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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불체포특권 포기'가 혁신? 내 생각은 다르다

민주당 출신 광역의원이 민주당 혁신위에 전하고 싶은 말

등록|2023.06.26 11:54 수정|2023.06.26 11:54
현직 변호사이자 경기도의회 의원인 김광민 시민기자가 민주당 혁신위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보내왔습니다. <오마이뉴스>는 그 의견을 가감없이 싣습니다. 이 사안에 대한 다른 의견도 환영합니다. [편집자말]

▲ 더불어민주당 '김은경 혁신위'는 23일 "민주당 (국회의원) 전원이 불체포특권을 포기하는 서약서를 제출하고 향후 체포안 가결을 당론 채택할 것을 당에 요구한다"고 밝혔다. '김은경 혁신위' 김남희(오른쪽)·윤형중 대변인이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이같은 혁신위 2차 회의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은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대변인. ⓒ 남소연


민주당은 조직을 혁신하겠다며 지난 15일 김은경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위원장으로 임명하고 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켰다. 민주당 혁신위원회는 8일만인 지난 23일 "민주당 (국회의원) 전원이 불체포특권을 포기하는 서약서를 제출하고 향후 체포안 가결을 당론 채택할 것을 당에 요구한다"며 민주당의 혁신으로 불체포특권 포기를 들고 나왔다.

필자는 민주당 출신 광역의원으로 당의 개혁과 발전을 누구보다도 열망한다. 그렇기에 김은경호 혁신위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었다. 하지만 불체포특권의 포기가 혁신이라는 혁신위의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그리고 이를 바로잡아야 민주당의 혁신이 온전히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간절함에 글을 쓴다.

'불체포특권' 명명 자체가 프레임 빠져드는 것 

혁신은 묵은 조직이나 제도를 바꾸어 시대에 맞게 뜯어고치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의 포기가 민주당의 혁신이 되기 위해서는 우선 그것이 민주당의 폐습이어야 한다. 하지만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은 민주당의 제도가 아닌 헌법에 규정된 권리다. 민주당 혁신위가 왈가왈부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국민이 만든 헌법의 권리를 일개 정당의 혁신기구가 폐지할 수는 없다.

다음으로 '불체포특권'이라는 명칭 자체에 문제가 있다. 헌법에는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이 없다. 단지 "국회의원은 현행범인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 국회의 동의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아니한다"는 규정만 있을 뿐이다(헌법 제44조 제1항). 헌법이 규정한 국회의원의 권리를 '특권'이라 규정한 것 자체가 하나의 프레임이다. 국회의원의 회기 중 불체포 권리를 '불체포특권'이라 명명하는 것 자체가 그 프레임이 빠져드는 행위다.

특권은 "어떤 개인·집단 또는 국가기관에 대하여 인정하는 특별한 권리나 이익 또는 의무의 면제"를 뜻한다. 국회의원이 회기 중 체포되지 않을 권리를 특권으로 규정하는 순간 그것은 불합리하고 폐지해야 하는, 즉 혁신의 대상이 되는 폐습이 되고 만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난 12일 윤관석·이성만 의원 체포동의 요청 이유를 설명하면서 "국회의원이 '국민의 대표'라는 말은, 최소한 국민과 같거나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받아야 한다는 말이지, 일반 국민보다 '특혜를 받아야 한다'는 말은 아닐 것"이라며 "당연히, 최소한 일반 국민들에게 적용되는 기준이 이 사건에서도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의원의 불체포 권리가 불합리한 특혜라는 헌법을 무시한 프레임이다.

민주당 혁신위원회가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전원에 대한 불체포특권 포기를 요구하는 순간 민주당은 그 프레임에 스스로 빠져든 것이다. 법무부 장관의 헌법을 무시하는 발언에 야당이 항의하지는 못할망정 동조하는 꼴이다.

