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 생태계가 긴밀히 연결돼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최근에는 기후위기나 무분별한 살충제 사용 등의 이유로 꿀벌이 줄어들어 식량위기가 닥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개체 수가 감소한 꿀벌들은 식물이 꽃을 피우거나 열매 맺는 활동을 제대로 매개하지 못해, 인간에게 충분한 양의 식량이 공급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다.
마찬가지로 무게가 천kg에 달하는 거대 초식동물인 코끼리의 멸종에도 관심이 필요하다. 코끼리는 육중한 몸집에 걸맞게 많은 양의 바이오매스를 소비하고 영양분을 운반하면서 생지화학적 순환에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국제자연보전연맹에 의해 멸종 위기종으로 분류돼 있다. 코끼리의 멸종은 꿀벌 수의 감소처럼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지만, 코끼리는 꿀벌과는 다른 차원에서의 관심이 필요하다. 바로 숲의 탄소저장 기능이다.
중앙 아프리카 삼림에 서식하는 코끼리는 숲의 구조를 바꾸어 숲의 탄소 저장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Fabio Berzaghi, et al. 2019). 중앙 아프리카 삼림은 아마존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나무들이 듬성듬성 자라는 구조로 되어 있어 평균 지상 바이오매스(AGB)가 더 높은데, 이런 특징에는 코끼리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 기후환경과학연구소(LSCE) 파비오 베르자기(Fabio Berzaghi, et al. 2019)는 코끼리가 개입된 숲과 그렇지 않은 숲을 비교하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런 결과를 도출했다. 연구팀은 97%에 달하는 대부분의 숲 코끼리가 작은 나무들을 먹는다는 점을 고려해, 코끼리 밀도에 따라 지름이 30cm에 못 미치는 나무들의 사망률을 증가시키는 시뮬레이션을 진행했다. 코끼리 밀도는 ㎢당 0.5마리에서 2마리까지 존재하는 상태를 '중간' 단계로 설정해, '낮음' 수준, 서너 마리를 '높음', 5마리를 '극한' 값으로 구분했다.
시뮬레이션 결과, 단기에는 코끼리가 나무를 소비함으로써 숲의 바이오매스량을 크게 감소시켰지만, 장기에는 코끼리 밀도가 '중간' 또는 '높음'일 때, 오히려 지상 바이오매스량이 높이 증가했다. 코끼리는 식물을 대량으로 먹어치우기 때문에 숲의 탄소 저장 기능을 저해할 것이라는 일반적인 추측과는 상반된 결과였다.
연구팀은 이에 대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코끼리가 작은 나무들을 간벌함으로써, 큰 나무들의 성장을 촉진시켰고, 크게 성장한 나무들이 숲의 탄소 저장 기능에 도움을 주었다고 보았다. 코끼리로 인해 작은 나무들이 죽음으로써, 살아남은 나무들은 빛과 물에 대한 경쟁이 완화되어 충분히 성장할 수 있게 되었고, 그 결과 숲의 바이오매스량이 증가하여 열대림이 탄소 저장에 이로운 구조가 되었다는 것이다.
19세기 이전까지 중앙 아프리카 삼림 220만㎢에 서식하는 숲 코끼리는 백만 마리로, 2㎢당 코끼리 1마리가 존재했지만, 코끼리 사냥 등으로 2011년 코끼리는 십만 마리로 줄어 2㎢당 0.3마리에 불과한, 멸종에 준하는 상태가 됐다. 그 결과 중앙 아프리카 삼림의 바이오매스는 약 3PgC(페타그램 탄소, 1Pg=10억톤)가량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상아가 필요해서 사냥하고, 땅을 개발하느라 서식지에서 몰아내는 동안, 인간이 잃어버리는 건 '코끼리'라는 생물종 하나에 그치지 않았을 수 있다. 먹고 배출하는, 생존에 필수적인 일련의 활동만으로도 다양한 식물종을 곳곳에 퍼뜨려주는 존재, 숲을 간벌하여 숲의 탄소 저장 기능을 우수하게 지속시킴으로써, 인간의 무분별한 탄소 배출을 묵묵히 완화시켜준 고마운 존재를 영영 잃는 것일 수 있다.
