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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가게' 취업규칙에 경악... 노동조합 이제 시작입니다

[현장의 목소리]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다이소물류센터지회 이재철 지회장 인터뷰

등록|2023.06.26 11:27 수정|2023.06.26 11:51
누구나 한 번은 다이소 매장을 이용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1997년 천호동 1호점을 시작으로 현재 1500개의 다이소 매장이 전국에 들어섰다. 매일 100만 명의 고객이 찾고 있으며, 매출액도 3조 원에 달할 만큼 가파른 성장을 하고 있다.

최근 다이소의 전근대적인 취업 규칙을 보도한 기사가 있었다. 다이소 취업 규칙에서는 회사의 허가 없이 집회·연설·방송·선전 또는 문서 배포 및 게시로 직장 질서를 문란하게 한 자를 징계 대상으로 구분했다. 타사 취업 중 '불법 노사 분규'를 주동해 해고된 자를 비롯해 이전 근무지에서 기업활동 방해 등 비위 사실이 있거나 징계 면직된 자에 대해서는 채용하지 않거나 채용을 취소할 수 있다는 내용도 있었다. 또 물류 직군의 취업규칙에는 '사상이 온건하고 신분이 확실한 자'를 고용해야 한다고 적혀 있었다.

물류센터라면 흔히 쿠팡이나 쓱닷컴 등을 떠올리지만 다이소에도 물류센터가 있다. 그리고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노동자들은 과로와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이번 달 현장의 목소리에서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다이소물류센터지회 이재철 지회장을 만나 노동조합 결성 계기와 요구안에 대해 들어보았다. 인터뷰는 5월 19일 충무로의 한 카페에서 진행했다.
 

▲ 이재철 다이소 지회장 ⓒ 장영우


일하다 다쳤는데 연차 처리, 노조의 시작

- 어떤 업무를 하고 계신가요?
"용인 남사에 있는 다이소 물류센터에서 2017년부터 일하고 있습니다. 배차 업무로 전국의 매장으로 가야 할 상품을 운송 기사님들에게 인도해 주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기사님들이 상품을 운송할 수 있도록 배치하고 옮기며, 물류센터에 상품이 어질러져 있으면 정리도 합니다. 운송을 위해 무거운 철제 카트로 계속 운반하고, 하루에 3만~4만 보가량 걷습니다.

주 6일 일하고 고정 야간 근무를 합니다. 공식적인 근무시간은 저녁 9시 반부터 다음날 오전 5시 반까지지만 거의 매일 잔업이 있어서 평일에는 아침 6시 반이나 7시에나 일을 마칩니다.

개인적으로 낮에 충무로에서 사진작가로 일하고 밤에 다이소 물류센터에서 근무합니다. 밤에 일하면 수당을 50% 더 주기에 저처럼 낮에 다른 일을 하며 투잡으로 병행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오래 근무하는 분들도 많아요. 일이 힘들어도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지고 현장이 워낙 바쁘게 돌아가다 보니 시간도 빨리 가요. 여기서 오래 일할 생각은 없었는데 일하다 보니 세월이 후딱 지나갔네요."

- 최근 노동조합을 만드셨던데 노동조합을 만들게 된 계기는요?
"작년에 한 명이 일하다가 다친 적이 있어요. 업무로 인해 누적된 피로로 아킬레스 염좌가 생겼어요. 걸을 때마다 아프고 다리를 절뚝이니까 병가 신청을 했어요. 그런데 회사에서 병원 간다고 빠진 4~5일을 연차 처리를 해버렸는데 그 과정에 대해 별다른 설명도 하지 않았어요.

그 일이 있고 난 후 다른 직원이 짧은 시간에 일을 마치기 위해 빠르게 카트를 끌다가 인대를 다쳤어요. 마찬가지로 병원에 가야 하니 병가 처리를 해달라고 했는데 회사에서는 같은 방식으로 연차 처리를 해버렸어요. 그 직원은 그냥 있지 않았어요. 이전에 노동조합 활동 경험이 있기도 했고요. 아픈 상태로 며칠을 출근하며 회사의 대답을 기다렸는데 제대로 답도 없고 담당자는 퉁명스럽게 대응했다고 합니다.

그 직원이 화가 나서 노동청에 신고하고 근로감독관을 회사에 들어오게 했습니다. 제가 알기로 여기는 근무 시간에 물류 라인이 멈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는데, 근로감독관이 물류센터에 들어와 실사하니 2시간 동안 물류센터가 멈췄습니다. 이후 담당자의 사과를 받아냈고, 치료비도 지급되었으며 병가처리 되었습니다.

그 일이 계기가 되어 노동조합을 만들어보자는 논의가 있었고, 민주노총 담당자의 도움을 받아 노동조합을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작년 9월부터 본격적인 준비를 해 올해 1월 노동조합이 출범했습니다. 쿠팡의 경우 준비를 거쳐 노동조합 만드는 데 1년이 넘게 걸렸다고 합니다. 거기에 비하면 우리는 3개월가량이라는 짧은 시간 준비해서 노조 설립을 한 거지요.

