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구미제 남을 뻔' 경찰관 피살사건, 단독범행 결론
전북경찰, 지난 2월 제보 편지로 재수사 착수... 21년 만에 강도살인 용의자 송치
▲ 지난 2002년 9월 전라북도 전주북부경찰서 ‘백선기 경사 피살사건’ 당시 탈취 당한 백 경사의 38구경 권총. 수사팀은 21년 만에 울산광역시 한 여관에서 권총을 발견해 백 경사 살해 용의자 이정학을 강도살인 혐의로 송치 결정했다. ⓒ 전북경찰청
장장 21년 동안이나 베일에 가려져 있던 전라북도 전주시 '백선기 경사 피살사건'은 사건 발생 9개월 전 대전시 국민은행 권총 강도살인을 저지른 이정학(52)의 단독 범행으로 결론났다.
전라북도경찰청 경찰관 피살사건 수사전담TF팀은 이정학을 강도살인 혐의로 송치 결정했다고 22일 밝혔다.
백 경사가 발견됐을 땐 허리춤에 차고 있었던 요대 권총집에 있어야 할 실탄 4발과 공포탄 1발이 장전된 38구경 권총이 사라진 뒤였다.
당시 경찰은 전담수사팀을 꾸려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고, 2003년 1월 전주시 한 음식점에서 절도 행각을 벌인 20대 3명을 백 경사 살해 용의자로 체포했다.
경찰은 백 경사 단속으로 오토바이를 압류당한 전력이 있던 이들을 상대로 살해 자백을 받아내고 현장검증까지 벌였으나, 이후 강압에 의한 허위 자백이라고 주장하면서 수사는 다시 미궁에 빠졌다.
▲ 21년 전 사라진 경찰 권총 발견전북경찰청 수사팀이 울산광역시 한 여관방 천장에서 21년 전 전주 경찰관 피살사건 현장에서 탈취 당한 권총을 발견하는 모습. ⓒ 전북경찰청
살해 현장에서 사라진 백 경사의 권총을 찾기 위해 여러 차례 수색을 벌였지만 번번이 허탕을 치면서 사건은 영구미제로 남겨지는 듯했다.
영원히 묻힐 뻔한 피살사건은 올해 2월 13일 전북경찰청 미제팀장 앞으로 한 통의 제보 편지가 도착하면서 극적인 반전을 맞았다. 보낸 이는 이정학과 함께 대전시 국민은행 강도살인 사건을 저질러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이승만(53)이었다.
구체적인 제보에 재수사에 착수한 수사팀은 이승만이 진술한 울산광역시의 한 여관방 천장에서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백 경사의 권총도 발견했다.
모든 증거는 이승만과 함께 은행 강도살인을 저지른 뒤 20년형을 받고 복역 중인 이정학을 지목했다.
조사결과 이정학은 당시 또 다른 은행강도 범행에 사용할 권총을 탈취할 목적으로 파출소 담을 넘어 침입해 흉기로 백 경사의 목과 가슴을 찔러 살해한 뒤 권총을 탈취해 충청남도 논산을 거쳐 대전광역시로 달아났다.
이정학은 범행을 부인하며 이승만의 허위를 주장했지만, 수사팀은 이승만의 구체적인 증언과 권총 은닉 장소의 지목, 사건 현장의 침입 흔적 등 증거와 진술을 종합해 이정학을 범인으로 결론 내렸다.
전북경찰청은 이승만의 제보와 동시에 미제팀, 강력범죄수사대, 과학수사계 등 47명으로 구성된 수사팀(TF)을 구성해 이날까지 114일 동안 수사를 펼쳤다.
21년 전 사건과 관련된 모든 제보자와 피의자의 사건기록과 재판기록을 분석해 이승만 진술의 신빙성을 증명할 수사자료와 증거를 확보했다.
수사팀은 송치 이후에도 검찰과 협력해 공소 유지가 이뤄질 수 있도록 보강수사를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이후신 전북경찰청 형사과장은 사건 브리핑에 앞서 "21년 전 안타까운 죽음을 맞은 고인의 명복을 기원하고, 유족에게도 깊은 위로를 전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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