찹쌀가루, 기름, 그리고 이거면 끝... 집에서 구워만드는 떡
[인천 오감 레시피] 사색 장미 화전
온몸의 감각을 열고 인천을 오롯이 음미한다. 인천의 고유한 먹거리와 정성 어린 손맛으로 완성하는 인천 오감 만족 레시피. 이번 요리는 강화사자발약쑥과 강화섬쌀로 정성스레 빚어 장미 꽃잎을 살포시 올린 화전(花煎)이다. 장미는 '열렬한 사랑'을 가슴에 품은 인천시민을 꼭 닮은 인천의 시화(市花). 네 가지 고운 빛 화전을 빚으며 향기롭게 여름을 맞이한다. 자유공원 언덕 아래서 '개항장의 맛있는 꿈'을 꾸는 이정숙 요리연구가가 함께했다.[편집자말]
▲ 향기롭게 빚어낸 사색 장미 화전 ⓒ 전재천 포토 디렉터
작은 시냇가에 솥뚜껑을 돌에다 받쳐 /
흰 가루와 맑은 기름으로 진달래꽃을 지져내누나. /
젓가락을 집어 들고 부쳐놓은 떡을 먹으니 /
입에 향기가 들고, 일 년 봄빛을 뱃속에 전하네.
- 임제(林悌)의 시 '봄날의 화전놀이'
▲ ?이정숙 요리연구가. ‘개항장의 맛있는 꿈’에서 ⓒ 전재천 포토 디렉터
자유공원 아래 맛있는 꿈
자유공원 언덕 아래 개항장 골목. 오늘, 다사로운 햇살이 굴곡진 역사의 시간을 가만히 어루만진다. 세월의 층이 겹겹이 쌓인 이 동네에도, 새로운 삶이 스며들고 있다.
'개항장의 맛있는 꿈' 협동조합. 2년 전, 이정숙(53) 요리연구가는 오래된 집에 새 숨을 불어넣어 맛과 멋이 흐르는 복합문화공간으로 꾸몄다. 담장을 허문 낮은 집엔 동네 사람이 모여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나누며 음식을 만들고, 때론 꽃꽂이를 하고 작은 음악회도 열며 일상을 즐긴다. 그 아래층에선 이 연구가의 가족이 오손도손 살아간다.
인천과 이 연구가의 인연은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홍보관에서 일본인들에게 궁중 음식을 알린 것이 시작이었다. 인천을 알게 된 이듬해에 바로 이사를 왔다. 한 가족이 살아온 삶의 터전을 옮길 만큼 인천은 끌림이 있는 도시였다.
"아침에 눈을 뜨면 새들의 노랫소리가 들려요. 해지면 선선한 바람이 기분 좋게 불어오고요. 작은 미술관과 박물관이 곳곳에 있어 아무 때고 편한 차림으로 마실 나가기도 좋답니다."
열네 살 중학생 딸도 '청소년 문화해설가'를 자처할 만큼 동네를 아끼고 사랑한다. 개항장 바닷가 마을은, 이제 가족의 온전한 집이 되었다.
하늘, 땅, 바다, 섬을 품은 인천은 맛의 도시다. 육지에서 뚝 떨어진 섬, 후미진 오래된 골목에도 인천만의 '그 맛'이 있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지어주신 뜨끈한 밥과 담담한 된장국 맛을 지금도 잊지 못해요. 음식은 기억으로 남아 그리움으로 머물지요."
인천에서 나는 귀한 식재료로, 시간이 갈수록 깊어지는 '인천의 맛'을 만들어 전하고 싶다. 지난해에는 우리 시와 '1883 개항살롱'에서 '개항장의 맛'을 선보여 호응을 얻었다. 오늘은 강화 땅의 기운을 흠뻑 받은 강화사자발약쑥과 강화섬쌀, 인천의 시화(市花) 장미로 '꽃지짐이'를 빚어 향기롭게 퍼트린다.
▲ 인천의 시화(市花) 장미와 강화사자발약쑥 ⓒ 전재천 포토 디렉터
▲ 인천의 시화(市花) 장미와 강화사자발약쑥 ⓒ 전재천 포토 디렉터
쑥 향이 솔솔, 꽃내음이 풀풀
6월 초여름 빛이 완연하다. 꽃으로 음식을 만들어보자. 동그랗게 떡을 빚어 지지고 그 위에 향기로운 꽃잎을 살며시 떨군다. 마음에도 봉긋 꽃망울이 피어오른다. 화전은 찹쌀가루를 익반죽해서 기름에 지지는 떡이다. 간단해 보여도 요리 과정이 꽤 수고롭다. 찹쌀 반죽은 오래도록 정성스레 주물러야 쫀득쫀득 찰기가 난다.
