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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의 노란봉투법 '독촉' 판결... 윤 대통령 거부권? 삼권분립 부정"

[현장] 현대차·쌍용차 수십억 손배 당사자들 "법 개정해야... 이정식도 7년전엔 손배·가압류 반대"

등록|2023.06.19 15:47 수정|2023.06.19 15:47

▲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 걸려 있는 노동자 당사자 등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노조법 2·3조 개정 촉구 및 손해배상 소송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자이 손배소 금액을 메고 가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이희훈


파업 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각 개별 노동자들의 책임을 구분해서 판단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을 두고 정부·여당의 반발이 이어지는 가운데, 노동 전문가들은 "삼권분립에 대한 부정이냐"라며 "대법원 판결 취지에 맞도록 국회는 노란봉투법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 공동대표인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9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번 대법원 판결은 국회가 그동안 노조법 2·3조 개정(노란봉투법)에 대한 직무유기를 해온 데 대해 직무를 독촉하는 재촉성 판결"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이 개정안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권력 분립 원칙에 반하는 행위에 대법원이 판결을 통해 경종을 울린 것"이라고 말했다. 한 교수는 "대법원 판결 맥락대로 대통령이 더 이상 거부권 운운하는 행태를 거둬야 한다"고 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15일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의 불법파견 저지 파업(2010년) 손배 소송에서 "개별 조합원에 대한 책임 제한의 정도는 노조에서의 지위와 역할, 쟁의행위 참여 경위 및 정도, 손해 발생에 대한 기여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해야 한다"라며 노동자들이 20억 원을 물어야 한다고 한 원심을 파기 환송했다. 이는 현재 국회 통과를 앞뒀지만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예상되는 노란봉투법 내용과도 유사해 '법원이 노란봉투법에 힘을 실었다'는 해석이 나왔다.

정부·여당은 크게 반발했다. 국민의힘은 "김명수 체제의 대법원이 불법 파업을 조장하며 국민 피해만 가중할 이른바 노란봉투법에 힘을 보탰다"라며 "미래 세대에 죄인으로 기록될 것"(15일 수석대변인 논평)이라고 비난했다. 고용노동부 역시 이례적으로 15일, 18일 두 차례 보도자료를 내고 "현대차 손해배상 대법원 판결은 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정식 노동부 장관도 18일 "개정안에 대해 국회의 심도 있는 논의를 요청 드린다"고 거듭 밝혔다.

전문가들 "대법 판결, 노조법 2·3조 일맥상통"
 

▲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 걸려 있는 노동자 당사자 등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노조법 2·3조 개정 촉구 및 손해배상 소송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이희훈


노동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정부 주장에 재반박했다. 장석우 금속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대법원은 노조와 쟁의행위에 참여한 조합원 개인의 책임은 달리 보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사측이 무분별하게 전원에 부진정연대책임을 묻는데 제동을 건 것"이라고 보았다. 그는 "현재 국회에 계류된 노조법 2·3조 개정안 중 법원이 각 손해의 배상의무자별로 귀책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의 범위를 정하여야 한다는 조항과 일맥상통한다"고 했다.

한상희 교수도 "경총 등은 민법 760조(공동불법행위자의 책임)를 마치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데, 이는 원래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항이었다"라며 "고용노동부가 대법원 판결을 자기 식으로 곡해해 편집한 것으로 봐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했다. 윤지영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대법원은 분명 노동자 각자의 귀책사유를 따져 책임 범위를 제한하라고 했는데, 고용노동부가 억측을 하고 있다"고 했다.

윤지선 손잡고 활동가는 "노란봉투법이 법치주의를 훼손한다고 한 이정식 장관은 (한국노총 사무처장 시절인) 2016년엔 '우리나라는 본인은 물론 가족, 친척, 친구까지도 파멸하게 만드는 손배 가압류가 밥 먹듯이 발생한다'라고 했다"라며 "서있는 위치가 달라진다고 해서 현실이 달라지진 않는다"고 비판했다.

손배 당사자들 "10년 넘게 재산에 내 이름도 못 올리는데..."
 

▲ 현대차 손배 대법 판결 당사자이자 해고자인 엄길정씨가 19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노조법 2·3조 개정 촉구 및 손해배상 소송철회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이희훈


"10년 넘게 흘렀어도 손배 당사자들은 심각한 심적 고통을 느낍니다. 재산도 내 이름으로 못하고 살아요. 혹시 압류 들어올까 봐." (현대자동차 20억 손배 당사자 엄길정씨)

"노조 만들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온갖 소송과 손배에 시달리고 범죄자, 신용불량자로 낙인 찍히는 세상은 그만 돼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번 국회에서 반드시 노조법 2·3조 개정안 통과돼야 하고, 대통령실은 거부권 운운하는 작태를 당장 중단해야 합니다." (CJ대한통운 20억 손배 당사자 유성욱씨)

 

▲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 걸려 있는 노동자 당사자 등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노조법 2·3조 개정 촉구 및 손해배상 소송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이희훈


손배 당사자들 역시 국회에 노란봉투법 제정을 호소했다. 이번 현대차 손배 대법 판결 당사자이자 해고자인 엄길정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여전히 현대차에는 1500명 정도의 2·3차 하청 노동자들이 있다"라며 "현대차는 5월 4일 (1심에서) 불법파견이 인정돼 3000만 원의 벌금을 받았음에도 노조의 교섭 요청에 정문을 봉쇄하고 출입조차 안 시키고 있다"고 했다. 이어 "노조가 불법을 바로잡으라고 요청해도 안 되니 물리력을 행사할 수밖에 없지 않나. 그러면 또 회사는 고소고발을 하고 손배를 때린다. 이것이 끊임없이 반복된다"라며 "노조법 2·3조 개정이 좀 제대로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노조의 교섭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파업을 했다가 CJ대한통운으로부터 20억원의 손배소를 당한 유성욱 택배노조 CJ대한통운 본부장은 "코로나 이후 택배 물량이 줄어 수입이 급감한 반면 물가와 금리, 공공요금까지 오르고 손배 폭탄까지 맞은 택배노동자들은 벼랑 끝에 몰렸다"라며 "노조법 2·3조 개정이야말로 택배 노동자들이 살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했다.
 

▲ 2009년 정리해고 반대파업으로 쌍용자동차로부터 30억여 원의 손배소를 당했다가 지난 15일 대법원의 파기 환송 판결로 서울고등법원에서 다시 심리를 받게 된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지부장. ⓒ 이희훈


2009년 정리해고 반대파업으로 쌍용자동차로부터 30억여 원의 손배소를 당했다가 지난 15일 대법원의 파기 환송 판결로 서울고등법원에서 다시 심리를 받게 된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지부장은 "대법원 판결은 지금이라도 노사가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의 장을 가지라는 뜻"이라며 "14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만큼 KG 모빌리티(구 쌍용차)가 대화를 통해 원만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결단할 수 있기를 촉구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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