준비도 제대로 안 된 상태에서 마음만 급해 일을 그르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노조를 준비하고 만드느라 시간을 많이 보내기보다는 부족하지만 일단 설립하고 차차 보완하자는 데에 의견을 모았습니다."
 

▲ 다이소 물류센터에서 선전전을 진행하는 노동조합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 그 직원은 지금 일하고 있습니까?
"그 직원은 계약직이라 고용이 불안한 상태였는데 결국 재계약이 안 됐습니다. 회사 말로는 그 일과 상관없이 업무 역량이 회사 기준에 미달 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대다수 직원이 계약직으로 2년 근무하고 정규직으로 전환되거든요. 그 직원이 회사에 근로감독관을 들여오고 노동조합을 만드는 데 관여해서 미운털이 박혀 해고되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회사의 선제적인 조처, 노조 활동 쉽지 않아

- 노동조합 활동이 쉽진 않겠네요.
"나이가 들고 가족이 있으면 나가거나 이직하기가 쉽지 않잖아요. 다른 일 하다가 제대로 안 되어서 물류센터에서 근무하는 분들도 많고요. 어차피 돈 때문에 하는데 얌전히 월급 받고 지내려는 분위기가 있어서, 힘들고 불합리한 점이 있더라도 어쩔 수 없이 그냥 참고 지냈어요. 이런 상황이면 관리자로서는 관리하기 수월한 거지요.

다이소가 일본의 '100엔샵'을 본떠 만든 건데, 일본의 보수적인 기업 문화도 많이 받아들였습니다. 우리가 노동조합을 만들기 전인 5년 전 노동조합을 결성하려는 시도가 있었다고 합니다. 당시 이를 추진하려던 분들이 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재계약이 되지 않아 회사를 나간 일도 있었습니다.

올해 노동조합이 만들어지니 회사는 저를 포함하여 전 직원 상대로 2주에 걸쳐 1:1 면담을 했어요. 면담 전에는 노동조합 조합원으로 가입을 부탁하면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는데 면담 이후에는 분위기가 좀 냉담해졌어요. 그리고 노동조합에서 추진하려던 복지를 회사에서 개선해주기 시작하더라고요. 휴게실 시설을 좀 더 보완하기도 하고 불편한 점들을 듣고 보완해주기도 하더라고요. 작년과 비교해 7% 정도 급여도 올라갔고요.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느낄 수 없게 평소에 회사가 복지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주겠다는 거지요.

우리가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 할 조합원이 많은 것도 아니고, 노동조합을 해본 경험도 없어요. 회사는 회사대로 노동조합과 대화해야 하는 상황이 되니 당황하기도 할 겁니다. 앞으로도 서로 불협화음이 있을 거라고 봅니다."

- 최근 취업규칙이 언론에 보도된 적이 있습니다. 
"정의당에서 우리 취업규칙에 관심을 두고 자료를 모으고 있었어요. 그리고 <경향신문>에 취업규칙에 관한 기사가 3월 보도되었어요. 노동조합을 만든 직후라 시기가 맞았습니다. 회사는 난리가 났고 노동조합은 4월에 국회 기자 회견도 했습니다. 만약 <경향신문> 기사와 정의당의 지원이 없었다면 회사는 노동조합에 무대응으로 일관했을 것입니다. 이후 노동조합은 회사와 5월 4일 단체교섭 상견례를 했고, 회사는 노동조합을 교섭단체로 인정했습니다.

취업규칙은 취업과 회사생활의 매뉴얼인데, 다이소 취업규칙은 회사가 노동자의 행동을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해고할 수도 있는, 악용의 소지가 있는 내용이었습니다. 보도 이후 노동자의 인권 침해 요소가 있다는 비판을 많이 받았잖아요. 이후 회사에서 개정한 취업규칙을 오늘 안전 교육 시간에 우리에게 알려준다고 하네요."

(인터뷰이에게 이후 확인한 결과 노동자 인권을 침해할 수 있는 취업규칙은 삭제한다고 했다.)

-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은요?
"사무실 직원(관리직)이 현장 직원들을 무시하는 등 차별이 있어요. 서로 협력해야 하는데 관리직들은 현장직을 무시하고 그날 처리해야 하는 할당량만 생각해요. 이러다 보니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인격이 아닌 수단으로, 소모품처럼 취급되어요. 인력은 부족한데 물량은 벅차니 두 사람 몫을 해야 하는 상황도 생기고, 바쁘고 빠르게 일하다 다치기도 하지만 그날 해야 하는 일은 일단 마치라 하고 있습니다. 제가 노조가 필요하다고 느낀 건 현장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회사의 작업 분위기 때문이에요.

노조는 앞으로 임금 인상, 안전한 노동환경, 복지향상 등 노동 조건 전반에 대한 개선을 요구할 겁니다. 지금까지는 현장의 여러 문제를 수정 및 개선 요청하는 사람이 없었어요. 그래서 더 요구하고 바꿔나갈 사항은 많습니다. 대화와 활동은 이제 시작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선전위원장인 장영우님이 썼습니다. 이 글은 한노보연 월간지 일터 23년 6월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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