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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구미제 남을 뻔' 경찰관 피살사건, 단독범행 결론

전북경찰, 지난 2월 제보 편지로 재수사 착수... 21년 만에 강도살인 용의자 송치

등록|2023.06.22 17:39 수정|2023.06.22 19:48

▲ 지난 2002년 9월 전라북도 전주북부경찰서 ‘백선기 경사 피살사건’ 당시 탈취 당한 백 경사의 38구경 권총. 수사팀은 21년 만에 울산광역시 한 여관에서 권총을 발견해 백 경사 살해 용의자 이정학을 강도살인 혐의로 송치 결정했다. ⓒ 전북경찰청


장장 21년 동안이나 베일에 가려져 있던 전라북도 전주시 '백선기 경사 피살사건'은 사건 발생 9개월 전 대전시 국민은행 권총 강도살인을 저지른 이정학(52)의 단독 범행으로 결론났다.

전라북도경찰청 경찰관 피살사건 수사전담TF팀은 이정학을 강도살인 혐의로 송치 결정했다고 22일 밝혔다.

경찰관 피살사건은 지난 2002년 9월 20일 새벽 0시45분께 전주북부경찰서(현 전주덕진경찰서) 금암2파출소에서 발생했다. 파출소에 홀로 근무하던 백선기 경사(당시 54세)가 흉기에 수차례 찔린 채 숨져 있던 것을 순찰을 마친 동료가 발견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백 경사가 발견됐을 땐 허리춤에 차고 있었던 요대 권총집에 있어야 할 실탄 4발과 공포탄 1발이 장전된 38구경 권총이 사라진 뒤였다.

당시 경찰은 전담수사팀을 꾸려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고, 2003년 1월 전주시 한 음식점에서 절도 행각을 벌인 20대 3명을 백 경사 살해 용의자로 체포했다.

경찰은 백 경사 단속으로 오토바이를 압류당한 전력이 있던 이들을 상대로 살해 자백을 받아내고 현장검증까지 벌였으나, 이후 강압에 의한 허위 자백이라고 주장하면서 수사는 다시 미궁에 빠졌다.
 

21년 전 사라진 경찰 권총 발견전북경찰청 수사팀이 울산광역시 한 여관방 천장에서 21년 전 전주 경찰관 피살사건 현장에서 탈취 당한 권총을 발견하는 모습. ⓒ 전북경찰청


살해 현장에서 사라진 백 경사의 권총을 찾기 위해 여러 차례 수색을 벌였지만 번번이 허탕을 치면서 사건은 영구미제로 남겨지는 듯했다.

영원히 묻힐 뻔한 피살사건은 올해 2월 13일 전북경찰청 미제팀장 앞으로 한 통의 제보 편지가 도착하면서 극적인 반전을 맞았다. 보낸 이는 이정학과 함께 대전시 국민은행 강도살인 사건을 저질러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이승만(53)이었다.

구체적인 제보에 재수사에 착수한 수사팀은 이승만이 진술한 울산광역시의 한 여관방 천장에서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백 경사의 권총도 발견했다.

모든 증거는 이승만과 함께 은행 강도살인을 저지른 뒤 20년형을 받고 복역 중인 이정학을 지목했다.

조사결과 이정학은 당시 또 다른 은행강도 범행에 사용할 권총을 탈취할 목적으로 파출소 담을 넘어 침입해 흉기로 백 경사의 목과 가슴을 찔러 살해한 뒤 권총을 탈취해 충청남도 논산을 거쳐 대전광역시로 달아났다.

이정학은 범행을 부인하며 이승만의 허위를 주장했지만, 수사팀은 이승만의 구체적인 증언과 권총 은닉 장소의 지목, 사건 현장의 침입 흔적 등 증거와 진술을 종합해 이정학을 범인으로 결론 내렸다.

전북경찰청은 이승만의 제보와 동시에 미제팀, 강력범죄수사대, 과학수사계 등 47명으로 구성된 수사팀(TF)을 구성해 이날까지 114일 동안 수사를 펼쳤다.

21년 전 사건과 관련된 모든 제보자와 피의자의 사건기록과 재판기록을 분석해 이승만 진술의 신빙성을 증명할 수사자료와 증거를 확보했다.

수사팀은 송치 이후에도 검찰과 협력해 공소 유지가 이뤄질 수 있도록 보강수사를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이후신 전북경찰청 형사과장은 사건 브리핑에 앞서 "21년 전 안타까운 죽음을 맞은 고인의 명복을 기원하고, 유족에게도 깊은 위로를 전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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