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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앞두고 선심성 지원" vs. "코로나로 어려운 상황, 긴급편성 불가피"

2022년도 예비비 지출 승인 건 두고 은평구 의원들 견해차... 최종 통과되자 본회의 퇴장도

등록|2023.06.26 17:37 수정|2023.06.26 17:38

▲ 이미지 제작 : 은평시민신문 ⓒ 은평시민신문


지난 12일 열린 2022년도 예비비 지출 승인의 건을 두고 서울 은평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들의 의견은 두 갈래로 나눠졌다.

지난 2022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은평구청이 선심성 예산을 사용한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국민의힘 의원들과 급박한 코로나 상황에서 지역주민을 위한 필요예산이었다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의견이 대립했다.

서울시 자치구 재난지원금 지급은 2022년 1월 21일 열린 서울시구청장협의회에서 추진이 결정되면서 시작됐다.

당시 회의의 주요 안건은 '자치구 재난지원금 추진 방안'으로 ▲마을버스 업체 ▲어르신 요양시설 ▲어린이집 ▲지역아동센터 ▲유치원 ▲종교시설 ▲폐업 소상공인 ▲미취업 청년 ▲개인‧법인택시 운수종사자 등 모두 9가지 분야에 대해 지원하고 지원 방식과 시기에 관해서는 자치구별 자율에 맡기기로 했다.

당시 회의에는 이성 협의회장(구로구청장)과 박성수 사무총장(송파구청장)을 비롯해 21명의 구청장이 참석했다.

주목할 것은 서울시구청장협의회 구성이다. 지난 2018년 치러진 6·13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서울 25개 자치구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서초구를 제외한 24곳에서 모두 승리했다. 이에 서울시구청장협의회에서 재난지원금 사용을 논의하고 집행한 게 202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예산을 퍼준 것 아니냐는 의혹의 배경이 됐다.

앞서 202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예산 의혹이 전국에서 있었다. 지난해 3월 언론들은 선거를 앞둔 지자체가 지원금 지급 경쟁을 하는데, 이 것이 포퓰리즘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고 보도했다. 지자체마다 지원방식의 차이는 있지만 긴급 예비비 편성 방식으로 재난지원금을 지원한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최소한 의회에 설명이라도 했어야..."

은평구청은 '서울시 구청장협의회 공동추진 재난지원금' 계획을 세우고 개인‧법인택시 운수종사자와 화물운수종사자에게 지원금을 미취업청년들에게는 취업장려금 명목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운수종사자 5750명에 40만 원씩 총 23억, 미취업청년 1805명에 50만 원(은평사랑상품권)씩 총 9억300만 원이 지급됐다.

관련 내용은 지난 9일 열린 예결특위 회의록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박세은 의원(국민의힘,구산·대조)은 "재난지원금에 20억 정도 예비비가 편성돼 있는데 대상자와 지급일시가 어떻게 되느냐"고 질문했다.

김현중 교통행정과장은 "택시 운수 종사자 4350명, 화물운수 종사자 1400명이다. 택시 쪽은 3월 11일에 지급, 화물 쪽은 5월 20일에 지급됐다"고 답변했다. 꼭 예비비를 썼어야 했냐는 박세은 의원의 질문에 김 과장은 "1월에 자치구구청장협의를 통해 지급 결정이 되는 과정에서 본예산 편성시기를 놓쳐서 부득이했다"고 말했다.
구의원들은 예비비를 써야 할 만큼 긴급 사안이라 하더라도 해당 사업에 대해 은평구의회에 알리지 조차 않은 점에 대한 서운함을 표했다. 양기열 은평구의원(국민의힘,갈현1·2동)은 "아무리 단체장끼리 협의로 했어도 의회에 관련 사업 내용에 대해 설명한 시간도 없었나 의구심이 든다"며 "8대 의회에 있으면서도 해당 사업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다"고 전했다.

신봉규 은평구의원(국민의힘,불광1·2동)도 "연초라고 하지만 원포인트로 의회에 요청할 수도 있고 추경도 할 수 있는데 사업을 집행하면서 의원들한테 요청 없이 하는 건 문제가 소지가 다분하다"고 강조했다.

"주민 직접 복지를 선심성으로 받아들이는 건 문제"

지난 12일 열린 은평구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는 다시 한 번 예비비 사용의 적정성을 두고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예비비를 편성해 재난지원금을 지급한 것은 문제라고 꼬집었다.

최락의 의원(국민의힘,진관동)은 "예비비로 미취업청년취업장려금을 지급했는데 선거를 앞두고 이런 행위가 일어난 건 인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박세은 의원은 "1월이면 본예산 통과한 지 한 달 남짓 된 상황인데 예비비를 이렇게 쓰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양기열 의원도 "시기의 적절성과 예측의 불가성에 합당하지 않는 예비비 지출이 됐기 때문에 해당 예비비 지출 사유를 반대한다"고 말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예비비 집행과정에 문제는 없었고 직접 복지를 선심성으로 보는 건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송영창 의원(더불어민주당,응암2·3동)은 "2022년도 1분기 주요업무 보고를 3월에 받았는데 왜 그 때는 문제제기가 없었는가, 예비비 사용 과정에 별문제가 없었다고 본다"고 의견을 밝혔다.

신현일 의원(더불어민주당,녹번·응암1)은 "긴급 상황에 대해 예측이 가능하다고 말하는 게 맞을까라는 의문이 들고 지원금 결정이 급하게 진행되다 보니 예비비로 편성됐다고 생각한다"며 예비비 지출에 문제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미경 의원(신사2·증산·수색)은 "2022년 초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에서 재난지원금 편성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고 직접 복지를 선심성 행정이라고 보는 데 우려를 표한다"고 강조했다.

양 측의 팽팽한 의견대립은 '2022년도 예비비 지출 승인 건'을 두고 표결로 이어졌고 결국 반대표가 많이 나오면서 최종 부결됐다. 하지만 지난 15일 열린 은평구의회 본회의에서 재상정되면서 최종 통과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위원회에서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하고 합의하는 과정이 퇴색됐다고 반발하며 본회의장에서 퇴장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은평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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