지질 때도 은근한 불에 천천히 구워야 떡이 폭신폭신 보드랍고 색도 곱게 난다. 노릇해지면 식감이 까슬까슬해지고 꽃잎 모양도 망가지니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어여쁜 꽃은 맛도 좋고 건강에도 이롭다.
장미에는 항산화 성분 폴리페놀이 풍부하다. 농촌진흥청에 의하면 녹차보다 폴리페놀 함량이 약 2배 더 많고 오렌지 껍질보다는 3배 정도 많다. 폴리페놀은 몸속 활성산소를 줄여 면역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꽃향기는 마음을 안정시키고 몸의 균형을 잡아준다.
강화사자발약쑥은 예로부터 사랑받아 온 강화도의 특산물.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에 사자족애(獅子足艾)로 기록되어 있고, 전등사 경내에 약애고藥艾庫를 세워 임금에게 진상했다고 전해진다.
음력 5월 5일 단오는 양기가 가장 성한 날로, 이즘 수확하는 쑥은 햇볕의 기운이 가득해 약효가 뛰어나다. 지천으로 널린 꽃과 풀이지만, 밥상에선 '약'으로 '밥'으로 귀하게 쓰인다. 이것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삶의 지혜이고, 맛의 역사다.
▲ 동그랗게 떡을 빚어 꽃잎을 살포시 얹은 꽃지짐이. 입안에 담으면, 쑥 향이 솔솔, 꽃내음이 풀풀 난다. 마음에도 봉긋 꽃망울이 피어오른다. ⓒ 전재천 포토 디렉터
▲ 장미 화전 재료 ⓒ 전재천 포토 디렉터
사색 '장미 화전' 레시피
재료 : 식용 장미 3~5송이, 찹쌀가루 600g, 꿀 200g, 식용유 150g
반죽 : 초록 반죽(강화사자발약쑥 가루 10g), 분홍 반죽(장미청), 노랑 반죽(호박 가루)
유명 셰프가 차린 음식도, 예약해야 먹을 수 있는 고급 레스토랑 메뉴도 아니다. 배고프면 언제든 마음마저 든든히 채워주는 맛. '시민 셰프'를 위한 '인천 오감 레시피'. 이번 요리는 강화사자발약쑥과 강화섬쌀로 정성스레 빚어 장미 꽃잎을 살포시 올린 화전이다. '개항장의 맛있는 꿈'을 꾸는 이정숙 요리연구가의 손맛으로 완성했다. 정성 한 스푼, 사랑 두 스푼 담은 요리로 온 가족이 둘러앉은 식탁을 풍성하고 따뜻하게 채우자.
▲ 장미 화전 만드는 방법 ⓒ 전재천 포토 디렉터
만들기
① 식용 장미는 꽃잎을 떼어낸 뒤 물에 헹구어 물기를 턴다.
② 찹쌀가루에 소금 간을 한 뒤 체에 한 번 내려 4등분으로 한다.
③ 흰색은 찹쌀가루만, 분홍은 장미청, 노랑은 호박 가루, 초록은 강화사자발약쑥 가루를 넣고 체에 한 번 내린 네 가지 색의 찹쌀가루를 익반죽한다.
④ 반죽은 색깔별로 동그랗게 빚어 젖은 면 보자기로 덮어둔다.
⑤ ④의 반죽을 손으로 동글납작하게 펴 팬에 한쪽 면을 올려 은근한 불에 지진다.
⑥ 한쪽 면이 익으면 뒤집어 다른 한쪽 면도 익힌 후, 꽃잎을 펴 얹고 꽃 부분은 약 3초간 더 익힌다.
⑦ ⑥ 위에 붓으로 꿀을 발라 완성한다.
'시민 셰프'를 위한 식용 꽃 요리 Tip
식용 장미는 꽃차로 끓여 마셔도 향기롭다. 소금과 함께 빻아 말려 장미 소금으로 만들어 즐기거나 레몬, 설탕과 함께 절여 청으로 만들어 먹어도 풍미가 좋다. 꽃지짐이를 만들 때 반죽은 오래도록 치대야 쫄깃하고 갈라지지 않으며, 은근한 불에 살짝 지져야 표면이 매끄럽다.
먹는 꽃은 유기농, 무농약 해썹(HACCP) 인증을 받은 것이어야 한다. 또 수술과 꽃받침은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잘 손질해 꽃잎만 먹어야 한다. 요리 후 남은 꽃잎은 씻지 않은 상태로 키친타월에 느슨하게 싸서 통에 담아 냉장 보관한다.
글 정경숙 본지 편집위원│사진 전재천 포토 디렉터
요리 이정숙 요리연구가│스타일링 강지인
▲ 굿모닝인천 6월호 오감레시피 사색 '장미화전' 유튜브 섬네일 ⓒ 굿모닝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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