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마트 배송하면 월 400 이상 번다? 함정이 있습니다

[고물가 시대, 특고노동자는 어떻게 사나 ③]

등록|2023.06.26 11:12 수정|2023.06.26 11:46
특수고용노동자가 월 20일 일하고 천만 원 넘게 번다는 보수언론의 보도는 진짜일까?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정책연구원은 지난 5월 8개 직종 특수고용노동자 970명을 대상으로 '특수고용노동자 임금 불안정 실태 조사'를 했다. 그 결과 업종에 상관없이 개수임금제, 공짜노동, 각종 부대비용 및 본인 부담금 발생, 초 장시간 노동 등의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는 게 드러났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특수고용노동자의 실태를 연속 보도한다.[기자말]
요즘 배송을 하지 않는 마트를 찾기 힘듭니다. 웬만한 마트에도 배송을 하고 있고, 그만큼 많은 배송기사들이 일하고 있습니다. 마트 배송기사들의 수는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대형마트 3사(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에서 일하는 기사만 해도 6000명 정도 됩니다. 하나로마트를 비롯한 지역의 마트, SSM 등을 포함하면 적게 잡아도 1만 명은 훌쩍 넘을 것입니다(정부는 이런 유통배송기사를 10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각기 다른 마트에서 일하지만 배송기사들의 처지는 비슷합니다. 마트-운송사-배송기사로 이어지는 복잡한 계약구조에, 대부분 지입제로 일하기 때문에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도 불합리한 처우를 당하고 있습니다.

유통 대기업 배송일이라는 환상, 최저임금 마트배송 노동자

마트 배송일을 시작한 계기는 돈을 쉽게 벌 수 있다는 광고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광고는 쉽게 찾을 수 있는데, 대개 운전만 할 수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다고 말하며 고객에게 배송만 하면 되는 쉬운 일자리라는 식으로 홍보합니다. 또, 월 400~500만 원의 수입이 가능하다고 써있습니다.

막상 일을 시작하려고 하면 부담스러울 정도로 많은 비용이 들어가기 시작합니다. 업체를 잘못 고르면 소개비 명목으로 수백만 원이 나갑니다. 그리고 냉장·냉동이 되는 차량과 영업용 번호판이 있어야 하는데 이것을 다 사려면 5000~6000만 원이 들기 때문에 대부분의 기사들은 자기 돈으로 차량을 할부로 구입하고 번호판은 빌려서 매달 지입료(*배송용 영업차량 번호판 임대료)를 내는 식으로 일을 시작합니다.

많은 비용을 들이면서까지 일을 하는 것은 대기업인 회사의 이름을 믿는 것이고, 광고한 수입을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저도 대기업의 이름을 보고 일을 시작하게 되었고 '대기업이니 마음만은 편하겠지' 하는 마음으로 빚을 내어 이 일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환상이 깨지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습니다. 마트 배송일은 단순히 배송만 하는 쉬운 일자리가 절대 아닙니다. 하루 10시간, 주 6일 근무라는 장시간 노동을 해야 하고 배송량에는 제한이 없어 많은 중량물 배송을 하는 경우도 있으며, 고객을 상대하며 감정 노동을 해야 하기도 합니다.
 

▲ 마트산업노조 온라인배송지회는 마트배송기사 운송료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마트산업노조


그렇다고 해서 수입이 많은 것도 아닙니다. 명세서에 400~500만 원이 찍힌다고 해도 차량할부금, 지입료, 보험금만 해도 월 100만 원이 고정비용으로 들어가고 차량수리 및 관리비로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실제 수입은 200만 원 중반대에 불과합니다.

긴 노동시간을 따지면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배송건수가 매일매일 다르기 때문에 수입이 고정적이지도 않고 일을 더 하고 싶다고 더 할 수 있는 구조도 아닙니다. 광고대로 400~500을 벌려면 마트 일 외에 부업을 추가로 해야 가능한데, 그렇게 하려면 하루 15시간 정도 일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하루 10시간 주6일 노동, 그중엔 공짜노동 시간도 상당

배송기사들은 출퇴근 시간이 특정되어 있지 않지만 고객 배송 시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최소 30분 전에 출근해야 하고 배송이 끝나면 퇴근하기 때문에 하루 10시간 이상 마트 배송 일을 합니다. 회사는 실제 배송하는 시간이 하루에 6시간 정도에 불과하다고 하는데 배송을 하기 위해 대기하고 공짜 노동을 하는 시간을 포함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상품이 고객에게 전달되기까지 피킹-패킹-배송의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주문한 상품을 모으는 피킹업무는 전담하는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상품을 포장하는 패킹은 전담하는 노동자들이 없는 경우가 대다수며 많은 부분들이 배송기사에게 떠넘겨져 있습니다.

상품들이 완전히 포장된 채로 내려오지 않기 때문에 배송기사들은 검수도 해야 하고 상품을 재분류해서 포장해야 되고 배송 후 바스켓 반납도 해야 합니다. 이런 노동은 별도의 수당이 없기 때문에 공짜노동이나 다름없습니다.

고객 배송 시간 최소 30분 전에 상품이 나와야 하지만 제시간에 나오지 않는 경우가 흔합니다. 상품 출하가 늦어지면 출발이 늦어지게 되는데 노동시간이 늘어날 뿐만 아니라 시간을 맞추기 위해 서두르다 보면 사고의 위험이 높아지기도 합니다. 상품 출하가 지연되면 기사들은 그냥 대기할 수밖에 없는데 이에 대한 보상은 전혀 없습니다.
 

▲ 마트산업노조 온라인배송지회 간부들이 마트 온라인배송기사 운송료 인상을 요구하는 피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마트산업노조


마트 배송기사들은 현재 운송료가 너무 낮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본운송료, 인센티브의 기준도 뚜렷하게 없습니다. 운송사들은 마트에 최저입찰제로 들어가기 때문에 배송기사들의 운송료는 적을 수밖에 없고 2차, 3차 운송사 기사들의 운송료는 더 적어집니다.

일한만큼 대우받아야 합니다. 마트 배송기사도 예외가 아닙니다. 음식배달료가 3000원이 넘는 시대에 더 많은 노동을 해야 하는 마트 배송기사들에게 지금보다 나은 대우를 해줘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 온라인배송지회 이수암 지회장이 기고했습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