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외교는 진영대결이 아닌 국익위주 외교"
20일 '대외전략 리셋(reset) : 대안과 구상' 주제로 국회토론회 열려
▲ 지난 20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세계 속 대한민국 위상 회복을 위한 전략 리셋' 대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대외전략 리셋(reset) : 대안과 구상'이라는 주제로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국회의원실에서 주관했다. ⓒ 윤종은
지난 20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6간담회실에서 '세계 속 대한민국 위상 회복을 위한 전략 리셋' 대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대외전략 리셋(reset) : 대안과 구상'이라는 주제로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국회의원실에서 주관했다.
최근 국제관계의 큰 틀이 바뀌고 있다. 지난 수십 년간 국제사회를 이끌던 세계화와 자유무역이 퇴조하고 국가간 블록화와 대결의 신냉전체제가 대두하고 있다. 이러한 외교 환경 변화는 강대국 사이에 분단체제로 남아있고 수출로 먹고사는 대한민국의 생존과 관련하여 우리 외교전략의 획기적 '리셋'을 요구하고 있다.
민형배 국회의원은 축사를 통해 "경제도 외교 안보와 한 몸이고 치열한 기술 패권 경쟁은 국가의 경제안보를 좌우하는 핵심요소"라며 "현 정부의 굴욕외교, 호구외교로 국격은 떨어지고 국가이익은 훼손되며 한반도 평화는 요원해져가고 있다. 대외전략 재구상이 시급하고 국익 위주의 실용적이면서도 섬세한 대안적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세계 속 대한민국 위상 회복을 위한 전략 리셋' 대토론회에서 박능후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 윤종은
▲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세계 속 대한민국 위상 회복을 위한 전략 리셋' 대토론회에서 민형배 국회의원이 축사를 하고 있다. ⓒ 윤종은
동북아 군비경쟁과 한반도 병영국가화
김준형 전 국립외교원장은 '동맹과 연대의 대외전략'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세계화(globalization)의 통합성이 무너지고 파편화(fragmentation)가 가속화되면서, 안보포퓰리즘, 선동정치, 강자정치(strongman politics), 배타적 민주주의 등이 준동하면서 우리 외교는 딜레마적 대외환경을 마주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미·중 전략경쟁 격화와 더불어 동아시아-한반도로의 갈등 전가가 이어지면서 동북아 군비경쟁과 한반도 병영국가화가 가속화되고 한국은 전위대의 역할을 압박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 전 원장은 "윤석열 정부는 국익 중심의 실용적 외교 노선이었던 문재인 정부의 외교정책을 진영 외교 논리로 비판하고 있다"면서 "외교 안보팀의 인적 구성과 대외 및 대북 전략의 기조는 이명박 정부의 판박이다. 이에 따라 한반도의 긴장 고조와 한미일 vs. 북중러의 진영화를 초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의 전략적 딜레마를 해소하기 위한 대전환 방향 모색이 필요하다"며, "글로벌 진영화의 이면에는 행위자들의 실익 추구가 강하게 작동하고 있으므로 대응보다는 선제적 외교, 빼기 아닌 더하기 외교, 자율성 제고와 다변화 외교, 힘보다는 평화를 통한 안보, 제3지대 구축과 연대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세계 속 대한민국 위상 회복을 위한 전략 리셋' 대토론회에서 김준형 전 국립외교원장이 '동맹과 연대의 대외전략'이라는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 윤종은
김현철 서울대 국제대학원 원장은 '다시, 성장과 포용의 대외전략'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과거 미일 경제패권경쟁에 몰입하다 패배 후 '30년 잃어버린 경제'로 신음하던 일본의 사례를 들면서 "반대로 이를 잘 활용한 한국은 '30년 세계화의 기적'을 이룬 바 있다"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그러나 현 정부는 미중 패권경쟁 속 탈중국보다는 디리스킹(De-risking)전략을 취하는 여타 국가와는 달리, 한미일 3각동맹과 탈중국의 디커플링(De-coupling) 전략으로 국제사회의 '외로운 개' 신세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미중 갈등 속에서도 한국처럼 수출강국인 독일 숄츠 총리와 프랑스 미테랑 대통령, 미국의 최 우방인 영국과 호주도 중국과의 경제 실익외교를 펼치고 있다. 심지어 미국의 일론 머스크 테슬러 CEO나 다이먼 JP모건 회장 같은 기업인들도 미중 디커플링을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철 원장은 "따라서 최대 수출국인 중국과의 디커플링으로 인해 대규모 무역수지 적자가 발생하고 추락하는 한국경제(한은, 올해 경제성장율 1.4%로 하향)를 구하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에서의 나홀로 역 주행을 피하고 중국은 물론 러시아와 동남아시아, 남미, 아프리카 등 떠오르는 신남방을 아우르는 '포용적 글로벌 경제지도'로 정상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세계 속 대한민국 위상 회복을 위한 전략 리셋' 대토론회에서 김현철 서울대 국제대학원 원장은 '다시, 성장과 포용의 대외전략'라는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 윤종은
▲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세계 속 대한민국 위상 회복을 위한 전략 리셋' 대토론회에서 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 교수는 '평화 관리와 평화 구축의 대외전략'이라는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 윤종은
'가치-이익'의 복합외교를 전개해야
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 교수는 '평화 관리와 평화 구축의 대외전략'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2023년 정전협정 70년의 한반도는 정전체제 종식과 평화체제로의 문턱을 넘지 못한 채 다시 전쟁의 위기 앞에 서게되었다"고 진단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는 1987년 민주화 이후 추진돼 온 한반도 평화구축 노력과 대일 역사화해 노력을 '가짜평화'와 '죽창가' 등으로 폄하하면서 총체적으로 부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한미일 안보협력 정상화에 올인하다 한미일 삼각동맹과 북중러 진영화를 초래하고 있고, 한반도 정전체제와 동아시아 냉전체제의 부활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기정 교수는 "신냉전보다는 완만한 3분할로 전개되는 국제정치 속에서 비진영에 속하는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를 무대로 한 '가치-이익'의 복합외교를 전개해야 한다. 또 북일공동성명에 입각해 한일 역사화해와 남북평화 구축의 연동, 한반도 비핵평화지대 구상 등"을 제안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는 "미중패권경쟁의 이면 속에서 최근 미 블링컨 국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하고 미국의 전년도 대중 무역이 6천억달러나 되어 경제적 실익을 챙기고 있다. 또 중국의 글로벌사우스 정책의 강화와 브릭스 대거 가입신청, 중국으로부터의 첨단핵심소재 수입 증가 등을 고려해 한국은 타국처럼 중국의 마지노선인 '대만문제'에 대한 외교적 언사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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