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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박스에 실려나온 윤석열 검찰 특활비... 판도라 상자 열리나

[현장] 세금도둑잡아라, 2년 9개월치 내역 1만 6735장 복사본 수령... 분석에 박차

등록|2023.06.23 18:17 수정|2023.06.24 04:17

▲ 세금도둑잡아라, 함께하는시민행동,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등 활동가들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검찰특수활동비 등에 대한 정보공개청구 자료를 수령하고 있다. ⓒ 이희훈

 

▲ 세금도둑잡아라, 함께하는시민행동,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등 활동가들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검찰특수활동비 등에 대한 정보공개청구 자료를 수령하고 있다. ⓒ 이희훈


23일 오후 3시30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변호사)는 겹겹이 쌓여있는, 압수수색에 흔히 쓰이는 파란 박스를 가리키며 감격스러운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여기 이 안에 검찰이 2017년 1월부터 2019년 9월까지 사용한 특수활동비와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 등 3가지 항목에 대한 국민 세금 461억 원에 대한 서류가 담겨 있다."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이 사용한 특수활동비, 특정업무경비 지출 내역이 공개됐다. 사상 최초다. 다만 검찰이 이 자료를 전자 파일 형태가 아닌 종이 복사본으로 공개했기 때문에, 정보의 의미를 분석하는 데 꽤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무려 1만6735장에 달한다.

이날 공개된 정보의 시기는 2017년 1월 1일부터 2019년 9월 30일까지 만 2년 9개월이다. 해당 기간 검찰이 사용한 특수활동비는 372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활동비란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정보나 사건수사, 기타 이에 준하는 국정 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를 가리킨다. 집행 내역 등이 공개되지 않아 그간 '베일에 싸인 예산'이라는 비판이 컸다. 또한 같은 기간 특정업무경비로 처리한 비용도 87억 원이 넘는다. 업무추진비는 7200만 원 정도를 사용했다.

이 기간 검찰총장은 김수남·문무일·윤석열이었고, 서울중앙지검장은 이영렬·윤석열·배성범 순이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우 2017년 5월 22일부터 2019년 7월 24일까지 서울중앙지검장을 역임한 뒤, 2019년 7월 25일부터 2021년 3월 4일까지 검찰총장 업무를 수행했다. 즉,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에 사용한 특활비 전액과 검찰총장 취임 이후 2개월 남짓 사용한 금액이 이번에 공개된 내역에 포함돼 있다.

기간 2017년 1월 1일~2019년 9월 30일... 윤 대통령 재임시와 겹쳐
 

▲ 세금도둑잡아라, 함께하는시민행동,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등 활동가들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검찰특수활동비 등에 대한 정보공개청구 자료를 수령하고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이희훈

 

▲ 세금도둑잡아라, 함께하는시민행동,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등 활동가들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검찰특수활동비 등에 대한 정보공개청구 자료를 수령하고 있다. ⓒ 이희훈


하 대표는 "검찰은 (정보공개 청구에 대한) 소송 과정에서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돈을) 어디에 사용했는지를 밝힐 수 없다는 주장을 반복했다"며 "검찰은 어느 음식점에서 밥을 먹었는지가 알려지면 수사에 지장이 돼서 그게 수사 기밀이라고 주장을 해왔는데, 이런 부분이 앞으로 검찰 특수활동비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중요하게 검증해야 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검찰이 전자 파일 대신 종이 복사본(대검 9939장, 서울중앙지검 6796장)으로 자료를 건넨 것에 대해 하 대표는 "복사가 제대로 됐는지 스캔 작업과 엑셀 입력 작업을 통해 대조 작업이 필요하다"며 "과연 검찰이 총액 461억 원에 맞춰 제대로 자료를 건넸는지도 확인을 해야 한다"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대한민국 검찰이 국민 세금을 과연 어떻게 썼는지 모든 국민이 다 알 수 있도록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검증과 확인 작업을 마치겠다"며 "스캔한 모든 파일을 모든 언론과 국민께 다 공개할 예정"이라고 회견 말미 재차 강조했다.

"여기까지 오는 과정이 참 쉽지 않았다. 검찰은 소송과정에서 '아무런 정보가 존재하지 않는다', '아무런 서류가 없다'는 일종의 허위 주장을 했다. 하지만 이 박스가 검찰의 주장이 허위였음을 드러나게 했다.

이런 험난한 과정을 겪어야 했던 것은 대한민국 검찰이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으로서 민주화 이후 비밀주의, 권위주의, 관료주의에 끝판왕 같은 행태를 보여왔고 그것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오늘 이렇게 자료가 공개되는 것을 계기로 검찰이 국민 위에 군림하는 권력기관이 아니라 검찰도 국민들에게 설명하고 보고하고 감시와 검증을 받아야 하는,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기관으로 다시 태어나야 함을 증명하고 있다. 이번 일이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앞서 지난 2019년 10월 하 대표는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이 쓴 특활비,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 내역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검찰 측이 공개를 거부하자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소송에 돌입했고, 2022년 1월 1심, 2022년 12월 2심, 2023년 4월 대법원 모두 하 대표가 승소했다. 그후 2개월 뒤, 검찰은 결국 내역을 내줬다. 첫 정보공개 청구로부터 3년 8개월이 걸린 것이다.

이제 공개된 정보에 대한 검증과 감시가 시작됐다.
 

▲ 세금도둑잡아라, 함께하는시민행동,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등 활동가들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검찰특수활동비 등에 대한 정보공개청구 자료를 수령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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