡은 성광진 대전교육연구소장은 "초저출산 상황이 지속되는 것은 국가적 재난이다. 위기를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는 것은 참담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면서 "오늘 토론회를 통해 사교육에 기대지 않아도 되는 교육여건 마련의 출발점이 되었으면 좋겠다. 살인적 경쟁교육이 저출산을 불러온다는 분명한 인식을 가지는 계기가 되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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