■ 참고문헌
Berzaghi, F., Longo, M., Ciais, P., Blake, S., Bretagnolle, F., Vieira, S., ... & Doughty, C. E. (2019). Carbon stocks in central African forests enhanced by elephant disturbance. Nature Geoscience, 12(9), 725-729.
* 필자 소개: 강지선은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박사과정에 있고 TBN한국교통방송 PD로 일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무게가 천kg에 달하는 거대 초식동물인 코끼리의 멸종에도 관심이 필요하다. 코끼리는 육중한 몸집에 걸맞게 많은 양의 바이오매스를 소비하고 영양분을 운반하면서 생지화학적 순환에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국제자연보전연맹에 의해 멸종 위기종으로 분류돼 있다. 코끼리의 멸종은 꿀벌 수의 감소처럼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지만, 코끼리는 꿀벌과는 다른 차원에서의 관심이 필요하다. 바로 숲의 탄소저장 기능이다.
▲ 숲을 걷는 코끼리 ⓒ 이명주
프랑스 기후환경과학연구소(LSCE) 파비오 베르자기(Fabio Berzaghi, et al. 2019)는 코끼리가 개입된 숲과 그렇지 않은 숲을 비교하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런 결과를 도출했다. 연구팀은 97%에 달하는 대부분의 숲 코끼리가 작은 나무들을 먹는다는 점을 고려해, 코끼리 밀도에 따라 지름이 30cm에 못 미치는 나무들의 사망률을 증가시키는 시뮬레이션을 진행했다. 코끼리 밀도는 ㎢당 0.5마리에서 2마리까지 존재하는 상태를 '중간' 단계로 설정해, '낮음' 수준, 서너 마리를 '높음', 5마리를 '극한' 값으로 구분했다.
시뮬레이션 결과, 단기에는 코끼리가 나무를 소비함으로써 숲의 바이오매스량을 크게 감소시켰지만, 장기에는 코끼리 밀도가 '중간' 또는 '높음'일 때, 오히려 지상 바이오매스량이 높이 증가했다. 코끼리는 식물을 대량으로 먹어치우기 때문에 숲의 탄소 저장 기능을 저해할 것이라는 일반적인 추측과는 상반된 결과였다.
연구팀은 이에 대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코끼리가 작은 나무들을 간벌함으로써, 큰 나무들의 성장을 촉진시켰고, 크게 성장한 나무들이 숲의 탄소 저장 기능에 도움을 주었다고 보았다. 코끼리로 인해 작은 나무들이 죽음으로써, 살아남은 나무들은 빛과 물에 대한 경쟁이 완화되어 충분히 성장할 수 있게 되었고, 그 결과 숲의 바이오매스량이 증가하여 열대림이 탄소 저장에 이로운 구조가 되었다는 것이다.
19세기 이전까지 중앙 아프리카 삼림 220만㎢에 서식하는 숲 코끼리는 백만 마리로, 2㎢당 코끼리 1마리가 존재했지만, 코끼리 사냥 등으로 2011년 코끼리는 십만 마리로 줄어 2㎢당 0.3마리에 불과한, 멸종에 준하는 상태가 됐다. 그 결과 중앙 아프리카 삼림의 바이오매스는 약 3PgC(페타그램 탄소, 1Pg=10억톤)가량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상아가 필요해서 사냥하고, 땅을 개발하느라 서식지에서 몰아내는 동안, 인간이 잃어버리는 건 '코끼리'라는 생물종 하나에 그치지 않았을 수 있다. 먹고 배출하는, 생존에 필수적인 일련의 활동만으로도 다양한 식물종을 곳곳에 퍼뜨려주는 존재, 숲을 간벌하여 숲의 탄소 저장 기능을 우수하게 지속시킴으로써, 인간의 무분별한 탄소 배출을 묵묵히 완화시켜준 고마운 존재를 영영 잃는 것일 수 있다.
■ 참고문헌
Berzaghi, F., Longo, M., Ciais, P., Blake, S., Bretagnolle, F., Vieira, S., ... & Doughty, C. E. (2019). Carbon stocks in central African forests enhanced by elephant disturbance. Nature Geoscience, 12(9), 725-729.
* 필자 소개: 강지선은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박사과정에 있고 TBN한국교통방송 PD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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