국회의원의 불체포권이 영국 의회의 왕정에 대한 견제에서 시작되었다는 고리타분한 사적 맥락을 끄집어내지 않더라도 그것의 존재 이유는 충분히 설명될 수 있다. 바로 최근 있었던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윤관석, 이석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의 사례를 통해서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이재명 당시 후보를 향해 "확정적 중범죄자"라 비난했다. 윤 정부 출범과 함께 검찰은 대통령이 확정적 중범죄자라 명명한 이재명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다. 애초 한동훈 법무부 장관 등은 대장동 사건 등을 향해 '단군 이래 최대의 손해'라며 연신 공격을 퍼부었다. 이재명 대표 관련 수사에 60여 명에 달하는 검사가 투입돼 고강도 수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 검찰의 주장 중 제대로 입증된 게 없다고 본다.

윤관석, 이석만 의원은 소위 민주당 돈봉투 사건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되었다. 돈봉투 사건은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휴대전화에서 발견된 녹취록에서 시작되었다. 수많은 녹취록이 공개되었지만 검찰은 정작 돈봉투가 실제로 뿌려졌는지를 입증할 정확한 단서는 아직까지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핵심증거라 제시한 녹취록은 이정근과 강래구 전 한국수력원자력 비상임이사 간 통화에서 "영길이 형이"라며 송영길 민주당 전 대표(당시 당대표 후보)를 언급한 것이다.

하지만 이정근의 휴대전화 녹취록 자체가 별건 수사를 통해 입수한 증거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고, 강래구의 "영길이 형" 발언은 송영길 전 대표의 진술이 아닌 제3자의 진술로 증거능력이 인정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이에 더해 2023년 4월 12일 돈봉투 의혹이 최초 언론에 보도된 지 벌써 두 달 반이 지났음에도 검찰은 송영길 전 대표를 제대로 소환조차 못하고 있다.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과 검사장 출신 법무부장관의 정부에서 명확한 증거도 없이 제1야당 대표와 국회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상황 자체가 국회의원의 회기 중 불체포권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준다고 생각한다.

한동훈 장관은 국회에서 윤관석, 이석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요청 이유 피력하면서 "범죄사실에 따르면 그 돈 봉투를 받은 것으로 지목되는 약 20명의 민주당 국회의원이 여기에 있고 표결에도 참여하게 된다"고 강변했다.

만약 국회의원의 회기 중 불체포권이 없다면 현 정부의 태도로 미루어 보았을 때 검찰은 야당 대표만이 아니라, 한동훈 장관이 돈 봉투를 받았다고 언급한 20여 명의 야당 국회의원 모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그리고 최근 법원의 태도를 고려한다면, 영장이 청구된 국회의원 대부분은 구속을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가정이지만, 제1야당 국회의원 20여 명이 구속된다면 과연 의회가 행정부를 견제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그리고 의회의 행정부 견제가 무너진다는 것은 삼권분립, 즉 민주주의가 무너진다는 것을 뜻한다.

혁신은 폐습을 혁파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국회의원의 회기 중 불체포권은 포기가 불가능한 권리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헌법이 규정한 권리일 뿐만 아니라 제도적으로 포기는 불가능하다. 그것은 국회의원 개개인의 권리가 아닌 국회의 권리이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이 불체포권을 포기하기 위해서는 체포동의안을 가결해 줄 것을 동료 국회의원들에게 호소해야 한다.

하지만 아무리 호소한다고 해도 체포동의안을 통과시킬지 여부는 동료 국회의원, 즉 국회의 권리다. 결국, 구속영장이 청구된 당사자가 동료 국회의원들에게 "당신의 권리를 포기해 주세요"라고 호소하는 꼴이 되고 만다. 국회의 권리를 개별 국회의원에게 포기하라 요구하는 것이다.

민주당 혁신위에 말하고 싶다. 혁신은 폐습을 혁파하는 것이다. 검찰 공화국의 프레임에 저항하지 못하는 조직을 개혁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혁신위는 불체포특권이라는 검찰공화국의 프레임이 스스로 빠져들고 있다. 나는 이것은 혁신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김광민은 현직 변호사로 경기도 의원(부천 5, 교육행정위원회)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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